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유용하고 세상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차원 높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 블로그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잘 간파하셔서 끊임없이
실시간 지구촌 개벽소식/뉴스*시사*이슈

쇠고기, 또 하나의 속임수

by 바로요거 2008. 6. 26.

[기고]쇠고기, 또 하나의 속임수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6.26 17:55

공무원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할 말을 하는 것이 공무원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라 생각된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4월18일 전격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모든 국민이 잘못을 지적하고, 우려하는 바와 같이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내준 졸속·굴욕협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 달이 넘게 이어지는 국민들의 분노의 촛불집회를 보고 청와대에서 '많은 것을 생각한다'고 했고, 청와대 뒷산까지 올라 '뼈저린 반성까지 한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미국과의 추가협상은 국민들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바꾼 또 하나의 속임수임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과 논의를 하고 국민과 협상을 하는 정부의 기막힌 외교기술에는 혀를 내두를 만하다. 강제력·수입제한시기·실효성도 없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한·미 민간업자간의 자율규제와 내장을 비롯한 광우병위험물질(SRM)은 그대로 둔 채 국민들이 먹지 않는 부위만 제한한 것이 협상이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국민들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6일 장관고시를 강행했다. 물론 정부는 모든 쇠고기의 원산지 단속을 강화한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믿기지 않겠지만, 원산지 단속 대상 업소를 확대하기 이전(300㎡ 이상)엔 서울시내 5만개 음식점을 15명의 공무원이 단속했다. 단속공무원이 슈퍼맨이든지, 아니면 애초부터 단속이 불가능하든지 둘 중 하나다.

정부는 쇠고기 원산지 단속 대상 업소를 전체 음식점인 64만개 업소로 확대하면서, 원산지 단속 공무원을 400명에서 1100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단속 공무원을 새로 뽑는 게 아니라, 기존 다른 업무를 보는 공무원에게 단속업무를 추가한다는 것이 후속 대책의 핵심이다. 서울만해도 13만개 업소를 25명이 단속하는 셈이다. 공무원 1명이 5000개 이상의 업소를 단속하는 것이다. 실제 단속 가용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유통(단속)의 안전성을 호언하고 있다. 바야흐로 국민들은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마음 놓고(?) 먹게 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한·미동맹'을 최우선적 정책으로 삼는 정부가 음식업소 규제와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을 강화하는 희한한 사태는 논외로 하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넉달 만에 10% 내외로 추락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자산을 10분의 1로 까먹었다면 주주들로부터 당장에 쫓겨날 일이다. 자존심이 있는 CEO라면 스스로 물러나겠지만 정치인은 더욱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아닐까.

쇠고기 고시는 즉각 철회되어야 하고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 이충재 |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사무처장 >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경향신문 최신기사 인기기사 이 시각 톱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