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되면 하루 14만원"…`수돗물 괴담' 진실은>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5.15 06:01 | 최종수정 2008.05.15 09:28
환경단체 "괴담 가능성 적지만 수돗물값 2~3배 뛸 것"
정부, 상수도민영화 담은 `물산업지원법' 이달 중 입법예고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수돗물이 하루에 14만원.. 그거 진짜인가요? 제가 잘못 본건가요… 1가구에 진짜 하루 물값이 14만원이라는 건가요? 이건 언제부터 실시인가요? 아, 정말 지금 학교 공부가 안되네요…"
소위 인터넷을 떠도는 `5대 괴담' 중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한 학생이 모 포털사이트의 `지식인 검색'에 올려놓은 질문의 일부다.
정부, 상수도민영화 담은 `물산업지원법' 이달 중 입법예고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수돗물이 하루에 14만원.. 그거 진짜인가요? 제가 잘못 본건가요… 1가구에 진짜 하루 물값이 14만원이라는 건가요? 이건 언제부터 실시인가요? 아, 정말 지금 학교 공부가 안되네요…"
소위 인터넷을 떠도는 `5대 괴담' 중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한 학생이 모 포털사이트의 `지식인 검색'에 올려놓은 질문의 일부다.
이 학생의 걱정대로 지금 정부의 정책이 수돗물 민영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수도사업 민영화가 허용된다면 진짜 수돗물 값이 하루 14만원까지 치솟을까, 아니면 정부의 주장대로 단순한 `괴담'에 불과한 유언비어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도 요금이 하루에 14만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괴담 속 `14만원'은 하루 평균 소모되는 물의 양을 슈퍼마켓에서 파는 국산 먹는 샘물(생수)의 값으로 대입했을 때 나오는 금액이다.
한 사람이 1일 사용하는 물의 양이 285ℓ이니 먹는 샘물의 값을 1ℓ에 500원으로 치면 14만2천500원이라는 것인데 아무리 수도요금이 비싸도 먹는 샘물의 가격만큼 오를 리는 없으니 실현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도 요금이 하루에 14만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괴담 속 `14만원'은 하루 평균 소모되는 물의 양을 슈퍼마켓에서 파는 국산 먹는 샘물(생수)의 값으로 대입했을 때 나오는 금액이다.
한 사람이 1일 사용하는 물의 양이 285ℓ이니 먹는 샘물의 값을 1ℓ에 500원으로 치면 14만2천500원이라는 것인데 아무리 수도요금이 비싸도 먹는 샘물의 가격만큼 오를 리는 없으니 실현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강한 불신받는 `수돗물 민영화' = 괴담이 인터넷에 퍼지자 환경부는 최근 이례적으로 "하루 14만원의 수돗물 값은 도저히 산출될 수 없는 허구의 수치"라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평균 수도요금은 1t에 577.3원이며 1인당 하루 사용하는 수돗물의 값은 평균 156원이다.
이는 생산원가의 82% 수준인데 원가를 100% 반영한다고 해도 물 값이 1t에 740원에 불과한 만큼 물값이 기름값 수준인 하루 14만원으로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 관련 시민단체들 역시 괴담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보고 있기는 하지만 민영화가 수도 요금을 큰 폭으로 올릴 것은 틀림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물 사유화 저지 및 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이하 물사유화공동행동)의 박하순 연구팀장은 "상수도사업이 민영화되면 원가에 맞추기 위해 물값 인상 움직임이 있는데다 시설 설치와 초기 투자에 쓰이는 비용, 이윤 확보 등의 이유로 물값이 지역에 따라 2~3배 가량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의 예측대로라면 현재 가구당 물값이 한달에 2만원이라면 4만~6만원으로 뛰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공공의 영역인 수도사업의 운영권을 영리를 최선의 가치로 삼는 민간 기업이 가져가게 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으며 상수도의 민영화가 저소득계층의 물에 대한 접근권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농어촌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37.7%로 절반에 한참 못미치는 실정인데 수도 민영화 이후로는 상황이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질 리는 없다는 예측이다.
