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유용하고 세상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차원 높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 블로그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잘 간파하셔서 끊임없이
실시간 지구촌 개벽소식/5선위기의 한반도

북측은 서해교전을 통해 무엇을 노렸는가?

by 바로요거 2008. 12. 10.

 

서해교전의 의미와 서해교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지만원 / 시스템공학 박사


 
 매우 이상한 교전 규칙
 

 2002년 6월29일, 북한 함정 2척이 연평도 NLL 3마일 이남에 내려와 야비한 방법으로 선제공격을 가했다. 우리측 해군 대위와 하사 3명이 전사하고, 1명이 바다에 빠져 실종됐으며,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왜 이렇게 허망하게 당했는가? 무엇이 우리 장병들의 손을 꽁꽁 묶어 선진무기를 가지고도 쏘지 못하도록 했는가?
 
 이번 사건은 정치(政治)가 지휘관의 소관사항인 야전 작전권을 박탈한 데서 기인한다. 대통령은 “절대로 먼저 쏘지 말라”, “보고부터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 허망하게 당한 것은 적이 쏘는 동안 우리 지휘관들은 청와대만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군수뇌는 매우 이상한 “교전규칙”을 만들었다. 그 교전규칙이 어떤 것인지를 음미해보면 지금의 군수뇌가 과연 한국군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첫번째 규칙, 소총 유효사거리인 450m에서 경고방송을 하라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85미리 포의 명중 사거리는 8km나 된다. 450m 앞에까지 다가가서 경고방송을 하라는 것은 아예 얼굴을 갖다 대주라는 것이다.
 두번째 규칙은 200m에서 시위기동을 하라는 것이다. 아예 맞아죽으라는 것이다.
 
 세번째 규칙은 450m에서 차단기동을 하라는 것이다. 적함은 선수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 함정은 기다랗게 늘어진 옆구리를 보이며 적의 앞을 가로질러 가라는 것이다. 아예 북한의 처분만 바라라는 명령이다. 이번에는 바로 이 제3단계 수칙을 수행하다가 비참하게 테러를 당했다. 교전규칙은 처음부터 맞아죽으라고 만든 것이었다. 이런 교전규칙을 만든 마음에 응징과 보복이라는 군인정신이 들어 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지지리도 못난 거짓말들
 김동신 전(前)국방장관은 2000년 8월 22일, 전방에까지 따라가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꽃다발을 걸어주었다. 골수좌익들에게는 이토록 충성을 다한 그가 진작 부하들의 죽음에는 애도조차 표하지 않았다. 조문도 가지 않고 영결식에도 가지 않았다.
 
 2002년 7월7일 오전, 국방부가 서해도발 사건을 정리하여 발표했다. 지지리도 못난 거짓말들이었다. “사망 5명을 사상 5명으로 잘못 알아듣고 피해가 경미해서 응징을 중단시켰다”, “25분간 사력을 다해 싸운 것은 칭찬할 만한 것이다.” “적의 스틱스미사일 레이더가 돌아가서 피해가 염려돼 퇴각명령을 내렸다”, “확전을 염려해 응징을 포기했다.” 이런 함량미달의 말들이 들어 있었다.
 
 이런 변명을 북한군이 듣는다면 한국군을 어떻게 보겠는가? 장군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살리기 위해 “한국군 장군들은 지지리도 못났다”는 취약점을 적에게 내보이는 것이 과연 국가안보를 위하는 길인가? 북한은 이솝우화 같은 기상천외한 한국군 수뇌의 변명을 즐기고 싶어서라도 심심할 때마다 침공하려 할 것이다.
 
 부하의 생명은 많다고 중요하고, 적다고 무시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몇 사람이 죽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었느냐에 관한 것이다.
 
 
 공격과 대응의 실상은 이러했다
 저들은 먼저 기만작전부터 폈다. 6월27일에 1척, 6월28일에 2척의 함정이 포신을 조준상태로 유지한 채, NLL을 침범했다가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고 돌아갔다.
 
 3일째인 6월29일에도 넘어왔다. 우리 장군들은 이번에도 그냥 돌아가겠거니 하고 방심했다. 이렇게 방심을 유도해놓고 함정의 지휘센터인 조타실을 ‘85미리’라는 대구경포로 한방에 날렸다. 속여놓고 뒤에서 테러를 가한 것이다.
 
 조타실이 날아가면 함포는 쇳덩이에 불과하고 통신도 두절된다. 조타실 없는 함정은 머리가 떨어져 나간 잠자리처럼 그 자리에서 맴돈다. 저항능력 없이 침몰하는 배에 저들은 무참하게 18분 동안이나 집중사격을 가했다. 천인공노할 야만적 행위였다. 이렇게 야만적으로 당했는데 어떻게 응징과 보복을 하지 않으며, 피해규모만 따지고 있단 말인가?
 
