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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Ⅰ] 서양의 여성 정치인 ‘파워 업’ | 배경

by 바로요거 2008. 3. 24.

[특집Ⅰ] 서양의 여성 정치인 ‘파워 업’ | 배경

위클리조선 | 기사입력 2006.12.05 10:32 | 최종수정 2006.12.05 10:32

서구에서 '여성 최고 지도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성 대통령과 총리의 등장을 '이변'이라기보다는 당연히 일어나야 할 변화로 본다. 미국의 예를 보자.

미국 대학졸업자는 남자 100명당 여자 130명이다. 앞으로 미국 여성이 결혼할 때는 자신보다 낮은 학력을 가진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과대학원과 의과대학원은 남녀 재학생 비율이 50대 50이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여학생 비율이 약 30%다.

반면 미국 정치에서 여성 의원 비율은 세계 평균인 17%를 밑도는 평균 15.2%다. 미국 사회 전반의 여성 진출 비율을 고려할 때 정치는 여성 참여 면에서 후진적인 분야다. 그런 의미에서 힐러리의 약진이나 미국 최초로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 의원의 등장은 여성 정치가 뒤늦게 미국 사회 전반의 수준에 맞추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다른 분야의 고급직종에서 여성의 역할이 빠르게 확대된 것에 비하면 정치권의 변화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경제·사회 구조가 여성의 노동력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형태로 바뀌어왔고 대중교육이 확산되면서 여성의 역할이 계속 확대돼 왔는데 가장 뒤져 있던 정치에서 드디어 당연하고도 자연스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커진 것도 여성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조직 동원력이 관건이었던 과거의 선거방식은 여성에게 불리했지만 미디어는 여성에게 덜 적대적이라 적응하기 쉬웠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제 정치인이 유세장을 돌면서 사자후를 토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TV 카메라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할 때 유권자가 더 가깝게 느낄 수도 있다. 정치인과 유권자 간의 소통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국제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 전 세계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치하던 냉전시대에는 군사적인 이슈가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 국제환경이 '대치'와 '긴장'의 시대를 벗어났다. 김민전 교수는 "정치 이슈가 생활과 여성 문제 등으로 옮아간 것도 여성 정치인의 입지를 확대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정치학자는 의회에서 여성의원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서 건강과 교육 예산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도 여성 정치인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정당의 기성세력에 대한 염증이 여성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세계화 시대에 청년실업, 빈부격차, 성장저하 등의 문제는 한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장훈 교수는 유권자들이 그런 상황에 대한 불만을 새로운 정치자원인 여성 정치인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정치인은 그 동안 주류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었다. 대중이 염증을 느끼는 '기존 정치'의 외곽에 있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여성 정치인이 새 정치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 정치인의 정치 스타일도 변했다. 과거의 여성 정치인이 '남자들 판치는 세상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 경우'였다면 요즘은 '여성답게 자연스럽게 살면서 동시에 실력을 갖춘 경우'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유력한 힐러리와 미국 최초의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의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스 사회당의 루아얄 후보는 모두 최고의 교육을 받고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선택한 정치 전문가다. 남편이 갑자기 죽어 대신 선거에 뛰어들어 당선된 것도 아니고 다른 분야에서 만든 성공과 명성 덕에 정치에 스카우트된 것도 아니다. 정치가 좋아하는 일이라 도전하고 노력해서 성공한 경우다.

요즘 성공한 여성 정치인은 '여성성'과 '자기다움'이 강점이다. 정식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 넷을 낳아 키운 루아얄, 재혼한 남편과 자녀 없이 사는 메르켈, 딸 하나를 키우며 남편의 바람끼를 참고 견딘 힐러리는 보통사람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삶의 한 형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유권자가 원하는 틀에 맞추지 않는다.

한 여성 리더십 전문가는 "여성 최고 지도자의 등장이 한 사회에 주는 가장 긍정적인 메시지는 포용성"이라고 했다. 여성 지도자들이 각 분야에서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한다 해도 "이제부터 남자는 빼자"는 식으로 움직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는 "여성 리더십은 배제와 분리보다는 공유와 소통을 더 중시한다"고 했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들은 여성 리더십의 특성은 '수평적'이고 '의사소통이 뛰어난 점'이라고 분석한다.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리더십연구소 소장은 "과거에는 명령을 신속하게 수행하는 수직적, 남성적 리더십이 효율 면에서 더 유용했지만 다양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인터넷 시대에는 소통과 조화를 중시하는 여성의 수평적 리더십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인선 조선일보 정치부 차장대우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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