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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경제 상황분석

by 바로요거 2008. 6. 13.

경제지표로 본 제2의 IMF설 실체

일요신문 | 기사입력 2008.06.13 17:30

이른바 'IMF'라 불렸던 외환위기 사태가 벌어진 것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외환위기는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그야말로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고 이로 인해 거리로 내몰렸던 실업자들이 부지기수였다. IMF 직후인 98년 3월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을 때 학생 3명 중 1명이 '무직'이라고 답한 학급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8일 장중 105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물가 불안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이 끔찍했던 기억들도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뇌리에서 지워져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누가 했던가. 최근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유가와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단기 외채 급증 소식은 IMF란 이름의 '자라'를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금 기억의 한복판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제2의 IMF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지금의 경제 형편이 IMF 때보다 더 나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는 IMF를 운운하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며 괜한 위기감만 조장한다는 입장이다. < 일요신문 > 은 최근 각종 경제지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이 과연 위기인지 그리고 한국의 경제상황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를 짚어봤다.

'외환위기'란 한 나라에 외환이 부족해서 외국과 거래를 못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가 대책없이 늘어나기만 하면 그 나라는 외환위기에 노출된다.

지난 97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당하기 전 외채규모는 세계은행 경고 수준에 비추어 외환위기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세계은행은 외채가 국내총생산의 50%를 넘으면 '중(重)채무국'으로 분류하고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데, 96년 당시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국내총생산의 21.8%밖에 되지 않았다.

문제는 단기 외채 비중이었다. 97년 말 우리나라 단기 외채 비중은 전체 외채의 51.5%나 됐다. 90년대 들어서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외채가 빠르게 늘어났으며 특히 단기 외채의 비중이 급증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한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글로벌 외환시장의 상황도 별로 좋지 못했다. 결국 97년 말 660억 달러에 이르는 단기 외채의 상환만기가 닥쳤는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100억 달러도 못되어 외환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결국 '경상수지 적자 확대 → 단기 외채 급증 → 외환보유고 하락'의 단계로 외환위기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상황은 어떨까. IMF 때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이후 2000년부터 화물차에 야채를 싣고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한다는 한 아무개 씨(46)는 "경유값이 너무 올라 오히려 집에서 가만있는 게 마음고생도 안하고 훨씬 낫다"고 말한다. 그는 "IMF 때 회사를 그만둔 후 이제 와서야 본궤도에 올랐다 싶었는데 최근 기름값이나 물가를 보면 10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고 하소연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보통 3주 뒤에 시장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6월 셋째 주 정도에 일선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값이 가장 높을 것"이라며 향후 기름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 시장에서는 1년 내에 배럴당 150달러는 물론 200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도 흘러나온다. 그렇게 되면 휘발유와 경유를 막론하고 리터당 2500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것. 다행히 최근 들어 국제유가는 한풀 꺾여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도 두고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유가를 제외한 다른 물가의 상승률도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 물가는 4.9% 올라 한국은행 물가관리 목표 3.5%를 훨씬 뛰어넘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52개 품목으로 구성된 이른바 'MB 물가지수'는 6.7%나 뛰었다. 돼지고기, 밀가루, 라면 등 식품 값은 물론이고 학원비, 목욕비 심지어는 미용실 파마 값도 올라 집집마다 생활고에 아우성이다.

이 정부 들어 환율이 달러당 930원대에서 1050원대로 뛰어오른 것이 물가 불안을 부채질했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원화 약세로 수출을 늘리겠다던 정부부메랑 효과가 날아들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고환율정책에서 물가안정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외환위기가 일어났던 당시 경제지표와 비교해서도 비슷한 징후들은 여럿 포착되고 있다. 성장률,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모두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일단 단기 외채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2005년 말 1879억 달러였던 외채가 지난해 말 3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2년 만에 외채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 단순한 외채 규모보다 외환보유고 대비 외채 비율이 60%를 넘어섰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60%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 수준이다. 이를 넘어서면 단기 외채나 외환보유고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지 오래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누적적자가 75억 달러가 넘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4월 한달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15억 6000만 달러로 3월의 1억 1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환율을 이용한 성장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도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다. 97년 당시 김영삼 정부에서 무리한 원화 강세 정책을 추진하다가 외환위기를 불렀다. 원화 강세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섰고 이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가입해 선진국이 된 듯한 분위기였지만 대가는 컸다. 경제지표로 나타난 상징적 대가는 1996년 231억 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적자였다. 경상수지 적자는 단기 외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수출확대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도 고환율 정책을 고집했다. 이는 최근 살인적인 물가급등을 부추겼다.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수입물가를 한번 더 끌어올렸고, 이는 소비자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글로벌 외환시장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호의적이지 않다.

결국 현 경제상황은 97년 IMF 당시와 비교해서 외환보유고만이 외환위기를 막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시 상황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위기는 맞지만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전효찬 박사는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났고 단기 외채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과는 유사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많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박사는 "당시 외채 비중이 외환보유고 대비 600~700 %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60.5%에 불과하다"며 "게다가 단기 외채도 일시적으로 만기가 돌아온다 해도 현재의 외환보유고 규모로 볼 때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전 단계로 보기 어렵다는 것.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까지도 고환율정책을 고집한 것은 성장에 비중을 두기 위해서이지만 물가안정 없는 성장은 거품"이라며 "소득이 늘어도 물가가 오르는 만큼 뒤로 손해를 보게 돼 삶의 질은 제자리걸음 하거나 뒷걸음을 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거시·국제금융팀 관계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지만 하반기부터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경상수지 적자현상을 지나치게 확대해석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단기외채 성격상 일시적으로 만기가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런 충고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에 비해 유독 월급만 오르지 않으니 체감경기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쇠고기 파동에 묻혀버린 경제상황은 조만간 수습되지 않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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