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단(圓壇)에 비오기를 빌었다. 그 제문(祭文)에 말하기를, |
“이번 가뭄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르렀다. 이미 무더움이 극심하니 삼가고 두려움이 마음을 태우노라. 나의 덕이 착하지 못하므로 상제(上帝)께서 크게 노하사 굽어보시고 이에 견고(譴告)함이 엄하시니, 대개 인애(仁愛)가 심히 깊으신 까닭이다. 스스로 반성하고 스스로 꾸짖으니, 오사(五事)의 상도(常道)를 지키는 데에 어두웠도다. 혹시 형벌과 포상이 참람하여 장차 연혁(沿革)의 마땅함을 잃었는가. 옥송(獄訟)이 어찌 원통하고 억울함이 없겠는가. 부역으로 백성이 많이 원망했는가. 여러가지로 생각하여 그 까닭을 찾아보니, 백성에게 끼친 바가 없는가 두렵도다. 밤마다 염려하여 가매(假寐)하게 되니, 움직임에 할 바를 알지 못하겠도다. 나의 두려워하는 것은 진실로 날마다 이에 있도다. 어찌 다만 산천과 사직뿐이리오. 부모와 선조께도 이를 빌었도다. 모두 신(神)에게 감동되어 남김이 없는데, 대단히 더운 것은 헤아릴 수 없으니, 정성을 털어 놓아 진언하여 하늘이 슬퍼하기를 바라노라. 아아, 하늘과 사람은 본래 한 기운이니, 지성이면 반드시 이른다는데, 한 생각이 상제(上帝)의 마음에 통달하니, 진실로 조그만치도 사이가 없었도다. 과실을 용서하고 죄를 용서하사, 비가 세차게 퍼붓기를 바라며, 여러 마른 초목을 소생하게 하여, 억조(億兆)의 백성이 다 화목하게 되기를 비노라.” |
하였다. 오제(五帝)에게 제사지내는 제문에는, |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먹는 것은 백성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니, 진실로 그 소중한 것을 잃게 되면, 나라가 무엇을 의뢰하겠는가. 아아, 나의 작은 몸이 잊지 않고 이를 생각하여 백성의 일에 부지런하여 감히 여가가 없었도다. 다만 시행하는 데 어두워서 자주 흉년이 들었도다. 지금 농사철을 당하여 또 가뭄을 만나니, 심은 것이 이삭이 나지 않고, 밀과 보리가 병들었도다. 비록 정성으로 빌기를 부지런히 하여 신(神)에게 제사지내지 않은 데가 없었으나, 구름이 모이면 다시 흩어지고, 비가 오다가 갑자기 그치니, 가뭄이 날로 심하여 이를 추측할 수가 없도다. 만물이 무슨 죄가 있겠으며, 억조 백성이 가련하도다. 고요히 구징(咎徵)을 생각해 보니 실로 덕이 없기 때문이요. 말이 이에 미치매, 더욱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고, 감히 이같이 슬퍼하도다. 우러러 생각건대 고명(高明)께서는 나의 마음이 절박함을 헤아리시어, 이러한 키울 때를 당하여 저 비신[雨師]에게 명하여 가뭄을 몰아내고 비를 내리게 하여, 무릇 온 천하에 있는 생물에게 모두 큰 은혜를 입게 하고, 백성에게 먹을 것을 넉넉하게 하여 큰 기업(基業)을 영원히 보전하게 하소서.” |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과학-천기(天氣) / *왕실-국왕(國王) / *사법-행형(行刑) / *재정-공물(貢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