 인명 피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타실의 안부였다. 지휘관은 인명 피해를 묻기 전에 조타실의 안부부터 물었어야 했다. 해군 지휘관 치고 이런 상식을 모를 리 없다. 조타실이 날아갔다면 즉시 응징부터 해야 한다. 이렇게 명쾌한 의사결정을 놓고, 군은 지금 이상하게 이리저리 변명을 늘어놓았다.
 
 북한 함정은 구식이고 우리 함정은 신형이다. 목표물에 총끝이 조준되면 배가 흔들려도 명중이 된다. 이러한 “자이로 조준시스템”은 2001년 12월, 북한 괴선박을 몇초 이내에 침몰시킨 일본 순시선에도 있었고, 우리 함정에도 장착돼 있다. 우리에겐 더 정교한 미사일도 많다. 우리 함정은 북한 함정보다 10노트 이상 더 빠르다. 싸우면 북한 함정은 적수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명중률 제로인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50년 전의 구닥다리 장비인 스틱스 레이더가 돌아가기 때문에 오금이 저려 추격을 포기했다는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닌 군 최고의 수뇌진이 했다. 이 말에 국민은 깊은 허탈에 빠질 뿐이다.
 
 
 전쟁은 전쟁을 각오할 때만 막을 수 있다
 2001년 6월2일부터 2주간 1만 4천톤급, 7천톤급 등의 북한 선박이 제주해협과 NLL을 유유히 침범했다. 그때 군의 수뇌들은 우리 해군을 적장 앞에 무릎 꿇게 했다. 현장지휘관에게 부여됐던 작전권한을 대통령이 빼앗아갔다. “먼저 발포하지 마라”, “일단 청와대에 보고하라”는 것 등이었다.
 
 김동신 전(前)국방장관은 이런 대통령 명령을 하달해 놓고 적함이 영해를 침범하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골프를 즐겼다. 장관이 치니까 합참의장도 쳤고, 해군참모총장도 쳤다. 북한 선박들이 침범할 것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앞으로 일선 장병은 절대로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명령과 지시를 의심해야만 한다. 1999년 연평도 해전에서 승리를 기록한 지휘관은 그후 곧바로 예편됐다. 언론들은 이 사실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전쟁은 전쟁을 각오할 때에만 막을 수 있다. 레이더 돌아가는 것만 보아도 무섭다고 벌벌 떠는 지지리도 못난 한국군 장군들, 이스라엘의 여군 병사만도 못한 패배정신으로 가득 찬 장군들을 앞에 놓고 인민군이 어찌 가지고 놀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전쟁을 각오하고 저들이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가 NLL을 넘어가 상응하는 응징과 보복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 저들은 NLL을 함부로 침범하지 못할 것이며, 그렇게 할 때에만 국민은 그 기개를 믿고 편한 잠을 잘 수가 있다.
 
 부하가 억울하게 테러를 당했는데도, 레이더 돌아가는 것에 주눅이 들어 응징을 포기하는 그런 장군들에게 국민은 안보를 맡길 수도 없으며 단 한푼의 봉급도 줄 수 없다. “그러면 전쟁을 하란 말이냐”고 떠들어대는 민주당의 골수 좌익들과 대통령, 바로 이들이 전쟁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절대로 확전(擴戰)하지 못한다. 설사 확전이 된다 해도 그것은 곧바로 자유민주체제로의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對)북한 정책
 북한은 1999년 6월 연평도 해전에서 완전 참패하고도 한동안 자존심을 묻어왔다. 이번의 6.29 도발행위는 이에 대한 일대 설욕전이었다. 그러나 설욕이 목표였을까?
 
 이번 침범 사건은 그 동안 미국은 물론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온 햇볕정책에 일대 치명상을 입힐 것이다. 앞으로의 남북한 관계는 냉전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북한이 더 잘 안다. 냉전상태로 돌아서면 지원도 없어진다. 앞으로도 얻어갈 현금과 물자의 양이 엄청난데, 저들은 어째서 그 모두를 포기하고 도발을 했을까? 이번 도발이 이 엄청난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은 마치 단선로에 서서 마주보고 달리는 두 개의 기차처럼 곧 부딪치게 돼 있다. 9.11테러에 대량살상무기가 장착됐다면 미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테러도 무서운 것이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다. 그 무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바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상대인 북한이다. 따라서 부시와 대처 전(前) 영국 수상은 북한을 때려야 할 악(惡)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북한의 악성무기를 빼앗아야만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악성무기를 내놓지 않는다 해서 북한을 때리면 수많은 약소국들로부터 강대국의 횡포라며 비난을 받는다. 북한의 무기를 빼앗으려면 다른 명분이 필요하다.
 
