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치명적 인플루엔자와 21세기 바이러스
[단독]'바이러스 공포'…21C 미해결 바이러스
2009년 04월 29일 (수) 07:34:27 우정헌 메디컬헤럴드신문 편집장
medi@mediherald.com
【메디컬헤럴드신문】인류는 질병의 제국 속에 살아왔다. 최근에는 조류독감 등 AI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대변이'를 일으켜 호흡기 전염병을 유행시키는 현상 '판데믹(Pandemic)의 공포'가 가시기도 전에 멕시코에서 발생한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 SI)가 북남미에 이어 유럽에서도 감염자가 나타나는 등전 세계로 확산되며 변종 바이러스의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또 SI는 전세계적 전염병으로 확산될 경우, 이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교역과 여행의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
SI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뉴욕증시에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제약주들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나이티드항공과 호텔 등 여행 관련주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도 SI 영향으로 녹십자 등 SI 관련 제약주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디컬헤럴드신문이 국내 제약사들의 제약주 변동을 분석한 결과, 녹십자 등 일부 제약사를 제외한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광동제약, LG생명과학, 동아제약, 일양약품, 대웅제약, 중외제약 등 대부분 제약주들이 SI 관련 영향으로 27일 급등세를 보이다가 하루(28일)만에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총 6단계 중 '3단계'에 있는 인플루엔자 경보수준을 인플루엔자 리스크의 확산을 의미하는 '4단계'로 격상시킨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6단계에 해당하는 '판데믹'은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독감, ▲1977년 러시아 독감,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SI 사건은 앞으로 다가올 바이러스 공포에 있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21세기 미해결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구상에는 4천 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해 인류가 바이러스의 거주지를 침범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인류는 유사 이전부터 바이러스에 의해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인류는 과거보다 더욱 우수한 바이러스 약을 갖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다양한 백신이 개발되었고, 1980년에는 WHO에서 천연두가 근절되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는 세균처럼 아주 작은 미생물이고 전염병을 일으키긴 하지만, 여러 면에서 세균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이다. 바이러스는 생명체 밖에서는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는 무생물과 같지만, 그것이 생명체 안에 들어오면 다른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왕성한 생명활동을 보여준다. 바이러스는 절대적 세포 내 기생체로 특수한 숙주(host)의 세포 안에서만 발달한다. 바이러스는 ‘변신의 귀재’이다. 치료제를 개발했다 싶으면 재빠르게 새로운 형태로 스스로를 돌변시킨다.
인류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백신(vaccine)'이라는 방패로 대처하고 있다. 백신은 일종의 가짜 병균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백신을 인체에 투여하면 ‘진짜’ 병균으로 인지하고 방어체계를 가동시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진짜 병균이 몸에 침투해도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다. 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예방 백신을 맞으면 60~90% 예방이 가능하다. 현재 예방접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바이러스 질환으로는 홍역, 풍진, 유행성 이하선염, 소아마비, 일본뇌염, 인플루엔자, B형 간염, 광견병 등이 있다.
그렇지만 세균 감염질환의 치료의 경우에는 항균제가 많이 개발되면서 어느 정도 향상되고 있지만 바이러스 감염질환의 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바이러스 예방법은 비교적 향상되었지만 치료에 있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등장한 항바이러스제는 모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진 못한다. 어쩌면 바이러스를 정복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백신을 개발했다고 해도 새로운 돌연변이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바이러스 중 하나인 감기의 치료제 개발이 더딘 이유도 역시 여기 있다.
◆21세기 미해결 바이러스= 그런데 이처럼 적절한 바이러스 치료법 개발이 더딘 반면 바이러스의 위세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 해결은 고사하고 21세기형 미해결 바이러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미해결 바이러스로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비롯해 에볼라바이러스, 라사열 등이다.
