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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역사문화/한민족 神敎文化

변계량이 상제님께 올린 간절한 기도문

by 바로요거 2007. 9. 10.

 

 

세종 36권 9년 6월 14일 (신미) 001 /

원단 기우제에 쓸 향과 축문을 친히 전하다


임금이 원유관(遠遊冠)·강사포(絳紗布) 차림으로 근정전(勤政殿)의 월대(月臺) 막차(幕次)에 나아가 원단(圓壇) 기우제에 쓸 향과 축문을 친히 전하였다. 그 호천 상제(昊天上帝)에게 제사하는 글에 이르기를,

“아아, 하늘은 음양 오행으로 만물을 생성하시니, 그러므로 하늘과 땅은 오직 만물의 부모라고 합니다. 대개 부모는 자식에게 이로운 데로 인도하고 해로운 데를 피하도록 하려고 아니하는 일이 없으니, 비 오고 볕 나고, 덥고 춥고, 바람 불고 하는 것이 춘하추동에 서로 교대하여, 천하의 물건들이 크나 작으나, 굵으나 자나 모두 그 삶을 완수하나니,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천도의 변화로 모든 것이 생명을 바로 가지며, 구름이 다니고 비가 내리어 각종 물건이 형태를 갖춘다.’ 함이 이를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하늘의 명령을 받아 억조의 인민을 다스리는 자는 임금이온대, 사람의 일이 아래에서 감동하면 하늘의 변화가 위헤서 응하는 것이어서, 〈홍범(洪範)에 말한 것처럼〉 공손히 하며[肅], 평안히 하며[乂], 밝게 하며[哲], 신중히 하며[謀], 성스럽게 하면, 그 감응은 비[雨]와 볕[暘]과 더위[燠]와 추위[寒]와 바람[風]이 때맞추어 순조롭게 되고, 광망하며[狂], 참람하며[僭], 게을리 하며[豫], 조급히 굴고[急], 몽매하게 되면[蒙], 그 결과는 좋챦은 징조가 곧 나타나게 됩니다. 이제 더위가 다 가는 유월달에 있어서 한재가 극심함을 당하오니, 허물이 실로 나에게 있고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필연코 형벌 정책이 바로되지 못하여, 죄 있는 자가 잘못 용서를 받고 무죄한 자가 도리어 화를 입게 되어, 쓸 사람과 버릴 사람이 당치 못하게 바뀌고, 충성하고 바른 말 하는 이가 소홀함을 당하며, 총명의 길이 막히어 아랫사람의 사정이 윗사람에게 통하지 못하며, 법령이 어지럽게 변경되어 관리들이 준수하기에 어두우며, 또 더군다나, 눈으로 미처 보지 못하고 귀로 미처 듣지 못한 중에서 광범한 여러 고을들과 수많은 여러 백성들이 고르지 못한 부역으로 괴로움을 당하고, 번다한 납세에 쪼들리어 원망과 한탄이 일어나고, 평화로운 기분이 상하게 된 자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으니, 이는 다 나의 부덕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음 속으로 반성하여 스스로 자책하기를 금할 수 없나이다. 내가 성현의 글을 읽어서 대강 임금 도리의 당연히 할 바를 알고, 깊이 역대 국가의 성하고 쇠함을 거울삼아서, 거의 주색에 빠지거나 사냥을 일삼거나, 재물을 남용하여 백성을 해치거나, 병사에 전력하여 무위를 더럽히거나 하기에는 이르지 아니하고, 오직 대국을 예의로써 대접하고 신명을 정성으로써 받들며, 제 몸 기르기에는 박하게 하고 백성 구제하기에는 돈독하게 하며, 정사에는 부지런하고 형벌에는 조심하여, 한 마디 말과 한 가지 동작에도 호령을 내리고 법령을 시행할 때에 이르기까지 다 그 분수에 맞게 하여, 위로는 하느님이 부탁하여 내리신 무거운 책임을 저버리지 아니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이 우러러 받드는 전일한 마음을 위로하고자 할 뿐 이오니, 틈틈이 생각나는 나의 심회는 하느님이 실로 굽어 살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기품과 물욕이 서로 엇갈리고 학문과 수양이 미치지 못하는데, 어찌 능히 그 일상의 언동하는 가운데에 모두 꼭꼭 〈이치에〉 들어맞게 하여 하느님 뜻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게 하겠으며, 더구나 능히 진실한 마음으로 하늘을 섬기며 겸손한 마음으로 상제를 섬기기에 조심조심 전념하여 밝은 정신으로 잠시도 쉬지 않고 온종일 모시기만 하겠나이까. 당연히 하느님의 꾸지람이 깊으실 것이니 또 누구를 허물하겠나이까. 그러나 비록 하늘의 총명은 곧 민중의 총명으로 말미암아 위와 아래가 서로 통하여 간격이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한 개인이라도 실망이 된 일이 있을 때에는 오히려 하느님을 부르게 되거든, 하물며 한 국가에 임금이 되어서 억조의 민중을 통솔하는 자이야 어떠하겠으며, 또 하물며 자식으로서 아비에 대하여 진실로 정의가 있다면 어찌 저의 어질고 어질지 못함을 계교하여 구원해 주기를 청하지 아니할 것이며, 또 더구나 나 한 사람으로 인하여 만물들이 모두 시르죽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어찌 하느님의 마음인들 편하게 될 것입니까. 이번의 한재가 사뭇 이처럼 극도에 이르기에 일찍이 산천과 사직(社稷)에까지 기도하고, 또 일찍이 부모와 조상에게도 고하였으나, 끝내 효과가 없어서 근심된 마음이 극도로 답답하여 가슴이 타고 애가 달아, 밥을 대하여도 먹히지 않고 자리에 누웠다가 도로 일어나곤 하여 더욱더욱 안타깝고 송구한 지가 여러날이 되오니, 어찌 속에 있는 대로 쏟아서 하느님께 소상히 고하여 도와주시기를 빌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이에 약소한 제물을 올리면서 어린 회포를 진술하오니, 엎드려 생각하건대 호천 상제께서 나의 쌓인 정성을 살피시고 나의 서정하는 말씀을 굽어보셔서, 잘못된 허물을 용서하시고 애련한 생각을 특히 내리시어, 흐뭇하게 비를 주심으로써 모든 마른 것을 소생시키며 여러가지 곡식도 잘 되게 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과 억만의 생명으로 날짐승 물고기들 여러 종류에 이르기까지 다 살아 자랄 수 있도록 하여 주시면, 지극한 소원이 여기에 더 할 것이 없겠나이다.”

