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프로그램 검색에서 '한국' 쳐보면…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5.14 04:24 | 최종수정 2008.05.14 07:46
인증절차 있으나마나… 아무런 제약없이 접근 초등생이 음란물 제작… 죄의식 없이 性범죄 강릉·대구에서 또 초등학생 성추행 사고 터져
대구 J초등학교 집단 성폭행·성추행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대구 S초등학교에서도 지난 2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13일 밝혀졌다. 이 학교 1~5학년 남학생 3명은 지난 2월 같은 학교 3학년 Y(9)양을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옥상으로 데려가 옷을 벗기고 성행위를 모방한 짓을 한 혐의로 경찰이 조사 중이다.
이날 강릉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남학생 7명이 같은 반 K(당시 12세)양을 화장실로 데려가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사이 여러 차례 김양을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충격으로 K양은 중학교에 진학한 뒤 가해 남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했으나, 결국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병동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
이 어린 학생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무얼까.
경찰 조사 과정에서 모두 "음란 동영상에서 본 것을 따라 해봤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 YMCA 조사에서도 남자 초등학생의 40%가 음란물을 본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잇따르는 초등학생 집단 성추행·성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음란물 유통이 위험수위를 넘었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PC방.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동영상 CD를 컴퓨터에 넣고, "나온다!"고 외치자, 게임을 하던 주변의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화면에서는 두 남녀의 적나라한 성행위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제목은 '베트남 여배우 유출 동영상'.
김모(14·서울 M중학교 2년)군은 "P2P(peer to peer·개인간 파일 교환 프로그램)를 통해 받은 동영상인데, 집에서는 부모님 때문에 다운 받기가 어려워 친구가 (다운) 받은 걸 3000원에 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성북구 석관동 주택가의 한 PC방. 60여대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유해사이트 차단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음'이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한 음란사이트 주소를 치자, 아무런 제한 없이 그대로 연결됐다. 이 PC방 직원은 "차단프로그램을 깔면 인터넷 접속 속도가 느려져 프로그램을 해제시켜 놓았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음란물의 무차별적인 폭격에 아무런 방비 없이 노출돼 있다. 포털사이트와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P2P, 케이블방송 등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인터넷과 방송에 음란물이 넘쳐나고 있다.
◆P2P에 '한국'을 치면…
국내 대표적인 P2P프로그램. 여기에 '한국'이란 단어로 검색해보았다. 490여 개의 파일이 목록에 쭉 떠올랐다.
하지만 이 파일들 중 한국의 역사, 문화에 관한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모두 '한국 노모(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았다는 뜻) 여대생' '한국 강간 실제 동영상' 등 음란 동영상이다.
그 중 한 파일을 선택하자 30초 만에 3분짜리 동영상이 컴퓨터에 다운로드 됐다. 남자 고등학생 2명이 여학생 1명과 성관계를 갖는 동영상이었다. "밑에 네 옷 깔아"라는 학생들의 대화까지 고스란히 들렸다.
이 동영상을 검색하고 다운 받는 데 성인인증은 필요 없었다. 돈 한 푼 낼 필요도 없었다. 이 P2P 프로그램 운영 업체는 "음란물을 공유하면 형사처벌 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띄우고 '섹스' 등의 단어를 검색 금지어로 지정해놓았지만, 음란물을 다운 받는 데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
10대들은 이런 음란물을 보기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P2P 프로그램과 각종 음란사이트에 올라 있는 음란물 중에는 초·중·고등학생이 직접 제작한 것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한 음란사이트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3명이 방안에서 알몸으로 함께 춤을 추거나,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자위를 하는 동영상이 수십 개 올라 있다. 또, 그 동영상 속 주인공이 어느 학교 학생인지 추적해, '○○초등학교' '○○중학교 교복'이라는 식으로 학교 이름을 붙여 유통시키고 있다.
◆무용지물의 음란물 대책
음란물은 넘쳐나지만 10대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는 너무 허술하다. 청소년들에게 음란물이 유통되는 것을 제한하는 장치는 성인 인증,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 정부의 단속 등 크게 3가지. 하지만 이 가운데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통한 성인 인증은 이미 있으나마나 한 '보호벽'이다. 서울의 한 PC방에서 만난 최모(10·서울 S초등학교 5학년)군은 "인터넷에 떠다니는 주민등록번호가 널려 있기 때문에 엄마·아빠 주민등록번호를 몰래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PC방에는 유해사이트 차단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상당수의 PC방 주인들이 컴퓨터 속도를 느리게 한다는 이유로 차단 프로그램을 해제시켜 놓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생활질서계 한 경관은 "수백 개에 달하는 PC방 컴퓨터에 차단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매체환경과 김상벽 과장은 "외국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는 단속할 수단이 없고 P2P사이트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아이들끼리 (음란물을) 유통하고 있어 처벌 대상을 특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2007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통로는 자기 집이나 친구 집인 경우가 88%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집에 있는 컴퓨터에 유해사이트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아이들이 혼자 컴퓨터를 쓰지 못하게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린웨어·맘아이·엑스키퍼·오아시스·웹클린·이지키퍼·피시쉴드 7개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김은미 연세대 교수는 "지금처럼 음란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청소년의 음란물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며 "음란물을 접했을 때 그릇된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가정과 학교에서 더 적극적으로 성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
[박시영 기자 joeys7@chosun.com ]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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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J초등학교 집단 성폭행·성추행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대구 S초등학교에서도 지난 2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13일 밝혀졌다. 이 학교 1~5학년 남학생 3명은 지난 2월 같은 학교 3학년 Y(9)양을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옥상으로 데려가 옷을 벗기고 성행위를 모방한 짓을 한 혐의로 경찰이 조사 중이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
이 어린 학생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무얼까.
