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 논란,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아시아경제 | 황숙혜 | 입력 2009.03.30 09:11
중국의 '입'이 거칠어졌다.
원자바오 총리가 미국 국채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을 언급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데 이어 저우 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기축통화를 갈아치워야 한다며 달러화 위상에 재를 뿌렸다.
미국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세계를 군림하던 경제 패권국의 위상은 형편없이 실추됐다.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신용위기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쓴 미국은 이제 헤게모니의 종언을 고할 위기에 처했다.
중국에서 돌발 발언이 터질 때마다 미국은 이를 진화하기에 급급했다.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저우 샤오촨 인민은행장의 발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건실함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중국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읽어내기 힘들다.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제어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일 수도 있고,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로 고통받는 자국민을 향한 제스처일 수도 있다.
의중이 무엇이든 미국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논란은 단순히 자존심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라는 이유 때문에 미국이 해외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누워서 떡먹기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전직 연구원의 말은 미국의 입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미국 경제는 부채 위에 쌓아 올린 성이다.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제대로 가동되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해외 정부가 미국 국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게 하려면 국채 및 정부기관채권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융 부실을 털어내느라 해외 정부의 외환보유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할 경우 미국의 패권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전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금융 부실이 공식적인 통계로 집계된 것만 2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만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해외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특히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곤란하다.
자금 유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물론이고 환율도 붙들어 매고 싶은 것이 미국의 속내일 것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채권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투자 손실을 우려한 해외 민간 투자자와 정부가 미국 국채를 매입에 입맛을 잃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면서 미국 채권 매입을 줄이거나 매도할 경우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미국 경제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가뜩이나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 자금이 이탈하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떨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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