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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갈등 고조, 개선되기 어렵다.

by 바로요거 2010. 8. 5.

남북관계 갈등 고조, 개선되기 어렵다.

 

[커버스토리]남북관계 ‘출구’가 안 보인다

위클리경향 | 입력 2010.08.05 11:39

ㆍ현정부 출범 후 갈등 수위 고조… 미국의 대북입장도 당분간 강경

지난 7월 25~28일 나흘 동안 동해상을 지배한 것은 '불굴의 의지'였다. 한·미 연합훈련(훈련명 '불굴의 의지')에 참가한 미 해군 7함대 핵심 전력은 북한과 중국의 코 앞에서 핵항모 조지 워싱턴호,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 핵잠수함, F-22 전투기 등으로 이뤄진 막강한 전력을 시위했다.

 

 ↑ 천안함 침몰 사고에 의해 결정적으로 닫혀버린 남북관계의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사진은 지난 5월 19일 민·군합동조사단 윤덕용 단장이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천안함 연돌에 묻어 있는 알루미늄 자국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인 지난 7월 26일 동해 상공에서 미 7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가 18비행단 소속 KC-135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한·미 연합훈련은 이례적으로 공중급유 훈련까지 실시할 정도로 화끈했지만, '불굴의 의지'로부터 발원한 한파는 한여름 한반도를 꽁꽁 얼려 놓았다. 남한과 북한은 그 빙판 위에서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미끄러지고 있다. 앞이 안 보인다. 남북관계는 또 다시 짙은 안개 속에 들어섰다.

"악화되진 않겠지만 개선되기도 어렵다"


눈 앞의 관심사는 하나다.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인가. "더 악화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선되기도 어렵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안보문제 전문가는 말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남북관계가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후퇴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기왕의 남북관계를 생각한다면 "개선되기도 어렵다"는 말에 무게가 실린다. 그는 "(남북관계의 앞날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갈등의 수위는 갈수록 상승했다. 이는 출범 직전 정부조직 개편안 논의 단계에서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008년 1월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와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통일정책이 특정 부서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결국 철회되긴 했지만, 이 논란은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실용'으로 포장한 주고받기식 '거래'쯤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징후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상황을 보자. 2008년 3월 19일 당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며칠 뒤인 3월 26일에는 김태영 합참의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선제타격"을 거론했다. 그러자 북한은 3월 27~29일 사이에 남북경협사무소 남쪽 요원 철수, 미사일 발사 시험, 남북 대화 중단 선언 등의 발언을 연일 내놓으며 맞대응했다. 급기야 4월 1일에는 < 노동신문 > 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 '매국 역적'이라고까지 지칭하며 비난했다.

지난해 상반기도 다르지 않다. 북한은 날선 말을 주고받던 이전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행동'을 감행했다. 북한 로켓 발사(4월 5일)-유엔 안보리 의장성명(4월 14일)-북한의 6자회담 불참 선언(4월 14일)-2차 핵실험 선언(4월 29일)-2차 핵실험(5월 25일)까지 긴장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사건들이 연방 터졌다. 지난 5월 20일 합동조사단이 북한 소행이라고 지목한 올해 3월 천안함 침몰사고는 이처럼 지난 2년 반 동안 이어져온 남북 갈등의 정점이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이 긴장을 풀어낼 길이 없다. 문제는 그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갈등의 당사자인 남북한은 아직까지 갈등 조절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하루 전인 7월 24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 억제력에 기초한 보복성전"을 거론했다.

남한은 북한의 코 앞으로 미 해군 7함대를 끌고온 당사자다. 한·미 연합훈련은 7월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차두현 박사가 지적한 대로 "북한이 해상에서 어떤 도발을 기도하게 될 경우 이 정도 전력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훈련이었다. 남북 내부 동력을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 정치적 조건도 악재

미국은 어떨까. 과거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 채널이 막힐 경우 미국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이른 바 '통미봉남'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발생한 1차 핵위기가 북·미간 접촉을 통해 제네바 합의로 봉합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대북 외교는 부시 행정부 초기의 강경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국 싱크탱크에서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등 미국의 협상동력이 크게 위축돼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익명을 요구했던 안보문제 전문가는 미국의 정치 지형이라는 변수가 오바마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봤다. "올해 11월 중간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미국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외교 실패의 책임이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차라리 천안함 사고를 지렛대 삼아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손해볼 게 없는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핵동결-핵불능화-핵폐기의 3단계로 짜여져 있는 미국의 북핵 해결 시나리오가 오랫동안 난항을 거듭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이 6자회담 테이블에 당장 뛰어들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3차 핵실험처럼 초강수를 둔다면 어떨까. 북한은 과거 미국이나 한국이 강수를 둘 경우 더욱 강경한 카드를 꺼냄으로써 대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 2005년 미국이 BDA 제재를 가하자 1년 뒤인 2006년 10월9일 핵실험을 감행해 이듬해 2·13 합의를 끌어낸 것이 좋은 예다. 최근에도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새로운 핵 억지력"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정욱식 대표는 이런 경우라도 미국으로서는 손해볼 게 없다고 봤다.

"북한이 초강수를 둔다면 그것을 빌미로 미국이 오래 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MD(미사일 방어체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북·미간 접촉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당사자인 남북간 화해의 문제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도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대화 국면이 조성되기 어렵다는 시각에 동의한다. 그는 천안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출구를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6자 회담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남북한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남는다. 이 갈등을 풀자면 쌍방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남한은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대해 사과하기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이 원하는 것 또한 남한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국제적으로도 합의가 나오지 않고 있는 마당에 (쌍방에 대한 사과가) 과연 가능하겠는가."

이 전 차관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봤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는 "방법이 있다. 정부도 한반도 평화라는 큰 방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참으로 까다로운 조건이다.

<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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