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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新엔진 우먼파워]10. “공학은 남성적? 고정관념 부터 깨자”

by 바로요거 2008. 3. 24.

[산업현장의 新엔진 우먼파워]10. “공학은 남성적? 고정관념 부터 깨자”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5.12.27 19:32 | 최종수정 2005.12.27 19:32

여성 공학인들의 활약상과 현황을 점검하는 '산업현장의 신엔진 우먼파워'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정부 및 지원기관과 여성 공학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석해 여성 엔지니어의 사회진출 활성화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경향신문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사회‥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공학분야에서도 여성의 파워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고 사회·구조적으로 지원돼야 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우선 여성들의 공학계 진출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같이 짚어보겠습니다.

최‥기계나 전기와 같은 분야는 여성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여학생들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또 공대를 졸업하지 않았는데도 공학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요즘 산자부 지원으로 '와치21'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관심과 만족도가 높습니다. 기계, 항공, 선박, 해양 등 분야는 여성이 안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 분야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기계공학을 전공한 저의 경우에는 요즘 여자 후배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제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여학생들이 (기계) 전공을 해도 전공과는 상관없는 분야로 진출합니다. 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뽑아줘야 합니다. 만도기계에 여자 후배 3명이 가 있는데 잘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호‥여성이 공학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여성인력이 없는 모든 분야에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기존 연구를 보면 남자, 여자가 각각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여성이 기계, 항공 등에 가는 것은 자기의 경쟁력에 따른 것이고 이같은 현상이 활발해진다면 바람직하겠죠. 하지만 모든 분야에 여성 티오를 강제로 늘리거나 하는 식으로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김민‥삼성SDS 등 주요 IT관련 회사는 40%가 여성 인력이고 소프트웨어 작업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KTF)와 같은 이동통신회사는 네트워크 구축 등 하드한 업무도 많습니다. IT분야라고 친여성적이라고 보기 보다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맞는 분야인가 아닌가를 선택해야 합니다. 통신회사에서도 네트워크 부문에 여성들이 많지는 않아요. 50m 높이의 철탑에 올라가는 등 힘든 일이 많지만 실제 이 일을 하는 여직원 중에는 스스로 일을 즐깁니다.

김호‥인간적으로 접근하면 당연히 개개인의 문제죠. 하지만 정책은 다르다고 봅니다. 더 지원해줄 수 있는 부문이 있는지, 어느 쪽이 효율이 높은지 살펴보고 유도해야 합니다.

민‥물론 정책적 판단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성은 그동안 자기가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회구조적 맥락 아래 놓여있었습니다. 오랜 학교 교육에 기인한 바 크겠죠. 여학생은 가정, 남학생은 기술을 배우는 것은 처음부터 남녀를 구분해 달리 출발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학생은 수학이나 과학을 싫어한다고 치부하는데, 여학생들에게 친화적인 교수법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교사들이 이공계열에 대한 정보가 없어 공대 진학을 추천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여성들이 다양성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는 진입장벽을 제거해줘야 합니다.

박봉‥다방면에 여성의 진출이 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산업구조가 바뀌고 전체적인 추세가 소프트화되면서 이는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자연히 그 방향으로 흐르지 않겠습니까.

박성‥정말 기계·항공 등 분야에서 여성들이 기름때를 묻히나요. 저는 건축공학과를 나왔지만 직접 현장에서 콘크리트 붓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공학이라고 무조건 힘쓰는 일이라는 것도 고정관념입니다.

사회‥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공학 분야를 여성 친화적이냐, 아니냐로 가를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소외된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군요. 정부가 정책을 내놔야할 것 같네요.

김호‥만족스럽진 않지만 교육부의 와이즈 프로그램, 산자부의 와치21 등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를 확대할 수 있을 겁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도 공학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여성공학인 중 사회적으로 잘 하고 있는 성공모델을 발굴해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민‥딸의 진로엔 엄마가 미치는 영향이 아주 커요. 엄마를 정책 대상 집단으로 삼아 역할 모델을 만나게 해주거나 엄마를 공략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또 외국처럼 공학분야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 개선에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과거 여성건축공학자가 나오는 드라마 등이 여학생을 건축 분야로 유도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사회‥이제까지 여학생들의 이공계 선택과 취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나 일단 취업한 여성들의 경우 가정이라는 또 다른 장벽을 갖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이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박성‥국가가 주도하는 공공보육제도가 정착돼야 합니다.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제대로 키울 인프라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은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입니다. 여성이 관리자로 성장하는데 육아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마음놓고 맡길 시설이 필요한데 이러한 부분에서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민‥대부분 '직장여성의 경쟁력은 친정 엄마의 경쟁력'이라고 하죠. 아주 어린 애들은 차라리 보육시설을 이용하면 되는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습을 도와줘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교육부와 연계해 방과후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등 초등학교 과정까지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박봉‥정부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기본적인 인프라를 깔아줘야 합니다. 단순히 비용을 얼마 지원해주는 식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프라를 깔아주고 차별화된 보육 수요를 원하는 계층을 위해 민간이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방식이 적절해 보입니다.

최‥기업에서 모범적으로 직장내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정말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정책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사회‥보육 문제는 여전히 직장 여성들의 고민이군요. 정부에서는 인구가 감소한다고 걱정인데 혹시 회사에서 지원이나 배려를 할 경우 아이를 더 낳을 생각도 있으신가요.

김민‥절대로 둘째는 낳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첫째를 낳을 때 개인적으로 팀장을 맡고 있었는데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가 배려해준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민‥열심히 일하던 여성 인력들이 중간 관리자가 되면서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가 여성으로서 임신, 출산, 육아 문제에 부딪혀야 하지만 업무적으로는 책임이 많아지고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두배로 힘든 것 같습니다.

김호‥여성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들이 회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면 국가적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보육 및 교육 등 전체적인 육아 수요를 해결해 주는 산업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사회‥우리 사회에는 아직 임원급 여성이나 여성 CEO가 많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박봉‥기업에서 이공계 출신의 남성 CEO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얼마 안됐습니다. 일단 인력풀이 형성돼야 합니다. 부장, 이사 등 임원급 여성관리자들이 형성돼야 사장도 나옵니다.

김민‥시간이 지나면 여성 임원도, 여성 사장도 나올 것입니다. 흔히 출세에 필요한 것이 끈, 끼, 꾀, 꼴, 깡, 꿈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중 여성에게 부족한 것은 끈, 소위 네트워킹 능력입니다. 이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약하고 이를 구축하기도 쉽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민‥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된다는 것은 안이한 생각입니다. 여성들의 풀을 많이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중간 관리자급의 여성들이 많이 떨어져나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겉으로는 육아 문제지만 사실은 승진이 불투명해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많죠. 여성 인력을 일정 비율 이상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비율을 관리하는 것이 더 절실합니다.

이‥회사에서 보면 리더십이 뛰어난 여직원이 많습니다. 여성에 대한 배려, 인센티브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아직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박성‥솔직히 내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으니 움츠러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성 인력이 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아직 역할 모델이 없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민‥삼성의 경우 여성 인력이 많이 육성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건희 회장의 철학입니다. 최고 경영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정부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김호‥여성 리더십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산자부에서는 산업계에 진출한 여성 인력의 리더십 함양에 많은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지원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윗줄 왼쪽부터)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김호원 산업자원부 기술국장, 최순자 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 (아랫줄)민무숙 여성개발원 부장, 박성신 대우건설 차장, 김민정 KTF 부장, 이영옥 한국전력기술 기계기술처 차장.
〈정리 박은경기자·사진 남호진기자|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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