 미국 상원은 “북한인권위원회”를 8개월 전에 설치하여 북한의 “주민 탄압사례”를 모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북한으로부터 탈출하는 난민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상원과 하원에 이어 국무부도 탈북자에게 난민 대우를 해주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과 몽고 국경에 대규모 난민수용소 설치도 서두르고 있다. 얼른 보면 이는 인권문제로만 보이지만, 바로 여기에 김정일이 무서워하는 함정이 있다.
 
 김정일이 유고의 밀로세비치 이상의 악마로 세계인들에 비쳐지게 하는 작전인 것이다. 밀로세비치는 “인종청소”라는 인권문제 하나 때문에 다국적군의 몰매를 맞고 사라졌다. 김정일이 세계인들에게 밀로세비치 이상의 악마로 비쳐지는 순간부터 미국은 북한 정권을 제거할 수 있는 명분을 갖는다.
 
 이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김정일, 김대중, 임동원일 것이다. 이번 도발은 이렇듯 위기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북한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첫번째 대응책이다.
 
 
 북측은 서해교전을 통해 무엇을 노렸는가?
 이번 6.29 서해도발은 1석3조를 노린 계략이었다.
 첫째, 긴장분위기를 조성하여 북한 주민의 일탈을 막아보려는 속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김정일의 폭정과 기아에 시달리다 못해 탈출하는 주민의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나서서 만주 등에 대규모 난민수용소를 만들면 탈북자 수는 폭증할 것이다. 탈북자들은 김정일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적나라하게 폭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정일은 전세계에 ‘단죄돼야 할 악한’으로 부각될 것이다. 세계 여론은 “2천여 만의 불쌍한 인명을 구출하자”고 벌집을 쑤신 듯이 들끓을 것이다. 다급한 김정일은 우선은 탈북자들의 발을 묶을 필요가 있다. 뒤숭숭한 간부들에게도 긴장감을 줄 필요가 있었다.
 
 둘째, 남한 국민의 정서를 이용하여 주한미군을 내보내려 한 술책이다. “남한 국민은 지난 1999년 연평해전을 통해 북한군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아니다. 전쟁이 나면 북한은 매우 무섭다. 전쟁을 막으려면 미국에 반대하라”는 위력적인 메시지를 보내려고 도발한 것이다.
 
 셋째, 긴박하게 조여오는 미국의 대화 압력을 당분간 피하기 위해서는 서해도발이 안성맞춤이었다. 이번 7월에 미국은 북한에 켈리 특사를 보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오라 말라 하는 대답을 하기가 매우 곤혹스러웠다. 특사가 북에 가면 김정일은 특사에게 무슨 말이든 해주어야 한다. 미국이 김정일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북한이 무조건 악성무기를 포기하라는 최후통첩일 뿐이다. 이 최후통첩에 대해 김정일이 미국 특사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겠는가?
 
 
 미국과 북한은 단선로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두 개의 기차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하면 국방위원장인 김정일은 스스로 이빨과 발톱을 빼겠다는 말과 같다. 이렇게 되면 김정일은 북한을 더 이상 통치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면 미국에 공격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진퇴양난에 몰린 김정일이 서해도발을 기획했을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미국은 특사파견을 무기한 연기했다. 김정일은 일단 얼마간의 시간을 얻었다. 그러나 매우 이상한 것은 정부가 오히려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대북지원과 금강산 관광을 계속 밀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미간에 불신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려는 것은 “미국이 대화 노력을 보였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서이지, 북한으로부터 미국이 바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기대해서가 아니다. 미국은 구태여 특사를 보내지 않더라도 이번 도발로 이미 명분을 쌓았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려고 특사까지 보내려 했지만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 대화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은 서해상에서의 해군함정 교전이 미·북 회담을 진행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사실을 북한측에 통보했다”,“서해교전을 무력도발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특사파견 제안은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방부 및 백악관의 대북 강경론이 워낙 힘을 갖고 있어 서해교전사건에 대한 북한측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기 전에는 대화재개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해명은커녕 미국과 한국 군부가 짜고 북한 함정을 공격했다며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이로써 한반도는 앞으로 긴장의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다. 북한은 어차피 미국에게 몰매를 맞게 돼 있다.
 