◇ 외국 `수도 민영화→물값 상승' 사례 많아 = 수도사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쪽은 볼리비아나 남아공, 인도네시아 등 민영화 이후 물값이 대폭 뛰어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던 다른 나라의 경우에 주목하고 있다.
다국적 시민단체인 `초국적연구소(TNI)'와 `유럽기업감시(CEO)'가 2006년 펴낸 책 `세계화와 물(Reclaiming Public Water)'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2000년 미국 기업 벡텔에 상수도 운영권을 넘겨준 뒤 물값이 20%까지 올랐다.
물값 상승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고 대통령 사임과 벡텔사의 철수가 이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1994년 프랑스의 거대 물기업인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가 상수도사업을 거머쥐면서 2년만에 수도요금이 600% 인상된 사례가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상수도가 민영화되면서 온데오와 영국회사 템즈에 회사에 물 경영권을 넘겨준 뒤 혼란에 빠졌다. 이들 회사가 상수도 사업권을 운영한 이후 2001년 35%, 2003년 40%, 2004년 30% 3차례나 수도세가 뛰어올랐다.
물사유화공동행동의 박 팀장은 "외국의 경우 외환 위기로 자국의 통화 가치가 떨어졌던 게 다국적 물기업의 이윤 감소를 야기했고 이 같은 상황이 물값 인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민영화 이후 해외 물기업이 들어오면 외환 위기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에 예상치보다 훨씬 큰 폭으로 물 값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 조만간 민영화 관련 법 제정 = 이처럼 상수도사업의 민영화에 대한 시민사회계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환경부는 이달 중 `물산업 지원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민영화 작업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법률안은 상수도에 대한 소유권은 그대로 국가나 지자체가 갖되 수도시설 관리권은 지자체가 설립한 법인이 보유토록 하고 이 법인에 민간 사업자가 지분투자를 통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안은 민간 사업자의 지분 참여 비율은 제한하고 있지 않아 이론상으로는 100%까지 이 법인의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법률안은 특히 외국 기업의 참여 제한 규정도 두지 않고 있어 해외 사업자도 자유롭게 국내 수도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했으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농어촌지역의 상수도 설치 문제는 이 지역에 국고를 우선 순위로하는 규정을 포함시켜 취약지역 상수도 시설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을 포함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사업자가 상수도 관리에 나서면 상수도 누수율(운반 과정에서 관 밖으로 흘러나오는 물의 비율)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인력 감소와 정보화 시스템의 도입, 수도사업 관리주체의 광역화로 원가가 절감될 수 있다. 이 덕분에 오히려 물값이 내려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 환경부 "민영화가 물관리 효율화 높일 것 =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방침에 대해 시민사회가 `사유화'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반면 환경부는 `민영화'라는 단어 조차 사용하지 않으려 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상수도의 소유권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남게되는 만큼 `민영화'보다는 `전문화'라는 표현이 옳다"며 "물산업 육성과 관리의 전문화ㆍ효율화를 위해 수도시설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게 물산업지원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현재 수돗물 가격 현실화율(전체 수돗물의 생산 원가에서 수도 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82%이다. 1만원 어치의 물을 생산해도 8천200원만 수도세로 받아 1천800원 가량의 적자를 보게되는 셈이다.
현재 2006년 말 기준으로 누적 적자가 1조4천888억원이나 되는데 상수도 사업의 `전문화'로 생산 원가가 낮아지면 가격 인상 없이도 현실화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의 다국적 물기업이나 국내의 민간 기업이 물값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가능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지자체가 설립해 수도시설 관리권을 갖게될 법인체의 지분을 민간기업이 100% 모두 갖게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적은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인에 대한 관리권은 지자체가 그대로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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