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금융위기 2008년 보다 더 심각한 이유 3가지는?

현재 세계 금융위기 2008년 보다 더 심각한 이유 3가지는?

 

지금 위기 2008년보다 더 심각한 3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 권성희 기자 | 입력 2011.08.09 13:30

[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지난주부터 시작된 전세계 금융시장의 패닉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판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미 전세계 주식시장의 낙폭은 2008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와 맞먹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9일 시장의 혼란만 가지고 2008년 위기의 역사가 반복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뉴욕 증시 마감 후 S & 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하자 펀드매니저들은 블랙먼데이를 예상하며 "데자뷰(기시감)란 느낌 자체가 역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의 금융시장 급변동이 "2008년 위기의 연속"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이미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 맞먹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간주하고 있다. S & 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비견된다는 것이다.

WSJ는 그러나 버블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문구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가 이번 위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지금 위기를 2008년 위기의 프리즘에 맞춰 보는 사람들은 현재 글로벌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오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년전 위기의 원인은 주택 매수자, 지금은 정부

WSJ는 2008년 금융위기와 지금은 펀데멘털에서 3가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가장 명확한 차이는 3년 전 위기와 지금이 위기는 근본원인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3년 전 위기는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위기의 시발점은 과도하게 낙관적인 주택 구입자들이었다. 월스트리트 금융가는 주택담보대출을 증권화해 파는 방식으로 주택 버블을 더욱 키웠다. 이 때 신용평가사의 긍정적인 신용등급이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주택 버블은 글로벌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주택 버블이 꺼졌을 때 금융부문의 붕괴는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반면 현재의 위기는 위에서부터 시작됐다. 경기를 부양시키고 부채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정부가 점차적으로 기업과 금융 부문에서 신뢰를 잃어간 것이 위기의 출발이다.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실망은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를 급격히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는 고용시장 부진과 경제 성장세 약화라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시장과 금융회사는 지난 2008년처럼 위기의 주범이 아니라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

◆3년전엔 과잉 부채가 문제, 지금은 과도한 절약이 문제

두번째 차이는 아마도 3년 전 위기와 지금 위기를 구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금융회사와 가계는 2007~2008년 값싼 자금으로 신용버블의 환각에 취해 있었다.

버블이 터지자 금융회사와 가계는 냉혹한 현실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부채 축소에 나서야 했으며 이는 대규모 경기 침체 충격을 일으켰다.

반면 지금의 문제는 그 때와 정반대다. 경제 성장세 부진으로 기업과 소비자들은 빚을 쓰기는 커녕 현금을 끌어안은 채 있는 돈도 쓰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 결과 소비와 투자 증가세는 사실상 정체돼 있다.

◆3년 전 위기 해법은 단순, 지금은 유동성으로 해결 안돼

마지막 차이점은 앞에 소개한 위기의 원인 2가지에서 귀결된다. 위기의 기원을 봤을 때 2008년 금융위기는 고통스럽긴 하지만 해법이 있었고 또 단순했다. 정부가 개입해 저금리와 은행 구제금융,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면 됐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한 관계자는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란 표현을 썼지만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모든 것을 해결하고 방어할 수 있다"고 간단히 말했다.

물론 위기를 탈출하는데 든 정책 비용은 싸지 않았다. 전세계 정부가 금융 시스템에 1조달러 가량의 돈을 쏟아 부어야 했다. 납세자들의 세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위기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랐다는 점에서 공평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국 1929~32년의 공포스러운 글로벌 대공황을 피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3년 전과 같은 대책이 해법으로 고려될 수 없다. 현재의 금융시장 긴장은 유동성 부족이나 민간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부채) 때문에 야기된 것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깔고 앉아 있다. 기업이나 가계의 대차대조표는 과거처럼 부채로 부풀려져 있지 않다.

진짜 문제는 금융부문의 만성적 신뢰 부족과 정부의 경제 운용 능력 부재다. 정말 그런지 궁금하다면 금융시스템의 '배관', 즉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시장부터 은행간 단기 대출시장까지 흐름을 한번 보라. 혹은 S & P나 이탈리아 및 스페인 국채 매수자들에게 물어보라. 정치인들이 이 혼란을 해결할 것으로 신뢰하느냐고.

◆시중엔 이미 현금 넘쳐, 추가 유동성 효력 없을 듯

이번 위기의 특이한 점은 3년 전 위기 때 사용했던 무기들이 지금은 전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월스트리트와 유럽 금융가는 통화정책 당국의 개입을 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추가 공급(3차 양적완화, QE3)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을 갈구하고 있다. 2008년에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중앙은행들이 이미 현금으로 넘치는 경제 시스템에 더 많은 돈을 집어넣는다고 어떤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지금 대기업들은 은행에 너무 많은 현금을 예치하고 있어 은행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다. 오죽했으면 뱅크 오브 뉴욕 멜런이 대규모 예금에는 이자를 지급하기는커녕 오히려 수수료를 부과해 대가를 받겠다는, 사상 유례가 없는 조치를 발표했겠는가.

예민해진 투자자들에게 '엉클 샘(미국 정부를 의미)'이나 혹은 그 사촌인 '프랑크푸르트(ECB가 위치한 도시)'가 수십억달러의 지폐를 찍어내 더 나눠준다 한들 시장에 복귀하라고 설득할 수 있겠는가.

2011년 지금의 금융계는 정치적 자금을 구걸하며 지원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 않다.

◆시장의 자생적 회복력을 믿든, 정치인들이 개벽할만큼 변해야

현재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시장이 스스로 내적인 힘에 의지하거나 혹은 정치인들이 경제성장세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둘 중의 하나밖에 없다.

시장 주도의 해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산 가격은 어느 시점에 너무나 싸져서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에 호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워런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는 보통 어떤 거시적 문제에 대한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수한다"고 적었던 것을 기억하라.

다른 방법은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들이 수요와 투자 증가를 촉발하는데 필요한 재정과 노동 개혁을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종종 과거의 문제는 현재 문제보다 훨씬 더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2008년과 달리 정부의 돈이 오늘날 침체된 공포의 환경에 더 이상 좋은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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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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