하였는데, 판부사 변계량(卞季良)이 지은 글이다. 그리고 오제(五帝)에게 제사하는 글에 이르기를,

“아아 밝으신 오제(五帝)님들은 실로 천황을 보좌하시매, 높디 높은 하늘 위에 계시면서 아래로 사방과 중앙을 맡으시어, 사람에 관한 일을 보살피고 돌보시어 재앙도 내리시고 상서도 내리시는데, 미천한 이 몸이 덕에 밝지 못하여 행동에 바른 길을 잃고 정치에 편벽됨이 많아서, 덕택이 널리 펴지지 못하고 정성이 하늘을 감동하지 못하였기에, 지난 봄철로부터 가물이 재앙이 되어, 비가 조금도 생물들을 적셔 주지 아니하고 논밭이 거의 누렇게 먼지만 나게 되었는데, 요새 한 여름에 이르러서 혹독한 더위가 쇠를 녹이고, 모진 바람이 사나운 심술을 부리어 온갖 물건이 되삶는 듯합니다. 불쌍한 우리 창생들은 소중한 것이 오직 먹는 일인데, 농사가 아주 병이 들어서 생명을 이을 길이 없게 된지라, 가만히 그 허물을 생각해 보건대 죄가 실로 나에게 있삽기로 내 몸을 어루만져 스스로 책망하고 옷깃을 바로하여 말씀을 아뢰옵니다. 우러러 생각하건대 신령님께서는 인자하게 덮어 주심이 한량없으시오니, 바라옵건대 성나신 위엄을 거두시고 이 땅의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시와, 상제를 깊이 도우셔서 은하수를 내리 쏟으시어, 곧 사방에 고루 단비를 내리시어 들판에서 농부들이 노래하고 길가에서 장사꾼들이 춤추며, 심지어 동물들과 식물들까지도 함께 은택을 입게 하여 주소서.”

하였는데, 예문관 제학 윤회(尹淮)가 지은 글이었다.