경찰 조사 과정에서 모두 "음란 동영상에서 본 것을 따라 해봤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 YMCA 조사에서도 남자 초등학생의 40%가 음란물을 본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잇따르는 초등학생 집단 성추행·성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음란물 유통이 위험수위를 넘었음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PC방.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동영상 CD를 컴퓨터에 넣고, "나온다!"고 외치자, 게임을 하던 주변의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화면에서는 두 남녀의 적나라한 성행위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제목은 '베트남 여배우 유출 동영상'.
김모(14·서울 M중학교 2년)군은 "P2P(peer to peer·개인간 파일 교환 프로그램)를 통해 받은 동영상인데, 집에서는 부모님 때문에 다운 받기가 어려워 친구가 (다운) 받은 걸 3000원에 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성북구 석관동 주택가의 한 PC방. 60여대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유해사이트 차단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음'이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한 음란사이트 주소를 치자, 아무런 제한 없이 그대로 연결됐다. 이 PC방 직원은 "차단프로그램을 깔면 인터넷 접속 속도가 느려져 프로그램을 해제시켜 놓았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음란물의 무차별적인 폭격에 아무런 방비 없이 노출돼 있다. 포털사이트와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P2P, 케이블방송 등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인터넷과 방송에 음란물이 넘쳐나고 있다.
◆P2P에 '한국'을 치면…
국내 대표적인 P2P프로그램. 여기에 '한국'이란 단어로 검색해보았다. 490여 개의 파일이 목록에 쭉 떠올랐다.
하지만 이 파일들 중 한국의 역사, 문화에 관한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모두 '한국 노모(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았다는 뜻) 여대생' '한국 강간 실제 동영상' 등 음란 동영상이다.
그 중 한 파일을 선택하자 30초 만에 3분짜리 동영상이 컴퓨터에 다운로드 됐다. 남자 고등학생 2명이 여학생 1명과 성관계를 갖는 동영상이었다. "밑에 네 옷 깔아"라는 학생들의 대화까지 고스란히 들렸다.
이 동영상을 검색하고 다운 받는 데 성인인증은 필요 없었다. 돈 한 푼 낼 필요도 없었다. 이 P2P 프로그램 운영 업체는 "음란물을 공유하면 형사처벌 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띄우고 '섹스' 등의 단어를 검색 금지어로 지정해놓았지만, 음란물을 다운 받는 데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
10대들은 이런 음란물을 보기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P2P 프로그램과 각종 음란사이트에 올라 있는 음란물 중에는 초·중·고등학생이 직접 제작한 것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한 음란사이트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3명이 방안에서 알몸으로 함께 춤을 추거나,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자위를 하는 동영상이 수십 개 올라 있다. 또, 그 동영상 속 주인공이 어느 학교 학생인지 추적해, '○○초등학교' '○○중학교 교복'이라는 식으로 학교 이름을 붙여 유통시키고 있다.
◆무용지물의 음란물 대책
음란물은 넘쳐나지만 10대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는 너무 허술하다. 청소년들에게 음란물이 유통되는 것을 제한하는 장치는 성인 인증,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 정부의 단속 등 크게 3가지. 하지만 이 가운데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통한 성인 인증은 이미 있으나마나 한 '보호벽'이다. 서울의 한 PC방에서 만난 최모(10·서울 S초등학교 5학년)군은 "인터넷에 떠다니는 주민등록번호가 널려 있기 때문에 엄마·아빠 주민등록번호를 몰래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PC방에는 유해사이트 차단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상당수의 PC방 주인들이 컴퓨터 속도를 느리게 한다는 이유로 차단 프로그램을 해제시켜 놓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생활질서계 한 경관은 "수백 개에 달하는 PC방 컴퓨터에 차단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매체환경과 김상벽 과장은 "외국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는 단속할 수단이 없고 P2P사이트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아이들끼리 (음란물을) 유통하고 있어 처벌 대상을 특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2007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통로는 자기 집이나 친구 집인 경우가 88%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집에 있는 컴퓨터에 유해사이트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아이들이 혼자 컴퓨터를 쓰지 못하게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린웨어·맘아이·엑스키퍼·오아시스·웹클린·이지키퍼·피시쉴드 7개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김은미 연세대 교수는 "지금처럼 음란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청소년의 음란물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며 "음란물을 접했을 때 그릇된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가정과 학교에서 더 적극적으로 성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
[박시영 기자 joeys7@chosun.com ]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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