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식품'이 우리를 노린다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5.07 08:09
유럽에서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을 '괴물식품'(Franken-food)이라고 부른다.
영국의 소설가 메리 셀리의 소설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에 나오는 물리학자 빅터 프란켄스타인은 죽은 사람의 뼈로 인간을 만든다. 프란켄스타인의 괴물은 초인간의 힘을 발휘하며 창조자를 저주한다.
Franken-food는 바로 이 Frankenstein과 food의 합성어다. 제초제에도 죽지 않을 만큼 내성을 강하게 만든 농산물이 GMO이다. 옥수수는 주로 가축사료로 쓰이며 유가폭등 이후 바이오연료의 원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EU(유럽연합)에서는 GMO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미국과 자주 무역마찰을 빚는다. 세계식량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한다. 유전적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지만 인체에 유해하다는 입증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U는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안전성이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바로 이 괴물식품인 GMO 옥수수가 광우병 쇠고기와 함께 우리의 입을 노리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되는데 올해 도입물량만도 무려 120만t이나 된다. 연간 쌀 생산량이 500만t에 못 미치니 그 물량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짐작된다.
그런데 이 엄청난 물량을 식용으로 수입한다. 옥수수 값이 폭등한 데다 중국, 브라질의 수출중단으로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옥수수를 사기도 어렵다고 한다.
GMO 옥수수는 주로 전분과 전분당을 만드는데 쓰인다. 전분으로는 빵, 과자를 만든다. 전분당은 물엿, 과당, 포도당 등 당류로서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껌 등 단맛이 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어떤 식품에 얼마나 들어갔는지도 알기 어려우니 가려먹기는 더욱 더 어렵다. 먹지 않을 권리도 없는 셈이다.
한국은 GMO 포함비율이 3% 이하이면 표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EU는 0.9%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GMO를 문리적(文理的)으로 번역하면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옳다. 그런데 농림수산식품부는 '유전자변형농산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전자재조합식품'으로 쓰고 있다. 완곡어법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정부가 이 모양이니 국민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농업을 사실상 포기한 대가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옥수수 자급률이 0.8%에 불과하니 초국적 식량메이저한테 코가 꿰여 끌려다니는 꼴이다.
식량위기가 이미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먹고살려면 더 늦기 전에 농지를 보존하고 농업을 진흥해야 한다.
김영호(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ekimyh@hanmail.net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국의 소설가 메리 셀리의 소설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에 나오는 물리학자 빅터 프란켄스타인은 죽은 사람의 뼈로 인간을 만든다. 프란켄스타인의 괴물은 초인간의 힘을 발휘하며 창조자를 저주한다.
EU(유럽연합)에서는 GMO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미국과 자주 무역마찰을 빚는다. 세계식량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한다. 유전적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지만 인체에 유해하다는 입증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U는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안전성이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바로 이 괴물식품인 GMO 옥수수가 광우병 쇠고기와 함께 우리의 입을 노리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되는데 올해 도입물량만도 무려 120만t이나 된다. 연간 쌀 생산량이 500만t에 못 미치니 그 물량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짐작된다.
그런데 이 엄청난 물량을 식용으로 수입한다. 옥수수 값이 폭등한 데다 중국, 브라질의 수출중단으로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옥수수를 사기도 어렵다고 한다.
GMO 옥수수는 주로 전분과 전분당을 만드는데 쓰인다. 전분으로는 빵, 과자를 만든다. 전분당은 물엿, 과당, 포도당 등 당류로서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껌 등 단맛이 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어떤 식품에 얼마나 들어갔는지도 알기 어려우니 가려먹기는 더욱 더 어렵다. 먹지 않을 권리도 없는 셈이다.
한국은 GMO 포함비율이 3% 이하이면 표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EU는 0.9%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GMO를 문리적(文理的)으로 번역하면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옳다. 그런데 농림수산식품부는 '유전자변형농산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전자재조합식품'으로 쓰고 있다. 완곡어법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정부가 이 모양이니 국민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농업을 사실상 포기한 대가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옥수수 자급률이 0.8%에 불과하니 초국적 식량메이저한테 코가 꿰여 끌려다니는 꼴이다.
식량위기가 이미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먹고살려면 더 늦기 전에 농지를 보존하고 농업을 진흥해야 한다.
