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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新엔진 우먼파워] 8. 이영옥 한전기술 차장

by 바로요거 2008. 3. 24.

[산업현장의 新엔진 우먼파워] 8. 이영옥 한전기술 차장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5.12.13 18:02 | 최종수정 2005.12.13 18:02

"열심히 공부해서 꼭 졸업해주길 바라네."
1983년 3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25년 만에 처음 입학한 한 여학생에게 당시 공대 학장이 한 말이다. 학장의 당부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를 보는 주변의 시선도 온통 호기심뿐이었다.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기계기술처 이영옥 차장. 그는 원자력 안전에 관한 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원전시설이 천재지변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안전하게 가동·유지될 수 있도록 기기를 검증하고 원전 설계에 이를 반영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영광 3·4호기를 시작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원전 프로젝트에는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이차장이 처음부터 '핵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89년 대학원을 마친 뒤 공대 출신 첫 여성엔지니어로 입사한 그 역시 수많은 편견과 싸워야 했다. 유달리 수학·물리에 재능을 보인 그에게 기계공학은 적성에 꼭 맞는 선택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박사과정을 거쳐 교수가 되려던 꿈을 접고 취업으로 방향을 튼 것도 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다. 지금도 전국 대학의 기계공학과 중 여성교수는 1명에 불과하다. 당시 지도교수는 그에게 "어차피 박사를 마쳐도 여자교수를 받아줄 학교는 없을 것 같다"면서 현재의 회사를 소개해줬다. 여러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면접 때 받은 질문도 "얼마나 일할 수 있느냐"는 투였다. 입사 후에도 상사들은 "5년도 안 다닐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그를 대했다. 업무 협의를 위해 한전이나 협력업체 사람들을 만날 때면 "왜 엔지니어가 오지 않고 여직원을 보냈느냐"는 짜증을 듣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편견과 맞섰다. 부당한 대우나 차별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대신 맡은 일은 똑 부러지게 해냈다. 빈틈없는 일 처리와 달리 성격은 오히려 털털하고 원만해 직장 안에서 인기도 좋았다.

상사들이 '한계'라고 말하던 5년째가 되면서 기회는 왔다. 입사 당시만해도 영어는 사내에서 공용어였고 주요 원전설계는 모두 미국의 몫이었다. 원전분야의 기술전수가 한창이었지만 해당분야 엔지니어는 턱없이 부족했다.

"제 전공이 열전달인데 영광 3·4호기를 설계하던 당시 사내에 기술전수를 받을 수 있는 전문가가 저 외에 없었습니다. 자연히 내가 그 일을 맡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죠."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남자 직원들과 똑같이 과장·차장으로 승진했고 97년에는 서울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2000년에는 미국의 전문 기계기술자 자격증도 취득했다.

모두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지금까지 언제 어디서나 극소수에 속했던 그는 좀더 많은 여성엔지니어가 배출되기를 바라는 심정 때문에 지난해부터 이공계 여대생을 위한 멘토로 나서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잘 나가는' 그도 육아와 가사문제가 가장 고민이고 어렵다.
"시부모님이 육아와 가사에 많은 도움을 주는 후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사실 사회생활하는 여성들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도 결국은 육아와 가사문제 때문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87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9년 한전기술 입사(기계기술처)
▲1999년 서울대 대학원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0년 미국 전문기계기술자 자격증
▲2004년 산업기술진흥유공자상(산자부장관상)
▲2004년 3월~ 여성공학기술인협회 이사
〈글 박경은·사진 남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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