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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적응할 시간이 없다!-기후변화 조용한 재앙―제1부 우려가 현실로

by 바로요거 2008. 5. 1.

[기후변화 조용한 재앙―제1부 우려가 현실로] (6·끝) 동물도 적응할 시간이 없다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8.04.13 19:20

기후변화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동물도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적응해가기도 한다. 최근 기후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적응력이 뛰어난 일부 종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일부 종은 소멸해 생물종 다양성이 줄고 종 구성이 단순해지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식물이 먼저 변하고, 동물이 뒤따라가기 때문에 동물들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공통적으로는 북방계, 아한대종들이 온난화에 가장 취약해서 개체 수가 줄어든다. 예컨대 눈잣나무와 같은 감소종의 열매를 주된 먹이원으로 하는 솔잣새는 변화 앞에 위험한 편에 속한다.

◇취약한 양서·파충류=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양서·파충류가 기후변화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양서·파충류는 자기 체온을 외부 온도에 따라 변화시켜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다른 동물보다 외부 기온에 민감하다. 국립공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송재영 박사는 "파충류의 경우 부화 때 기온과 주변 온도에 의해 성이 결정된다는 점과 양서류의 경우 기후변화나 오존층 파괴에 따른 자외선 증가가 알 부화율을 낮춘다는 사실에서 이들 종이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마뱀과 거북이, 악어 등이 서식하는 바닷가 방풍림이나 습지 주변의 숲을 벌목할 경우 즉각 성비 불균형이 나타나 개체 수가 급감한다고 송 박사는 설명했다. 전반적 기후변화의 가속화 역시 이들 종의 성 선택을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남미를 비롯한 열대, 아열대지방의 양서류가 대량 고사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강수량 변화에 따른 자외선 투과량 증가에 의해 병원균이 창궐한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표적인 것이 '양서류 에이즈'라 불리는 '항아리곰팡이병'이다. 이 병은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양서류 피부의 '케라틴' 성분을 주로 공격한다. 개구리가 이 곰팡이병에 걸리면 피부 호흡 곤란 등으로 죽을 확률이 90%에 이른다.

이 아프리카 토종 곰팡이는 미국과 유럽으로도 번졌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도 애완용 개구리에서 곰팡이가 발견됐으며, 올해엔 여러 감염 사례들이 추가로 확인됐다. 서울대 수의학과 이항 교수는 "한국에서도 유전자검사 결과상으로는 유병이 의심되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변종이 들어올 경우 일본과 한국의 양서류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논두렁 한 곳의 개구리가 한 해 동안 6만∼7만마리의 곤충을 잡아먹고, 개구리는 야생 쥐를 잡아먹는 뱀과 조류의 좋은 먹잇감이므로 개구리가 떼죽음을 당하면 그 피해는 사람한테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애완용이나 실험실용 개구리가 야외로 나가지 못하게 해 야생개구리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박사도 "양서류는 먹이사슬의 중간단계에 위치해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수도권의 산 주변 농경지와 습지가 사라지면서 양서류의 서식 환경은 크게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포유류 서식환경 변화=포유류는 항온동물이기 때문에 기온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보다는 서식지 환경의 변화나 병원균 발생에 따른 2차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큰 포유류는 조류나 나비 등의 곤충처럼 쉽게 거처를 옮길 수 없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반달곰은 늦게 동면에 들어가고 일찍 깨어나는 식으로 환경변화에 나름대로 적응하려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나마 포유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낙원인 국립공원 등 자연보호지역은 늘어나는 도로와 개발사업, 도시의 확장으로 인해 하나의 생태섬으로 고립돼가고 있다. 오대산 노인봉∼소황병산 구간은 얼레지, 바람꽃 등 식물도 많고, 이들 식물을 잘 먹는 멧돼지들의 주요 서식처다. 최근 백두대간 종주등산 붐을 타고 정부 일각에서 백두대간을 국가 등산로로 지정하려는 계획까지 나와 논란을 빚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나공주 생태복원팀장은 "백두대간 마루금에 유독 멸종위기 혹은 희귀식물종이 몰려 있고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의 밀도도 높다"면서 "마루금은 동물들의 이동통로이자 마지막 피신처인데 등산로로 너무 빈번하게 이용되면서 서식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곤충,질병과 꽃가루 매개 기능의 변화=곤충의 경우 두 가지 측면이 주목을 받는다. 우선 온난화와 더불어 모기와 같은 질병매개 곤충들의 활동기간이 길어지고 연간 산란 횟수도 늘어나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이 다시 창궐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주요한 산림병해충인 솔나방은 1년에 한번 번식한다고 알려졌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경기, 충·남북 지역에서는 연간 2차례 번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측면은 화분매개곤충의 변화다. 꿀벌 등 화분매개곤충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나비의 종이 기후변화와 함께 크게 변했다는 조사 결과는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권태성 박사는 "지난 40여년간 우리나라에서 봄어리표범나비들신선나비 등 북방계 나비들은 크게 줄었고, 남방부전나비 등 남방계 나비들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벌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는 많지만 아직 조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 권 박사는 "식물과 곤충의 공조성이 필요한데 꽃이 피는 시기와 곤충이 꿀을 먹으려는 시기가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 동물의 행태 변화 가운데 어디까지가 기후변화에 따른 적응이고, 어떤 부분이 서식지 훼손이나 인간의 간섭에 의한 영향인지를 구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국립공원 자원보전팀장 차진열 박사는 "모기의 경우 아파트라는 공동주택 시설이 야외에서 가을을 보내던 모기들의 피한처가 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모기를 사시사철 불러들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모니터링의 필요성 절실=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동물의 적응 실태에 대해 체계적인 모니터링 실적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나비학회 김성수 회장은 "오랜 세월 산과 들을 쫓아다녀야 하는 작업인데 당장 돈이 안 되는 연구과제에는 돈과 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영국에선 100년 이상 나비 관찰이 축적돼 기후변화 연구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며 "전국을 일정한 면적으로 나눠 나비 애호가들의 자발적인 관찰 결과를 집계하는 모니터링 사업을 펼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탐사기획팀=최현수 팀장, 김남중 유병석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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