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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by 바로요거 2008. 7. 7.

[분수대] 찜통더위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7.08.26 20:42

[중앙일보 김현기]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침팬지라는 게 정설이다. DNA 구조의 98.7%가 동일하다 하니 그도 그럴 만하다. 그러나 거꾸로 이 1.7%의 차이 때문에 인간은 동물원 우리 밖에서 구경하고, 침팬지는 우리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둘 사이의 차이점 중 하나는 '더위'에대한 적응 능력이라 한다. 인간은 더위에 강하다. 땀을 흘리는 '발한(發汗) 기능' 때문이다. 더우면 땀샘에서 다른 동물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수분을 발산한다. 그리고 수분을 증발시켜 빠르게 체온을 내리는 효과를 얻는다. 침팬지에는 이런 기능이 없다. 흔히 침팬지 하면 열대우림에 생식하고 있기 때문에 더위에 강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처럼 땡볕 속을 걸어 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 더울 때는 꿈적 하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한다. 침팬지도 물론 땀샘은 있다. 그러나 나오는 것은 수분이 아니라 지방(脂肪)이다. 이 지방은 체모를 매끄럽게 하거나 체취를 발산하는 역할에 그친다.

일본 굴지의 생태학자인 하세가와 마리코는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에서 "수백만 년 전 열대우림에서 나와 초원에서 생활하게 된 인간의 조상이 나무 그늘이 없는 땡볕에서 적응하기 위해 체모를 줄이고 대량의 땀을 흘리면서 더위에 강해지기 시작했다"고 해석한다.

전 세계가 이상 기온이라지만 올해 일본의 날씨는 정말 살인적이다. 40.9도까지 올라간, 74년 만의 찜통더위다. 도쿄만 해도 최저기온이 25도 밑으로 내려간 날이 8월 중 이틀밖에 없었다. 마치 인간의 더위 적응 능력의 한계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하다. 실제 이달 중에만 20명이 넘게 일사병으로 숨졌고, 3000명 이상이 응급환자로 병원에 실려갔다. 옥외도 아닌 집 안에서 헉헉거리다 일사병으로 숨진 이들도 있다. 전력회사들의 발전량은 지난주 사상 최고까지 치솟았다. 원래 여름에 선선하기로 소문난 홋카이도의 삿포로에서조차 일반 주택 천장의 온도가 급상승,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리는 바람에 소방차가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연일 빚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사이타마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70세가 넘은 독거노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별일 없으시죠"라는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지리교과서나 백과사전도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겠다. 일본은 온대지방이 아닌 아열대 기후라고 말이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지구온난화로 인간이나 침팬지나 더위 앞에선 다를 게 없어졌다고 말이다. < 2003 >

김현기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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