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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 위기에는 자급자족 정책 필요

by 바로요거 2008. 5. 8.

[신태범칼럼] '식량안보' 위기, 정부 무신경이 더 문제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8.05.07 23:12

[이허브] 한국의 소, 한우(韓牛)는 체질이 강건해 일소로 많이 쓰였다. 몸 색깔은 노란 빛을 띤 갈색이며 성질이 온순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소를 사육한 시기는 기원전 2000년대로 꼽는다. 문헌상에 소로 농사를 지었다는 기록은 신라 지증왕 3년 < 삼국사기 > 에 처음 나온다. 예로부터 소는 부와 풍요의 상징으로 우리 민족은 소를 가족처럼 여겼다.

지금은 농사일 대부분을 경운기 등으로 대체해 한우가 일소 보다는 고기소로 사육되지만 예전에는 소가 흔치 않았다. 민가에서 소가 재산목록 1위였던 조선시대엔 소를 훔치면 사형에 처하거나 죄명을 얼굴에 새기는 중형으로 다스리고 밀도살을 엄하게 단속했다. 그럼에도 소고기는 양반들 입에 들어가는 양을 대기에도 모자랄 정도여서 사사로운 도축과 밀거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40~50대 중년들에게 어린 시절 소고기는 평소 구경하기 힘든 귀한 음식이었다. 간혹 가마솥에 끓인 소고기국이라도 먹으면 잔칫날인줄 알았다. 웬만한 부잣집이 아니고서는 불판에다 소고기를 통째로 구워먹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수입 소고기가 들어오면서 흔해지긴 했지만 한우 고기는 여전히 서민들 식탁에 올리기엔 값비싼 상품이다.

이르면 이달 말 LA갈비로 불리는 값싼 미국 소고기가 대량으로 들어온다.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금지된 지 4년여 만이다. 도시 서민 입장에선 반가울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협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 도시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는다며 이젠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시민들이 싸고 좋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산 소고기는 사육단계에서 곡물만 먹여 호주나 뉴질랜드산보다 고소하고 육질이 부드럽다. 고기 맛도 수입산 중 가장 한우에 가까워 한국에서 인기다.

그런데 그처럼 질 좋은 소고기를 한우의 3분의 1값에 즐길 수 있는데도 반갑지가 않다. 광우병을 염려한 탓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 축산업 구조로는 한우의 품질을 고급화하고 유통마진을 줄여 가격 거품을 빼도, 사료나 땅값이 비싸 미국산과의 경쟁에 한계가 있다. 돼지나 닭, 오리를 키우는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쌀과 다른 농작물은 중국산에 밀린지 오래다. 지금 우리 농촌에선 무얼 해도 적자라고 한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축산대책을 보고 농가에선 소가 짖을 일이라고 했다. 이러다간 우리의 식량 자급기반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세계는 보이지 않는 식량전쟁을 벌이고 있다. 식량은 앞으로 핵보다 무서운 무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쌀이 그렇듯 한우는 우리 영농의 상징이고 자존심이다. 국제 곡물 값은 연일 폭등하고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28%대에 머물러 있다.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은 한 자릿수다.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과 중국 등에서 농축산물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우리는 밥상 차리기도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두려운 건 이러한 우려를 아직 먼 나라 이야기로 여기는 듯한 정부의 무신경이다.

E-HUB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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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식량민족주의'엔 자급자족 정책 필요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5.08 03:37 | 최종수정 2008.05.08 14:04

[시사 이슈로 본 논술] 농산물 가격 폭등, 식량민족주의 잉태?

■ 농산물,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물가 불안

↑ 강방식 동북고 교사

1년 전 대비 옥수수 가격은 31%, 쌀은 74%, 콩은 87%, 밀은 130% 이상 폭등하면서 각국은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아이티는 1년 간 식료품 가격이 50~100% 상승하면서 유혈 시위가 발생했고, 쌀값 폭등의 책임을 물어 총리 해임안이 의결됐다. 멕시코 는 주식인 옥수수 전병 토르티야 값 폭등으로 전국적인 식량 시위가 발생했다. 카메룬 은 식량 폭동으로 40여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식량 소요가 발생해 외부 원조가 절실하다. 우리나라도 수입 곡물값이 상승하면서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 값이 하늘 높이를 모를 정도다. 라면 사재기 현상이 사회 문제화됐고, 붕어빵, 자장면, 피자 및 각종 과자 종류, 유제품 등 곡물을 원료나 사료로 해서 만들어지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를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농산물(agricultures) 가격 폭등으로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촉발되는 것을 말한다.

