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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회, 전 분야에 여성들 ‘파워 진출’

by 바로요거 2008. 3. 24.

 

전 사회 전 분야에 여성들 ‘파워 진출’

위클리조선 | 기사입력 2004.04.07 06:13 | 최종수정 2004.04.07 06:13

일본에서 4년간의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방송기자는 “일본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한국은 너무나 많이 변해서 놀랐다”면서 “그 변화의 중심은 여성의 사회 참여”라고 단언했다. 지금 한국사회는 여성 혁명이 진행중이다. 과거 남성의 전용공간으로 여성을 출입을 금지했던 영역이 여성 파워에 의해 하나씩 허물어져가고 있다.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여성 파워의 현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 외・교・부 - 여성외교관 1993년 1명→2002년 50% “10년이면 외교부가 변한다?”

여성외교관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외교관 1029명 중 여성이 85명으로 전체 외교관의 8.3%를 차지한다. 특히 1993년까지는 매년 한 명 안팎이었으나, 1994년 이후부터 여성외교관이 급증하기 시작, 2002년에는 외교관으로 임용된 여성이 신규 임용된 외교관의 50%인 16명이었다. 지난해 외시 합격자 28명 중 11명이 여성이었다. 외무고시 합격자 비율이 10년 전 약 5%에서 30% 선으로 급상승한 것이다.

1978년 제 12회 외무고시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합격한 김경임씨는 지난해 외무고시 출신 첫 여성대사라는 기록을 만든 후, 튀니지에 부임했다.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외무고시에 합격한 주제네바 대표부의 백지아 참사관(외시 18회)은 인권문제의 전문가다. 외시 19회에서 수석합격한 박은하씨는 주중대사관에서 참사관으으로 근무 중이다. 제 35회 외무고시에서는 박은주씨가 수석으로 합격했다.

여성외교관들은 최근 다자(多者) 외교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강경화 주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은 현재 유엔인권위원회 여성지위위원회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주제네바대표부의 이미연 1등서기관은 한국여성외교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외교부 내 금녀(禁女) 구역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다. 외교부의 주요 포스트인 북미국과 아태국에 사무관급 여성외교관들이 다수 근무 중이다. 지난 달 강수연 외무관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주미대사관에 부임했다. 또 대통령의 중국어 통역을 담당했던 여소영씨는 주중대사관에 부임했다.

외교부는 여성외교관에 대해서도 선진국, 후진국 순환근무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앞으로 여성외교관이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하므로 여성외교관에게 오지근무를 면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의 이시형 인사과장은 “여성 인력의 증가는 향후 다른 나라와의 외교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하원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may2@chosun.com

◉ 법・조・계・・행・정・부 - ‘금녀 구역’ 공안부에도 여검사 등장 ‘여성 고위직’은 놀랄일도 못 돼

권위와 보수로 상징되던 법조계에 부는 여풍(女風)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강금실 법무장관, 전효숙 헌법재판관 임명에 이어 지난 2월에는 이영애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춘천지방법원장으로 발령돼 사법부 사상 첫 여성 법원장이 탄생했다. 이 법원장은 1971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하고 그해 13회 사법시험에서 여성 최초로 수석 합격했다.

사법시험의 여성합격자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990년 4.0%에 불과했던 여성합격자는 1998년 13.3%를 기록한 다음, 2002년 23.9%, 지난해 20.9%를 기록했다. 특히 여성합격자 비율이 사상 최고로 높았던 2002년 사법시험에서는 수석 합격(이미선씨)・최연소 합격(안미령씨)・최고령 합격(박춘희씨)을 여성이 휩쓸었다.

신규 임용될 여성예비판사는 2000년 16명(16.6%), 2001년 24명(22.4%), 2002년 36명(31.5%), 2003년 54명(49.1%), 올해 51명(45.1%) 등이다. 3월 현재 전국 법원의 판사 1821명 중 여성법관은 171명(9.4%)로 10% 벽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성변호사 수도 늘고 있다. 대한변협이 출범한 1952년부터 1961년까지 10년 동안 등록된 여성변호사는 고(故) 이태영씨 1명 뿐이었다. 이후 여성 변호사 수는 1988년까지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 1989년 14명으로 늘어나 1999년 100명을 넘었으며 올해 현재 363명이다. 여성변호사의 비율은 1989년 0.8%에서 현재 5.9%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현재 여검사는 전체(1476명)의 7.2%. 2000년 28명에 불과했던 여검사는 2001년 이후 매년 20명 이상씩 임관돼 현재 106명에 이른다. 여검사의 맏언니인 조희진 법무부 검찰국 연구검사가 2002년 8월 서울 고검 검사로 발령받아 여검사 중 첫 간부급 검사가 됐다. 지난해에는 금녀(禁女) 구역이던 공안부에 여성검사 3명이 배치되기도 했다.

