최근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AI(조류인플루엔자) 또는 조류독감이다. 몇년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로 발병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이 병에 걸려 죽는 사람까지 나타난 급성바이러스질병이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종을 달리하는 생물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류독감은 새뿐만 아니라 소,돼지,개와 같은 가축은 물론 사람에게까지 전염이 된다. 또한 그 독성이 강해 치사율도 높다. 하지만 아직 이 병이 어떻게 옮겨졌는지 그 경로가 묘연하다. 최근에는 철새에 의한 점염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발병된 익산과 김제도 군산의 대규모 철새도래지와 불과 10~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럼 과연 철새가 조류독감을 전염시켰을까? 지난해 철새도래지의 분변에서 조사된 시료 중 약 3%가 전염성이 약한 조류인플루엔자로 밝혀졌지만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5N1형)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이 무서운 조류독감을 발병하게 만들었을까?
TV에서 나오는 조류독감의 방제 작업은 끔찍하다. 수만마리의 닭과 오리들은 포대에 담겨 여러 겹의 비닐이 깔린 구덩이에 던져지고 주변에 사는 가축들까지 모두 땅에 묻고 있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그런데 이 장면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양계장의 모습은 좁디좁은 철장에 움직일 틈도 없이 닭을 넣어 놓고 빠른 성장을 위해 계속적으로 인공사료와 항생제를 먹이고 있다. 닭의 온몸에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닭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질병에 면역력 없는 닭들이 힘없이 조류독감에 감염되고 순식간에 대규모로 전염되어 버린 것이다.
올해도 우리나라에는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먼 거리를 날아 찾아왔다. 조류독감에 걸린 철새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이 키워온 강인한 철새들은 조류독감바이러스에 걸렸더라도 이겨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에 의해 공장에서 물건처럼 키워지는 병약한 생명들은 그 바이러스에 의해 힘없이 쓰러졌다. 조류독감에 걸려 포대에 담겨 매장되는 닭과 오리. 그들은 자기의 죽음으로서 인간에게 절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죽음의 바이러스는 조류독감바이러스가 아닌 인간의 욕심의 바이러스라고. 그렇다면 그 다음 차례는…. 곽승국·자연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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