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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리포트-2008년 6월

by 바로요거 2008. 6. 16.

[권대우의 경제레터] 2008년 6월에 쓰는 한국 리포트

아시아경제 | 기사입력 2008.06.16 10:19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주말은 잘 쉬셨습니까? 월요일 출근길에 쏟아지는 뉴스는 모두 어둡기만 합니다. 기분 좋은 소식은 없습니다. 이런 상태가 3월 이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상반기를 마감하고 하반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요즘 어느 모임을 가 봐도 나라를 걱정하는 얘기들뿐입니다. 급기야는 과거에 잘 살았던 필리핀이 못살게 돼 근로자와 식모를 수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다시 외환위기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한국이 선진국문턱에서 영원히 좌절하는 게 아닌가하는 적정이 앞서는 6월입니다.

오늘 아침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뉴스는 위기조짐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경제와 아르헨티나가 다시 채무불이행의 고비에 섰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르헨티나의 대외채무가 사상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은 2001년 수준을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농업부문 파업 등에 따른 갈등이 고조되고 채무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갈 가능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베트남이 겪고 있는 위기가 아시아지역으로 파급되는 현상도 경계해야 할 사항중의 하나입니다. 베트남의 위기는 이미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의 통화가치 급락, 금리인상, 시장위축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권 경제 전체로 위기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진단을 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단기외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9년 만에 순 채무국의 입장으로 돌아서게 됐고 부산항 기능이 마비 수출화물 선적이 중단된 상태라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신문들이 악재만 잔뜩 한국경제, 경고등만 켜진 한국경제의 계기판을 우려하는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믹 리뷰와의 회견에서 이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지금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나서 경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제가 좋아질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등 뒷받침하는 것"이란 충고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제의 사령탑인 강만수 장관이 유임되든 새로운 사람이 오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당장 원하는 것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대통령은 정치와 국민통합, 인사를 잘해야 경제도 풀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며칠 전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우리경제의 위기조짐을 걱정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밝힌 걱정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외채가 상당히 늘었고 국제수지도 단기간에 흑자전환하기 힘들다 체력이 약하면 수술을 할 수 없듯이 경제지표를 점검해 상황이 나쁘면 공기업 개혁이나 대운하문제는 뒤로 미뤄야한다. 지금 발언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시장에서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고 정부도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국제수지가 적자가 나면 환율은 올라가기 마련인데 유가도 계속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내년에는 우리 사회가 거대한 임금상승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의 이런 우려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여당의 정책위 의장이 위기론을 증폭시킬 수 있느냐며 대통령까지 나서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했다고 합니다. 여당의 정책책임자가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마냥 무책임한 발언정도로 돌릴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경고등이 이를 예고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류대란으로 자동차 철강운송이 올 스톱될 위기를 맞고 있고 건설기계노조도 오늘부터 파업에 돌입 건설현장의 망치소리는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치솟는 원자재값에 금융시스템까지 동요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경제전망 때문에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바람에 투자지표역시 8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며칠 전 AP통신이 한국경제를 마치 "불도저가 전진하기도 전에 중립기어상태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내 뭘 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에 빠져 있다"고 한 보도를 귀담아 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시아 4위 경제대국의 운명에 어둠이 더해가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의 거리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신으로 추앙하는 신사가 있습니다. 이곳 입구에 원숭이 3마리를 그려놓은 현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3마리의 모습이 모두 다릅니다.

한 마리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또 한 마리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다른 한 마리는 두 손으로 입을 덮고 있습니다. 이 원숭이 3마리는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안들은 척하고 하는 것을 절대로 입밖에 내지 말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닛본 리포트'를 쓴 오대영씨는 이를 인내를 인생철학으로 삼았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훈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하기 전 한국의 위기상황을 그저 쉬쉬하며 숨겨왔습니다. 경제는 국민들의 마음에서 영향을 받으니 국민들이 불안해하면 안 되고 잘못 까발리면 대외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위기를 보며, 위기를 주의 깊게 들으며, 위기를 말하며 돌파구를 찾을 때가 아닌가 생각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귀를 열고, 위기를 논하는 3마리 원숭이의 모습을 시청 앞과 광화문네거리에 세워둘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요?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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