김영호(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ekimyh@hanmail.net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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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지구, 힘없고 목마르고 배고프다
뉴시스 | 기사입력 2008.05.07 12:18
【서울=뉴시스】
최재천 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 석좌교수, 캐리 파울러 지구작물다양성재단 대표이사 등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논했다.
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8'에서 최 교수는 "식량 파동, 곡물가격 상승 등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식량자원의 무기화 경향도 초래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생태학자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경고해 왔으나 사람들은 꼭 실패하거나 일이 벌어져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시한다"고 강조했다.
또 "생태학자로서 21세기에 가장 부족한 3가지는 음식, 에너지, 물이라고 생각한다. 세 가지의 이니셜을 따면 'FEW'가 된다. 거의 없다는 뜻이다. 물이나 자원이 있어야 식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물과 자원도 부족해지는 실정이다. 결국 인간들을 먹여 살릴 식량을 생산해내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지속가능성과 식량문제를 연계해 생각해보면 식량 수출은 다 선진국들이 한다. 한국은 쌀만 제외하고는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 일본은 그래도 경작지를 활용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식량생산 기업들의 권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미국이 에너지 고갈,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문제를 방관하는 이유는 그래도 식량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의 식량 유통구조를 쥐고 있어 어쨌든 이윤이 남기 때문이다"면서 "우리 정부의 식량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생태학이 지구의 위기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비관적인 결론에 다달았다. 물론 노력을 하면 지속 가능성을 약간은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지만 영원한 지속 가능성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비관적이라고 해서 다 포기하고 루소가 말한 것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고 생활 속의 철학을 바꿔 너무 편의만 찾지 말고 불편함을 감수해 나가면서 자원을 덜 쓰고 환경에 덜 해로운 생활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울러 대표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매우 심각한 도전들로 "기후 변화, 에너지 고갈, 물 부족"을 손꼽았다.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 분야에서 적절한 대응과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작물의 다양성을 이용해 어떤 환경에서도 그 환경에 적합하게 생장할 작물을 만드는 것이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응하고자 작물다양성재단은 "실제 농지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의 품질 다양성 지키려고 현장에 나가 씨앗을 수집한 뒤 씨앗 금고에 보관해 다양성을 보존하고 연구에 사용한다. 유전적 다양성을 이용해 기후가 변화하는 여건에서 농업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도 연구한다"고 전했다.
< 관련사진 있음 >
이민정기자 benoit0511@newsis.com
<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최재천 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 석좌교수, 캐리 파울러 지구작물다양성재단 대표이사 등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논했다.
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8'에서 최 교수는 "식량 파동, 곡물가격 상승 등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식량자원의 무기화 경향도 초래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생태학자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경고해 왔으나 사람들은 꼭 실패하거나 일이 벌어져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시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과 식량문제를 연계해 생각해보면 식량 수출은 다 선진국들이 한다. 한국은 쌀만 제외하고는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 일본은 그래도 경작지를 활용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식량생산 기업들의 권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미국이 에너지 고갈,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문제를 방관하는 이유는 그래도 식량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의 식량 유통구조를 쥐고 있어 어쨌든 이윤이 남기 때문이다"면서 "우리 정부의 식량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생태학이 지구의 위기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비관적인 결론에 다달았다. 물론 노력을 하면 지속 가능성을 약간은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지만 영원한 지속 가능성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비관적이라고 해서 다 포기하고 루소가 말한 것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고 생활 속의 철학을 바꿔 너무 편의만 찾지 말고 불편함을 감수해 나가면서 자원을 덜 쓰고 환경에 덜 해로운 생활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울러 대표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매우 심각한 도전들로 "기후 변화, 에너지 고갈, 물 부족"을 손꼽았다.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 분야에서 적절한 대응과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작물의 다양성을 이용해 어떤 환경에서도 그 환경에 적합하게 생장할 작물을 만드는 것이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응하고자 작물다양성재단은 "실제 농지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의 품질 다양성 지키려고 현장에 나가 씨앗을 수집한 뒤 씨앗 금고에 보관해 다양성을 보존하고 연구에 사용한다. 유전적 다양성을 이용해 기후가 변화하는 여건에서 농업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도 연구한다"고 전했다.
< 관련사진 있음 >
이민정기자 benoit05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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