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제국'…'민중'에서 희망을 찾아라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8.03.29 10:29
미국, 변화인가 몰락인가/엥겔하트 지음/강우성·정소영 옮김/창비/1만7000원 |
이러한 때 미국의 진보 지성들이 진퇴양난에 처한 미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미국의 제국주의 구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내외에 걸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을 생생하고도 독창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반미주의자로 매도되기 일쑤여서 미국 비판에 용기가 필요한 우리나라의 독서시장에, 미국에 대한 지적 지평을 넓혀줄 책 두 권이 나란히 번역돼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살아있는 미국역사/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김영진 옮김/추수밭/1만3000원 |
책에서 찰머스 존슨은 미국 경제가 도달한 위기의 본질을 군산 복합체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에서 찾으면서 미국 경제의 파산을 예견했다. 그는 달러화의 국제통화 기능 유지를 의문시하면서 아르헨티나에서와 같은 파산을 통해서만 미국이 회복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바버라 에런라이히는 미국의 계급 문제와 순종 문화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지금의 "경제체제에서 내부적으로 포획당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결"뿐이라는 명징한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슬럼 문제에 천착해온 마이크 데이비스는 도시가 지닌 진보 정치의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도시의 미래는 공공성 강화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으며, 앤드류 배서비치는 미국의 진정한 변화는 미국인의 과소비 억제 같은 일상적 삶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미국의 실직자들. |
책은 주류언론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후안 콜은 "대중매체와 중요한 텔레비전의 뉴스는 대략 다섯 기업에 의해 좌우된다"고 폭로하며 여론의 다양성을 위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두 번째 책은 놈 촘스키와 함께 미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하워드 진의 '살아있는 미국역사'. '실천적 지식인', 미국 주류 역사학과는 궤를 달리하는 '진보사학자'로 불리는 하워드 진이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부까지 미국의 역사를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했다는 역사서 '미국 민중사'를 친절하게 풀어쓴 책이다. 하워드 진은 기존의 미국사 책들이 일관해온 정복자, 영웅의 시각이 아니라 그들의 야욕에 희생당한 수많은 민중의 시각에서 미국역사를 재해석했다.
◇2001년 9월11일 테러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
하워드 진은 구원자라는 존재를 거부하고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 끊임없이 저항해온 민중을 주목하라고 권한다. 평범한 그들의 역사 안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정부는 건국 초기부터 돈과 권력을 지닌 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믿는 하워드 진은 "전쟁마저도 맹목적인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비판의식을 막기 위해 이용되었고, 법정과 감옥도 어떤 특정한 사상들, 특정한 종류의 저항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단언한다.
근거 있는 비판이 매섭다. 이처럼 비판적 지성인들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행동을 멈추지 않는 한 미국은 로마처럼 그리 쉽게 무너지진 않으리라.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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