대전고법 김영란 부장판사는 “여성 법조인 진출이 늘면서 법조계에도 남녀간 ‘동반자’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법조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지난해 행정고등고시 합격생 209명 중 여성은 70명(33.5%)으로 3명 중 1명꼴이다. 행시 9개 분야 중 일반행정직과 법무행정직, 국제통상직 등 3개 분야에서 여성이 수석 합격했다. 1990년 1.7%였던 여성합격자 비율은 1995년 10.4%를 기록한 후 2000년 25.1%, 2001년 25.3%, 2002년 28.4%(257명중 73명)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1996년 27.8%에서 2002년 말 현재 32.9%를 차지했다.

5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도 늘고 있다. 중앙인사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근무하는 5급 이상 공무원 1만6440명 중 6.4%(1046명)가 여성이다. 1998년 2.9%에서 최근 5년새 2배 이상 늘었다. 1968년 9급 공채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1급에 오른 김애량 여성부 여성정책실 실장,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여성경제학자 출신으로 초대 국회예산처 경제분석실장을 맡은 이인실 박사, 임선희 청소년 보호위원장, 황인자 서울시 복지여성정책보좌관 등 1급 공무원은 현재 4명이다. 하지만 여성 공무원은 아직까지 하위직에 편중돼 있다.

정부는 여성임용목표제 방침에 따라 2006년까지 여성 관리자 비율 10%를 확보하고, 양성평등채용 목표제를 추진해 2007년까지 여성 채용 비율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과장급 이상 여성 공무원이 1명도 없는 재경・국방・과학기술부 등 22개 기관에도 올해 말까지 여성을 1명 이상 임명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애량 실장은 “올해부터 공무원의 육아 휴직기간이 경력에 포함돼 육아휴직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이 없어지는 등 여성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범 주간조선 기자(sbkim@chosun.com)

◉ 군(軍) - 육사 출신 20여명 야전부대서 여성 지휘관 여성 장군 출현 잇따를 것

지난 3월 12일 경남 진해에서 열린 제58기 해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서 김근향 소위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여성 수석졸업의 영광을 차지했다. 어릴 적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 군문에 들어선 김 소위는 3학년 때 여생도로는 처음으로 ‘소대장직’을 맡아 ‘해사 첫 여생도 소대장’ 기록도 세웠다.

1997년 공군사관학교가 사관학교 중 처음으로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래 육・해・공 3군사관학교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들 사관학교의 여생도 모집인원은 매년 16~25명. 경쟁률은 16~52대 1에 달한다. 지금까지 소위 계급장을 달고 군문에 들어선 사관학교 출신 여군장교들은 육사가 65명(2002~2004), 해사가 42명(2003~2004), 공사가 68명(2001~2004)이다.

이들의 진출 경로는 민간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다양하다. 최전방 부대 소대장부터 전투기 조종사, 전투함 근무 등 한동안 금녀(禁女)의 구역이었던 곳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포병・기갑 등을 제외한 18개 병과에 문호가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공사 49기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사관학교에 입학, 2001년 소위 계급장을 단 박지원 중위(대위 진급 예정)는 F-5 전투기를 모는 전투기 조종사다. 박 중위와 함께 임관한 공사 49기 출신들은 인사행정, 정비, 보급수송, 정훈 등의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육사 출신 여생도로는 처음 소위로 임관한 육사 58기 출신 20명도 전후방 야전부대의 초급 지휘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이들의 직책은 보병 소대장에서 작전・인사・보급・정보・정훈공보 장교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일반 4년제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여군사관후보생도 매년 수십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인기 직장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이른바 명문대 출신도 적지 않아 우수한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전체 장교 및 부사관 중 여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2.5% 수준. 육군의 경우 2800여명(장교 2000여명, 부사관 800여명)에 이른다. 국방부는 정부의 여성인력 확대 방침에 따라 2020년까지 전체 군 간부의 5% 수준(7000여명)까지 여군 인력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군에서 여성장군은 지난 1월 별을 단 이재순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이 유일하다. 지난 2002년 1월 여성으로는 창군 이래 처음으로 별을 달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양승숙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은 전역, 4・15 총선에 출마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간호병과에서만 여성장군이 배출됐지만 간호장교 외의 여군 비중과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여군 병과에서도 장군이 배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관학교 출신 여성장교들이 처음으로 별을 다는 시기는 24~26년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kysu@chosun.com

◉ 경・찰 - 총경급 간부부터 순경까지 경찰에도 ‘여풍(女風)’ 거세

경찰에도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내근 행정부서에 국한됐던 여경의 역할은 최근 수사・정보・순찰지구대 등의 영역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여경의 수도 꾸준히 늘어 현재 전체 여경 수는 3520명. 이는 전체 경찰의 3.8%에 해당하는 수로 경찰은 최소 4%선까지 여경의 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총경 이상 간부 배출도 잇따르고 있다.

여경 중 최고위직은 서울 방배경찰서장을 지낸 김인옥(金仁玉・53) 총경. 김 총경은 1972년 순경 여성 공채 1호로 경찰에 투신, 여경 최초의 경무관 임용을 앞두고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 중이다. 가정폭력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이금형(李錦炯・47) 총경은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으로 최근 치안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정폭력・미아문제 해결이 전공 분야다.

