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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기 조성 속셈은

by 바로요거 2008. 4. 2.

[시론]北 위기 조성 속셈은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8.03.31 11:29 | 최종수정 2008.03.31 11:31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실용주의 대북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반응이 말의 단계를 지나 행동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며칠간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남측 당국자 철수, 서해상 단거리 미사일 발사, 김태영 합참의장의 핵 공격 대책 발언에 따른 남북대화 중단 공언 등 연달아 대남 강경대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핵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킨다면 핵시설 무력화(불능화)에도 심각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새 정부 출범 후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유엔에서의 인권문제 제기 등 사안별 현안에 대해서는 말로써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북한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별 반응을 나타내지 않다가 최근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핵문제와 경협확대를 연계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남북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내 경협사무소의 남측 당국자들을 추방함으로써 남북관계에 냉기류가 형성됐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북한의 대남 강경행동과 발언의 배경은 몇 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 총선 후 구체화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란 시각이다. 지금까지 정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대선 공약 등에서 제시했던 선 핵 폐기, 상호주의 등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는데, 총선 이후에도 이런 노선이 지속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대북정책에 맞서 북측도 개성공단 사업 중단 등의 지렛대가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남측이 실용주의 대북정책을 내세우고 이익이 되는 경협사업만 지속하고, 대북지원 등을 납북자, 국군포로 등 인도적 문제와 연계하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경협사무소 남측 당국자들의 철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경협이 비록 호혜적인 사업이긴 하지만 이를 중단하면 남측 투자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추방 조치를 단행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셋째,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을 고려할 때 남한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 추방 이후 우리 정치권의 엇갈리는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선 쟁점으로 떠오를 소지가 있다. 잘 되던 남북관계마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남측 집권세력을 어렵게 하려는 숨은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선 핵 폐기와 개방 요구를 지속하면서 일방주의 대북정책을 통해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 정책으로 일관하면 북한은 관심을 끌려고 '위기조성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서해 미사일 발사도 위기조성 차원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서해 등에서의 위기 조성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남북 갈등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일방주의 대북정책의 한계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핵 해결의 '중대기로'에서 남북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 정부가 '북한 길들이기'를 하는 동안에도 북미 핵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 북핵 해결을 촉진하려고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상당량의 식량 지원을 협의하는 데 반해, 우리 정부는 인도적 지원마저 중단하고 당국자들의 대북 강경발언만 쏟아내고 있다. 조율되지 않은 대북 강경발언은 불필요한 남북갈등을 조장하고 북한 군부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뿐이다. 경제난 등으로 위기에 처한 북한이 수세적으로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섣부른 자신감을 경계해야 한다. 1990년대 중반 굶어 죽으면서도 외부 세계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버텨온 북한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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