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격언
"내일 바빠 한댁 방아"라는 우리나라 문헌에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속담이 있다.
여기서 '한댁'은 큰집, 종가집을 말한다.
문장 전체를 직역하면 '큰댁의 방아를 빌려서 자기 집의 쌀을 찧어야 할 형편이므로 일단 큰댁의 방아
찧는 일부터 먼저 거들어준다'라는 뜻이다.
의역하면 '내 일을 빨리하기 위해 부득이 다른 사람의 일부터 먼저 한다'라는 의미이다.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이 속담을 주(註)로 달면서 '리언(俚言) : 항간에 떠돌며 쓰이는 속된 말)'이
라고 표기했다.
우리나라에 '속담(俗談)'이라는 말 자체는 조선 중기 《어우야담》이나 《동문유해》에서 처음 쓰였
으나, 실생활에서의 속담은 명확한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살아가면서 보고 들은 경험담이나 어떤 일에 대해 느낀 깨우침을 누군가 말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공
감을 얻으면서 점차 널리 퍼져나간 것이 속담이다.
속담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예컨대 "겨울 추위는 살이 시리지만 봄추위는 뼈가 시리다"라는 비교적 긴 속담은 '봄이 오고 겨울이
갔다고 해서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함'을 일러주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짧은 속담은 '핏줄의 강한
인연'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속담은 오랜 세월 인류가 경험으로 터득한 생활의 지혜를 담았다 하여 '격언(格言)'이라고도 한다.
격언은 '바로잡을 말',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행동이나 생활에서 이끌어줄 만한 내용이 담긴 짧은 어
구'를 일컫는다.
'금언(金言)'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로마시대에 유행한 격언을 일컫는 말인 'golden saying'을 직역
한 말이다.
어느 시대의 진리가 격언이 되기도 하고, 어느 유명인이 남긴 말이 격언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로마시대의 법률 용어 '아우디아투르 에 알테라 라르스'는 '한쪽 말만으로 사태를 판단해서
는 안 된다'라는 격언으로 객관적 자세의 중요성을 일러주고 있다.
속담이 예부터 전해오는 (출처 불명의) 갖가지 지혜로운 공감의 말이라면, 격언은 비교적 짧은 교훈
을 의미한다.
출처가 분명하다면 속담이 아니라 격언에 해당한다.
또한 속담은 날씨를 비롯해 대인관계에 이르기까지 넓은 방면을 포함한 격언이라면, 격언은 주로 처
세술에 관련된 간결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속담 : 예부터 민간에서 전해오는 알기 쉬운 격언.
격언 : 사리에 맞게 교훈이 될 만한 짧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