에볼라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유행성출혈열 증세를 보이며, 감염 후 일주일 이내에 90%의 치사율을 보인다. 혈관을 통해 모든 장기에 이동, 장애를 일으키며 출혈과 함께 사망에 이르게 한다. 1976년 자이르 북부와 수단 등지에서 발병해 420명의 사망자를 냈다. 또 1995년에도 자이르의 키크위트 지방에서 집단으로 발병해 164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라사열은 1969년 나이지리아의 라사마을에서 발견되어 미국, 영국, 독일로 퍼졌다. 전염력이 강하고 치명율이 높기 때문에 엄중한 격리치료를 해야 하는 국제전염병으로 세상에 악명(?)을 떨쳤다. 라사 바이러스는 아레나바이러스(arenavirus)군에 속하는 RNA바이러스인데 주로 아프리카 사바나지대에서 서식하는 다유방쥐의 침이나 오줌에서 배출된다.
사람에 대한 전염은 주로 경피 전염이지만 비말감염도 일어난다. 잠복기간은 7~10일이며, 가벼운 오한, 발열, 등쪽의 근육통으로 시작해 3~6일째부터 고열이 나고 결막염, 인두염, 기침, 흉통,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심하면 인두궤양, 폐렴, 림프절종창, 복수저류, 전신출혈 경향이 일어나며, 쇼크 상태에 빠져 7~14일간 앓다가 사망하는 수가 많다. 바이러스 분리는 환자의 혈액, 인두점액, 오줌에서 가능하다. 진단은 간접형광항체법이 쓰이며, 중독증상에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투여한다. 회복기 환자의 혈장 투여가 유일한 치료법이다.
2002년 중국 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병했던 사스(SARS)도 미해결 바이러스다. 사스의 정확한 명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중국, 홍콩 등 아시아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폐렴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전염병을 사스라고 명명하고 전 세계 보건당국에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캐나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미국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사스의 치명율은 연령군에 따라서 0%에서 50% 이상이고, 전반적인 사스 치명율은 약 11%로 추산되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사스의 전파는 주로 비말(작은 침방울)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감염자의 기침, 재채기, 호흡 등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호흡기 비말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호흡기를 청결히 하고,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사스환자가 증상 시작 직후에 얼마동안 전염력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스환자에 대한 접촉은 초기부터 삼가야 한다. 특히 사스 환자와 동거한 가족, 의료인 등 직접적인 접촉을 한 사람들이 걸릴 위험이 높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치료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임상적 지표와 정보가 명확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현재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대부분 비정형폐렴의 세균 병원체에 대해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다. 스테로이드를 항생제 또는 항바이러스제와 병행해 경구 또는 정맥으로 투여하기도 한다. 리바리린을 스테로이드와 동시에 또는 단독으로 투여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분 공급, 이차감염예방 등 일반적인 지지요법이 가장 적절한 관리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 역시 21세기형 미해결 바이러스(Virus)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의하면 이 바이러스는 3년 만에 미국 39개 주(州)로 번져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총 161명이 감염되고 이 가운데 18명이 사망했다. 이어 2002년에는 4천여 명이 감염되어 284명이 숨짐으로써 미국 전역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고, 2003년 6월에만도 23개 주에서 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또 미국에서 2006년 모기가 옮기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로 인해 4천269명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고, 최소한 17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연구자들은 웨스트나일의 창궐이 기온과 관련 있고 여름의 열파가 모기의 번식과 전염을 활발하게 만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증상은 처음에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해지면 뇌염으로 발전한다. 일단 혈중의 바이러스가 뇌로 들어가면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뇌에 유입되기 전에 치료해야 완치가 가능하다. 2003년 6월 현재 말을 위한 백신만 만들어진 상태이고, 인체용 백신이나 치료약은 개발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바이러스가 예상 불가능한 패턴을 가지고 나타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대처 방법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다. 따라서 인류가 미해결 바이러스 정복을 했다고 선언하게 될 때가 바로 인류가 '질병 제국'에서 독립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정헌 편집장 소개: 메디컬헤럴드신문 편집장 겸 의학 전문기자다.중앙일보 헬스케어, 메디컬투데이 편집국장을 거치며 수많은 의학 기사를 쓰면서 의학 기자로서 내공을 쌓았다.또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과학신문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기사 영역을 넓히고 있다.최근에는 독자들에게 '맛있는' 의학 기사를 제공하는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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