 북한의 인권 피해사례가 급증하여 국제여론이 악화되는 어느 날, 북한은 기습을 받을 수 있다. 기습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곧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 인민을 지금처럼 비참하게 굶어죽고 맞아죽도록 오래 놔두지 않는다. 북한의 악성무기 역시 오래 방치할 수 없다. 미국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는 방법은 통일을 시켜 남한에 그 짐을 지울 수밖에 없다. 싫건 좋건 우리는 그런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김정일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일이 당하면 한국내(內) 좌익세력은 발판을 잃는다. 김정일의 몰락은 곧 좌익들의 몰락을 뜻한다. 따라서 국내 좌익들은 죽으나 사나 김정일 체제를 수호해야만 하는 입장에 있다.
 이번 서해도발은 김정일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시켜주는 전략이었으며, 이런 의미에서 이들 남한 내의 좌익들은 이번 서해도발을 김정일이 개입한 사건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군수뇌는 영해를 북한에 떼어주려 했지만 UN군사령관이 막아주었다
 2001년 6월2일 제주해협을 침범한 14,000톤급 승무원과 우리 해군 함정과의 교신록 전문이 밝혀졌다. 두드러진 것은 6월2일 오후 12시45분부터 6월3일 오전 9시30분까지 무려 21시간에 걸쳐 이뤄진 청진2호와 우리 해군 수원함과의 교신 내용이다. 이 교신 내용엔 현재 우리 군이 처해 있는 처지와 심리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참담함 그 자체였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해군함정은 상부에 보고하기 전에 무조건 경고·정선·검색한 후 경우에 따라 나포해야 한다. 이는 연합사 자동 교전규칙이자, 우리 해군의 권한이다. 그러나 교신록에서 나타난 한국 해군장교들의 말은 너무나 위축돼 있었다.
 
 북한 함정에 바짝 접근해야 할 해군함이 오히려 5회에 걸쳐 북 선박에게 “우리 함정과 너무 가까이 붙어 항해하고 있으니 2km이상 떨어져 항해해 주십시오. 위험합니다.”라는 부탁을 했다. “홍도해협은 우리 영해이니 제주남방으로 돌아가시오”를 무려 23회에 걸쳐 간구(懇求)했다.
 
 이에 대해 북 선박은 “김정일 장군이 지켜보고 계시다”, “6.15때 결정됐고, 공화국이 그어준 항로라서 변경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북 선박과 교신하는 우리 해군장교의 어투에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하시길 권고합니다”“안전에 문제가 있습니다”“협조바랍니다”“…지켜주시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귀선의 입장은 알겠습니다”는 등 마치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심지어 북 선박이 우리 해군·해경함에 “도발하지 말라우”라는 막말을 하는데도 대꾸 한마디 못했다.
 
 우리 해경함이 북 대홍단호에 대해 “검색하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은 희극에 가까웠다. “남측의 검색 의사를 (북측) 본사에 연락해 허락을 받아달라”고 두번이나 사정하다, 거절당하자 “(북 선박) 선장님 권한으로 방문을 허락해달라”고 통사정하고 있었다.
 
 NLL, 흑산도해협, 제주해협을 잇는 그 넓은 영해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 북한선박은 큰소리 떵떵 치고, 6척의 우리 해군 함정들은 21시간 동안 농락당하면서 저들을 안내했다. 이때에 우리 군이 보여준 사정하고 매달리는 모습은 1999년 6월 연평사태와는 너무도 딴판이었다. 이 교신록은 군이 본분을 잊고 눈치집단화 했다는 한 증거다.
 
 우리 함정들을 이렇게 주눅들게 만들어 놓고 김동신 전(前)국방장관은 그 시간에 골프를 쳤다. 저들이 영해를 침범하자마자 대통령과 임동원은 손꼽아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에 제주해협 자유통항권을 주자 했다. 북한이 통보만 하면 NLL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해주자 했다. 김동신 전(前)국방장관은 한 수 더 떠서 NLL이 너무 방대하니 북한에 일부를 떼어주자고 했다.
 
 반면 UN군사령관은 어떻게 했는가. 새벽 2시에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북한은 분명히 한국 영토를 침범했다. 엄중히 경고한다.”
 
 지금 이 나라는 누가 지켜주고 있는 것인가? 미국만 나가면 그걸로 우리의 운명도 끝날 것만 같다.
 
 
 
 이 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쓴이 지만원 박사는 U.S. NPS에서 시스템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사회발전연구소》소장으로 있다. 주요저서로는 『70만 경영체 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1990) 『멋』(1992)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1995) 『시스템 요법』(1997) 『국가개조 35제』(1998) 『시스템을 통한 미래경영』(1998) 『한국호의 침몰』(2000) 등 다수가 있다.

 

출처:개벽실제상황 http://gaebyeok.js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