【원전】 3 집 78 면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과학-천기(天氣)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辛未/上以遠遊冠絳紗袍, 御勤政殿月臺幕次, 親傳圓壇祈雨祭香祝。 其祭昊天上帝文曰:

嗚呼! 天以陰陽五行, 化生萬物, 故曰惟天地, 萬物父母。 夫父母之於子, 俾之趨利而避害者, 無所不至。 雨暘燠寒風, 相代於四時, 而天下之物, 洪纖巨細, 咸遂其生矣。 《易》曰: “乾道變化, 各正性命。 雲行雨施, 品物流形。” 此之謂也。 雖然受上天之眷命, 理億兆之臣庶者, 君也。 人事感於下, 則天變應於上矣。 故肅乂哲謀, 聖之所感, 雨暘燠寒風, 時若狂僭豫急, 蒙之所召, 咎徵斯見。 今値徂暑之月, 乃遭旱災之甚, 咎實在予, 不可他求。 此必刑罰不中, 而有罪者曲蒙赦宥, 無罪者反罹殃禍。 用舍失宜, (易)〔而〕忠讜見疎也, 聰明壅塞, 而下情, 不得上達也, 法令紛更, 而官吏昧於遵守也。 又況目之所不及見, 耳之所不及聞, 州縣之廣、人民之衆, 病賦役之不均, 苦抽斂之多端, 起怨咨而傷和氣者, 不知其幾也, 此皆原於予之否德, 所以內訟自責, 而不能已。 予讀聖賢之書, 粗知君道之當爲, 深鑑歷代之盛衰, 庶不至於沈湎酒色、耽樂遊田、傷財害民、窮兵黷武。 惟欲事大以禮, 而事神以誠, 薄於自奉, 而篤於恤民, 勤於服政, 而愼於用刑, 以至一言一動發號施令之際, 莫不皆得其道, 上不負皇天付異之重, 下以慰億兆仰戴之專, 耿耿予懷, 天實照臨。 然以氣稟物欲之相因, 學問自修之未至, 其於日用云爲之間, 豈能皆適其宜, 而不獲戾於帝心哉? 況能存心以事天, 小心以事帝, 洞洞屬屬, 緝熙不已, 終日對越也哉! 宜乎天譴之深也, 又誰咎哉? 雖然天聰明, 自我民聰明, 達于上下而無間。 所以匹夫失所, 尙且呼天, 況君臨一國, 統億兆之衆者乎? 況子之於父, 苟有意焉, 豈自較其賢不肖, 而不以求救耶? 又況以予一人之故, 萬物擧歸於憔悴, 豈帝心之所安也哉? 今之旱災, 一至此極, 蓋嘗禱于山川, 以及社稷, 又嘗告于父母先祖, 竟莫能效。 憂心烈烈, 如焚如惔, 當食忘飡, 已臥復起, 而益深哀懼也, 蓋有日矣。 敢不披肝瀝膽, 昭告上帝, 以祈保佑乎? 玆薦菲儀, 仍陳卑抱, 伏惟昊天上帝, 諒予積誠, 監予敍辭, 赦宥過咎, 特賜矜憐, 霈然下雨, 以蘇群槁, 百穀用成, 致令無知赤子億萬生靈, 以至飛潛萬類, 皆得生育, 不勝至願。

判府事卞季良之辭也。 其祭五帝文曰:

於昭五帝, 實佐天皇。 高高在上, 主下土方。 監觀人事, 降災降祥。 眇予小子, 不明于德。 擧措失宜, 政治多僻。 澤未旁施, 誠未感格。 粤自春月, 旱魃爲災。 雨不潤物, 田半黃埃。 比于盛夏, 酷(署)〔暑〕流金。 凄風煽虐, 萬彙如燖。 嗟我蒼生, 所重惟食。 稼穡卒痒, 民命莫續。 靜思厥咎, 罪實在台。 撫躬自責, 敷袵陳辭。 仰惟大德, 仁覆無垠。 冀收威怒, 愍此下民。 默贊上帝, 屈注銀河。 遄令四履, 均被滂沱。 農歌商抃, 于野于途。 延及動植, 亦與沾濡。

藝文提學尹淮之辭也。

【원전】 3 집 78 면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과학-천기(天氣)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