■ 곡물 가격의 폭등 원인
곡물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 부족으로 재고량도 동시에 바닥을 보이면서 곡물 가격이 급상승 중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이나 인도를 포함한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 성장으로 곡물 수요가 늘었고, 육식 습관으로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체에너지로 각광받는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원료로 옥수수나 콩을 포함한 곡물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기후 변화로 홍수와 가뭄이 발생하여 흉작이 발생하고, 도시화와 산업화로 경작지가 주택지와 공장 부지로 활용되면서 농지가 부족해졌다. 농산물 수요공급 차원 이외에 원유 가격 상승으로 농산물 생산비가 상승하고, 미국 경제가 침체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금리가 인하돼 곡물에 투기 자본이 갑자기 몰리면서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 식량 민족주의 대두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수출 관세를 인상하고, 수출 쿼터제를 시행하며, 심지어 수출 금지로 식량 민족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대신 국가 간에 쌍무계약 형태의 곡물 거래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가 10만 ha의 밀 생산지를 리비아 에 제공하고, 이집트 시리아 에 쌀을 제공하는 대신 시리아는 이집트로부터 밀을 제공받는다. 우리나라는 세계5위 곡물 수입국으로 식량 자급률은 OECD 29개 국가 중 26위에 해당한다. 쌀의 식량 자급률은 95%이지만 보리(38.2%), 밀(0.2%), 옥수수(0.75%), 콩(9.8%)의 자급률은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전체 자급률은 28%이지만 쌀을 제외하면 5%도 안 된다. 식량 무기화가 현실이 된다면 생존과 직결되는 관계로 원유나 철광석 같은 지하자원 민족주의가 대두하면서 겪었던 경제적 고통의 몇 배를 감내해야 한다.

■ 한미FTA 시대에서 식량 문제 해결 방안
단기적으로는 무분별한 농지 개발을 억제하고 휴·폐경지 및 겨울철 쉬는 농지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쌀 일변도의 곡물재배 구조를 다양화하고, 곡물 수입처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음식쓰레기를 최소화하여 낭비를 없애는 것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적재산권이 식량 분야에도 적용되므로 종자 산업을 육성하여 식량 안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품종보호권이 모든 작물에 적용되면서 외국에 지불하는 농작물 로열티가 식량 위기를 촉발하는 요인이 된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 해외 농업 투자로 저렴한 인건비와 안정적인 농경지 확보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최근에 정부가 몽골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 사례이다. 곡물 자급률 1% 올리는데 필요한 비용은 밀이 1539억원, 콩이 4997억원, 옥수수가 1298억원으로 식량 자급자족은 엄청난 국가 자원이 투자돼야 한다. 더군다나 한미FTA가 체결되면 한국 농업은 위기에 처하면서 구조조정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식량 문제 해결은 새로운 차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 생각해볼 문제
특정한 곡물을 중심으로 가격 폭등 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분석해보자. 예를 들어, 옥수수 수요량과 공급량의 변화 원인과 과정, 옥수수가 바이오에탄올 원료로 사용되는 과정, 옥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각종 식료품 가격의 변화추이 분석,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밀과 콩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변하는 과정 등을 살펴보면 현실적인 감각으로 애그플레이션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 환경 운동가인 래스터 브라운이 쓴 '중국을 누가 먹여 살릴 것인가?'라는 책에서는 중국인의 경제 성장으로 식생활이 바뀌면서 전 세계 식량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식량 위기의 책임을 신흥 경제국으로 돌리는 선진국과 선진국의 식습관 행태가 더욱 문제라고 보는 중국의 논쟁이 흥미롭다. 돼지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 곡물 4㎏이 사용되는 현실에서 식량 위기와 식습관 문제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외에 자원민족주의와 식량민족주의의 관계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강방식 동북EBS 사고와 논술 강사 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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