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강경대응ㆍ정부 외교노력 병행해야
(인천=연합뉴스) 김명균 기자 =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해양경찰에 대한 중국 어선 선원들의 폭력행위가 끊이지 않고 수법도 갈수록 조직화, 흉포화하고 있다.
12일 인천해경 소속 특공대원이 중국 선원의 흉기에 찔려 숨지자 강경 대응과 함께 실효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경의 불법 조업 중국어선 단속과정에서 희생자가 발생하기는 2008년 9월에 이어 3년여 만이다.
◇해경 "우리 대원이 또"..시민들 "강경진압해야" = 이날 오전 서해 소청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국어선을 나포, 인천해경 전용부두로 압송하려던 인천해경 소속 특공대원 이모(41)경장이 중국선원이 휘두른 유리조각에 찔려 숨졌다.
해경대원 사망사건은 2008년 9월 전남 가거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국어선을 검문하던 목포해경 박경조(당시 48세) 경위가 중국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바다로 추락사한지 3년만에 일어났다.
이 경장도 이날 오전 5시40분부터 불법조업 단속에 나서 중국어선에 올라가 선원들을 제압하던 중 중국선원의 기습 난동에 희생됐다.
사건이 발생하자 해경 직원들은 "흉기를 휘두르는 중국선원들에게 언제까지 관용을 베풀어야 하냐"며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해양경찰청 홈페이지는 불법조업 중국어선과 선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글로 넘쳐나고 있다.
한 시민은 "더 이상 아까운 생명 잃지 않게 좀 더 강력하게 대응해달라"며 "매번 흉기들고 설쳐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저러는것 아니냐"며 아타까워했다.
신모씨는 "공해상도 아니고 대한민국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데 왜 이리 소극적 진압으로 화를 자초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 어장 '황폐화'가 원인 = 중국 산둥반도에서 출어한 어선들은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가리지 않고 우리 어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남획에 따른 어장 황폐화로 자국 영해에서 어로작업이 불가능해진 어선들은 주로 밤과 새벽 시간대를 이용, 해경 경비함과 숨바꼭질을 하며 우리 영해에서 치어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해경단속에 맞서 날로 지능화ㆍ대규모화ㆍ흉포화하고 있다. 갑판에 쇠꼬챙이를 박아 해경의 접근을 막는가 하면 도끼와 쇠파이프로 중무장한다.
해경은 지난달 16∼18일 서해 어청도 북서방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경비정과 경비함, 헬기, 고속 단정 등을 투입한 대대적인 입체작전으로 중국어선 10여척을 나포하고, 죽봉 등을 휘두르며 저항하던 중국 선원 전원을 검거했다.
상왕등도에서 적발된 중국선원들은 특공대원이 배에 오르려 하자 죽봉 등을 휘두르며 집단으로 저항했다. 배를 줄로 연결한 채 1시간 넘게 중국 쪽으로 달아나던 이들은 헬기와 해상 특공대원의 협공에 결국 투항했다.
◇해경 '위기 매뉴얼'도 속수무책.."정부 외교 강화해야" = 해경은 지난 3월 불법조업 중국어선의 나포 및 압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단속 대원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위기 매뉴얼'을 수립, 교육하고 있다.
무허가 또는 제한조건 위반 등으로 나포된 외국 어선에 대한 담보금의 법정 한도액도 7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흉기를 든 중국선원들의 대항에 맞서 방탄조끼와 가스총도 지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법조업 단속 과정에서 또 사상자가 발생해 해경의 매뉴얼에 허점을 드러냈다. 현재의 대응으로는 중국선원들의 폭력저항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음을 입증한 것이다.
재원을 마련해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불법조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과 결실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km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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