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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역사문화/한민족의 역사문화

역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울산 암구대반각화

by 바로요거 2008. 9. 3.

역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울산 암구대반각화

 

[TRAVEL FEATURE]울산④ 역사의 경계를 넘나들다

[연합르페르 2007-05-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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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울산은 대표적인 공업도시인지라, 도시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가 과거보다는 현대 쪽에 가깝다. 최초의 통일왕국이었던 경주가 지척에 있건만 번듯한 건축물이나 전국에 알려진 유명한 절이 없다.

도시의 연혁을 살펴보면 근자에 들어 면에서 읍, 시를 거쳐 광역시로 성장했다. 울산은 단연코 역사와 전통이 서려 있는 '고도(古都)'가 아니다.

관광안내소나 이곳에서 자고 난 사람에게 유적에 대해 물어도 '잘 모르겠다'는 빤한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다. 실제로 울산에서 '역사'에 초점을 맞춘 여행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하지만 역사 이전의 시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자가 발명돼 기록이 남겨진 시점부터 역사라 한다면 그보다 오랜 기간은 역사 이전, 즉 선사(先史)라 할 수 있다. 사냥과 어로 활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흙으로 토기를 만들며 돌을 도구로 활용했다던 원시인들의 시대가 선사다.

울산에서는 까마득하게 먼 옛날 한반도에 터를 잡고 거주했다던, 과연 실제로 존재했을지 의문인 선인들의 흔적과 마주할 수 있다.

국사책의 첫머리에는 토기의 무늬와 돌의 가공 정도에 따라 구석기와 신석기로 나뉜다는 재미없고 지루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 가운데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반구대 암각화 사진이다.

절벽에 그려진 흥미로운 그림들은 선사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추정하게 해준다. 동물과 인간의 행동을 묘사하고 있는 암각화에는 그들의 풍습과 소망 등이 모두 담겨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직접 보려면 도심에서 빠져 나와 한적한 시골과 다를 바 없는 울주군으로 가야 한다.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나 있는 35번 국도를 따라 경주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오른편으로 표지가 나타난다. 인적이 드문 도로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작은 상점과 식당이 모여 있는 주차장이다.

암각화까지 걷는 동안 사박거리는 흙길과 따스한 햇볕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줄기가 서로 부딪으면서 청음을 내는 대나무 숲과 푸릇푸릇한 새싹이 대지를 뒤덮은 동산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반구대 앞에서는 안동 하회마을처럼 물줄기가 주변의 지형과 조화를 이루며 휘돌아 흘렀고, 드문드문 위치한 한옥이 자연과 어울려 운치 있고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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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가물어서 암각화에 접근할 수 있지만 강물이 불어나면 멀찌감치 서서 망원경으로만 관찰해야 한다. 댐이 건설되면서 종종 그림이 물에 잠기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게도 질척거리는 땅에 발을 딛고 그림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은 새파랗고 대기는 청명했다. 어렴풋한 암각화를 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셈이었다.

처음에는 암각화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75종 200여 점의 그림이 있다는데 색깔은 없고 선(線)만 있는지라, 보호색으로 변신한 곤충을 찾는 기분이었다.

옆에 있던 꼬마는 "뭐 안 비나? 난 고래도 비고 사슴도 비는데."라며 숨은그림찾기에 실패한 친구에게 손가락으로 그림이 있는 곳을 알려주기도 했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그림들은 암석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현대 미술작품처럼 사물의 특징만을 잡아내 최대한 단순화했지만, 짐승인지 사람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에도 사람들은 의식주를 확보하기 위해 일을 했고, 많은 동물이 잡혀서 먹고사는 데 어려움이 없기를 기원했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멀지 않은 천전리에는 또 다른 유물이 있다. 1억 년 전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중대형 공룡의 발자국과 선사시대의 각석이 그것이다. 반구대 암각화와는 달리 마름모, 동그라미, 물결무늬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가 주를 이룬다.

시계를 돌려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넘어오면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석남사(石南寺)가 있다. 울산 12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가지산에 안겨 있는 절로 비구니 납자들이 해탈을 위해 수도하고 있다.

3층 석탑을 중심으로 'ㅁ'자 형으로 배치된 경내는 잘 정리돼 있었고 건물 뒤로는 대나무들이 가지를 뻗치고 있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하얀 고무신에서 소박하고 흐트러짐 없는 승려의 태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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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깔리기 전, 바람소리와 걸음을 옮기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소란스럽지 않고, 번잡하지 않았다.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몸을 씻었고, 고요함 속에서 묵상하며 정신을 추슬렀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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