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종플루 실제로 40여명 이미 사망

 

북한 신종플루 실제로 40여명 이미 사망

 

[사설] 북 신종플루 치료약 지원, 최대한 신속하게

세계일보 | 입력 2009.12.09 19:53

북한이 어제 신종플루 발생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적 지원 검토를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세계적으로 A형 돌림감기(신종플루)로 인한 인명피해가 확대되는 가운데 조선의 일부 지역에서도 이 신형독감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고질적인 식량 및 에너지난에 화폐개혁 혼란까지 겹쳐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에서도 이를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 언급이 나오자마자 태도를 바꾼 것은 그만큼 북한 내 사정이 다급함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한은 신의주와 평양에서 확진 환자가 9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 벗들'에 따르면 지난 11월 초부터 신종플루가 번져 이미 4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모든 학교가 예년보다 한 달 먼저 방학에 들어갈 정도로 확산 추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80년대 이후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으면서 북한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영양실조가 심각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신종플루가 건강한 사람에겐 큰 문제가 안 되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경우엔 치명적일 수 있다. 북한의 부실한 방역체계와 의약품 부족도 걱정거리다. 최악의 경우 북한 인구 3분의 1까지 감염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기 전에 집중방역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의약품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등 관계기관의 신속한 대처가 요구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신종플루 확산세가 꺾인 상황이어서 치료약의 일부를 북한으로 돌리는 데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한민족의 생명을 구한다는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도 조건 없이 지원하는 것인 만큼 즉시 협의에 응해야 한다. 시기를 놓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지난 10월 남북적십자 실무접촉 이후 끊긴 남북대화를 다시 잇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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