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잠시 '상상력'과 '디지털'의 세계에 빠져 있는동안
나라는 온통 동물들에 대한 논의로 뒤덮여 있더군요.
우선...'광우병'이 온-오프라인을 후끈 달구고 있죠.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한 정부의 협상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돼
정치, 사회적인 저항은 물론 과학적인 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광우병...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광우병'에 대한 논의는 다음 포스트로 미루고...
오늘은 AI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제가 파견가 있는 동안 제가 담당하고 있는 광진구 쪽에서 발생했고,
때문에 파견에서 돌아오자마자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
AI, 조류 인플루엔자는 말 그대로 새들이 독감에 걸리는 겁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거죠.
바이러스가 얼마나 지독하냐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나누는데요.
'고병원성'에 감염된 닭이나 칠면조의 경우 거의 100% 폐사합니다.
왜 AI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걸까요?
이 바이러스가 '새'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일반적으로 '독감 바이러스'는 다른 '종'간 감염 확률은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가 잘 일어납니다.
그래서인지 100년 전 이탈리아에서 처음 '조류 인플루엔자'가 보고된 이후
인간으로의 감염 사례는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다가
지난 97년 홍콩에서 AI가 유행했을 때 '인간 감염 사례'가 나왔습니다.
이후 네덜란드, 베트남, 태국, 이집트 등에서 잇따라 '인간 감염 사례'가 나왔고요.
외국에서 인간이 AI에 감염된 건 모두
감염된 조류와 계속 접촉하다 호흡기에
오염된 깃털, 먼지, 배설물 들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들어오면서 감염됐습니다.
닭고기나 오리고기, 계란을 먹어서 감염된 경우는 아직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이 AI에 감염된 적은 없는데요.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일으킬 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경계하는 것이죠.
만약 인간이 AI에 감염된다면 독감처럼 쉽게 전염될까요?
아직까지 새에게서 독감을 옮아서 다른 사람에게 옮긴 사례는 보고된 게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불행히도 가능성이 없다는 걸 의미하진 않습니다.
만약 AI와 인간 독감에 동시에 걸린다면 몸 속에서 두 바이러스 유전자가 섞이면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고,
이 때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끔찍한 사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
(비슷한 영화들 생각나실겁니다.)
AI가 발생하면 전세계적으로 '방역'에 철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잘 모를 때는 무조건 조심하는 게 상책이니까요.
도심에서 발생한 AI는 더 위험할까요?
도심에서 AI가...
광진구청 동물사육장에서 지난달 말부터 일주일 동안
꿩과 칠면조, 금계, 닭 등 5마리가 잇따라 폐사했습니다.
칠면조는 자연사라고 하고,
처음 죽은 꿩도 매장한 뒤 부패해버려 사체에서 바이러스를 추출하지 못했기에
AI에 감염돼 죽은 건지는 사실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폐사한 닭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서울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광진구청에서 1km 남짓 떨어진 어린이대공원의 꿩 등 가금류 63마리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했고,
멀리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에서도 오골계 등 가금류 191마리를 살처분했습니다.
500m 정도 떨어진 건국대 호수의 야생 청둥오리도 포획해 AI 검사를 실시했고,
건국대 수의대에서 키우고 있는 오리들도 살처분을 고려했었죠.
광진구청 주변의 일부 초등학교와 유치원은 휴교까지 했습니다.
이토록 심정적으론 정말 충격적이지만,
도심 발생 AI가 더욱 위험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AI 바이러스는 주로 직접 접촉에 의해 전파됩니다.
직접 신체 접촉을 하거나 배설물이 묻은 차량, 사람, 사료, 관리 기구, 야생 조류 등을 통해 전파됩니다.
이 때문에 농림수산식품부는 도심의 경우 농가보다 확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합니다.
농가의 경우 조류들도 이동이 잦고, 사료, 배설물 등을 통해 인근 농가끼리 쉽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심의 경우 관상용으로 일종의 '섬'처럼 고립돼 있기 때문에
병원성 바이러스와 접촉할 기회가 무척 드물고, 설사 감염되더라도 그 우리 안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같은 논리로 초기 발견 시 AI 발생 장소를 외부와 고립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집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라기보단 '닭둘기'라고들 많이 이야기하죠.)에게
전염되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동네 비둘기가 이상하다란 걱정들도 많이 하십니다.
하지만, '비둘기'의 경우 아직은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례가 없기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반론제기: 비둘기도 역시 절대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본다면
오가는 사람을 통해 도심의 조류들에게 연쇄적으로 감염되고,
이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겨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시나리오도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기에
당연히 신속한 방역 조치는 필수적입니다.
왜 모두 살처분 하나?
누군가는 그런 말도 합니다.
'AI에 걸린 조류를 살처분하는 건 불치 전염병에 걸렸다고 해서 환자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염병 환자는 격리해서 치료를 해야지 죽이진 않는다.
AI의 경우 치료제도 개발이 돼 있는 상태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살처분 하는 건 옳지 못하다.'라고...
맞는 말입니다만...
아쉽게도 현재로선 '살처분'이 가장 좋은 해결책으로 보입니다.
'타미플루'란 약이 있긴 하나 만에 하나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어떤 변이를 일으킬 지 모르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이죠.
사실 사람에 대한 위험 보단 농가 보호차원이 더 큽니다.
인체 감염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지만, 조류끼린 잘 전염될 것이기에
가장 확실한 '살처분'을 택하는 것이죠.
만약 번지게 되면 전국의 농가로 퍼질 것이고,
이는 농가 생계대책, 닭고기 수급대책 등 2차 문제를 낳으니까요.
따라서, '고병원성 AI'란 걸 알게 되면 즉시 발생 농장의 가능성있는 가금류는 물론,
발생 농장에서 다른 곳으로 팔려간 것들도 살처분해야 합니다.
이번에 광진구청에서 발생한 AI도
다른 농장에서 감염된 닭에 재래시장에서 옮은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에
발생 농장에서 팔려간 가금류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일은
AI 발생 원인을 밝히는 역학 조사와 확산 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살처분과 함께 지속적인 예방 접종도 행하는 게 좋겠죠.
우리나라 방역의 문제점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긴급행동지침'을 보면
AI로 의심되는 경우 바로 상급 기관에 보고를 하고,
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 검사를 맡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굳이 AI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간이 키트를 사용할 것도 없습니다.
의심되면 무조건 정밀 검사를 의뢰해야 하는 겁니다.
(물론 간이 키트를 사용해 AI가 아닌 것으로 나오면 조치사항을 보고하고 정상화시키면 됩니다.)
'고병원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데요.
'고병원성'이란게 밝혀지기 전까진 2-3일이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은 발생 의심 농장의 외부와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광진구청은 이 절차를 잘 지키지 않았고,
관계 기관들끼리 손발이 안 맞았던 측면이 여럿 있어 국민 불안감을 가중 시켰습니다.
사실, AI 확산은 절대적으로 '유통 체계'에 책임이 있습니다.
AI가 발생하면 역학 조사를 통해 어디서 먼저 발생해 어떤 경로로 확산됐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확산 경로를 차단할 수 있으니까요.
역학 조사는 이 유통 경로를 역추적하는 것인데요.
재래 시장을 통해 영세 식당까지 연결되는 '유통 체계'는
발생 농장에서 조류가 어느 곳으로 이동했는지 경로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가금류 유통 경로를 투명화하고,
상황 발생 시 빠른 대처만이 해결책이죠.
*출처: 울퉁불퉁 럭비공 http://ublog.sbs.co.kr/guns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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