1998년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총경으로 승진, 서울 종암경찰서 등에서 대대적인 윤락행위 단속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강자(金康子・59) 전 총경은 총선을 앞두고 명예퇴직,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민주당 시민사회특위위원장으로 전국구 공천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졸업 후 경위로 임용되는 경찰대의 경우, 이미 정원의 10%가 여학생. 8년 동안 ‘금녀의 집’이었던 경찰대학에 9기생(89학번)부터 여학생 5명이 처음으로 입학한 데 이어 17기생(97학번)부터 매년 정원의 10%인 12명의 여학생이 입학하고 있다. 경찰대 졸업 여학생 중 현 최고위직은 10기생인 서울 노원경찰서 청문감사관 윤성혜(尹成惠・33) 경정. 선배 여경들보다 십수년 이상 승진이 빠르다.

염강수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ksyoum@chosun.com

◉ 재・계 - 디자인부터 R&D 분야까지 맹활약 “여성이 죽으면 재계가 죽는다”

여성 임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삼성그룹에는 이현정(44) 삼성전자 상무보와 이정민(35) 제일모직 상무보, 박현정(42) 삼성화재 상무보, 최인아(43) 제일기획 상무 등 총 9명의 여성임원이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신입사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5%(1100명)였으나 2004년 30%(2100명)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삼성 관계자는 “여성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고 여성인력을 안 쓰면 장래에 망한다는 인식을 경영진이 갖고 있다”며 “제2 신경영에서는 여성근로자를 위한 컨설턴트를 채용하고 탁아소도 많이 짓고 있으며, 출산 전ㆍ후 휴가를 충분히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김애리(44) LG생명과학 상무, 이숙영(43)ㆍ설금희(43) LG CNS 상무, 윤여순(49) LG인화원 상무, 김진(44) LG전자 상무, 송영희(43) LG생활건강 상무 등 여성임원은 총 6명이다. 김애리 상무는 국내 최초의 미국 FDA 승인 신약인 ‘팩티브’ 개발과정에서 기여한 바가 크다. 공채 출신인 김진 상무와 이숙영 상무는 각각 부장이 된 지 1년여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케이스다.

LG그룹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강했던 R&D 분야까지 여성임원들이 전방위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인화원 윤여순 상무는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여성임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 차ㆍ부장급에서 여성인력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단절된 기간만 지나고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 여성임원이 더 많이 배출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성임원이 없던 SK그룹도 올해 2명이나 새로 탄생했다. 최연소 상무인 SK텔레콤 윤송이(29) 상무가 CI 부문 TF장에 올라 화제가 됐고, 노무현 정부 첫 여성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됐던 강선희(39) 변호사가 SK㈜ CR전략실 법률자문역 상무로 발탁됐다.

코오롱 그룹에서는 김복희(42) 상무보가 FnC코오롱 정보실장으로 외부 영입돼 그룹 첫 여성임원이 됐다. 대한항공 이택금(55) 상무는 국내 항공업계 최초 여승무원 출신으로 임원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2002년 2월 공기업 첫 여성임원이 된 KT의 이영희(47) 상무보는 현재 KT글로벌사업단 베이징사무소장으로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벤처업계에는 여성CEO들이 제법 많다. 이영남(46)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매출액 250억원 규모의 산업용 전자통신장비 전문회사 이지디지털 대표를 맡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버추얼텍의 서지현(39) 사장, ㈜현민시스템 이화순(52) 사장, 이코퍼레이션 김이숙(45) 사장, 이젠(e-zen)의 이수영(39) 사장 등도 유명 여성CEO들이다.

여성들이 근무하기에 최고의 직장 중 하나라는 외국계 기업에도 여성임원들은 제법 많다. 한국 IBM의 경우 임원급으로는 박정화 상무이사(마케팅), 이숙방 상무보(테크놀로지 세일지원), 한혜경 상무보(컨설팅), 박주혜 이사(컨설팅), 박소영 이사(컨설팅) 등이 있다.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도 IT팀 심재민 이사, 경영지원ㆍ대외협력팀 박미경 이사, 재무팀 오미경 이사 등이 활약 중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이향림 사장, 로레알 코리아 이영희 이사 등도 유명하다.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국민은행은 신대옥(53) 둔촌지점장을 강남지역 본부장에 임명, 첫 여성 지역본부장을 탄생시켰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1년 여성지점장 비율은 2.2%에 불과했지만 2003년에는 5%(1101명 중 55명)로 늘어났다. 제일은행은 고객서비스센터 운영지원단장을 맡고 있던 김선주(51)씨를 상무대우로 승진시켜 창립 후 첫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한국은행도 2001년 전체 채용인원 66명 중 여성인원은 6명(10%)에 그쳤으나 2002년에는 15%, 2003년에는 27.5%(102명 중 22명)로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기업체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은 육아문제다. LG인화원 윤여순 상무는 “결혼할 때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은 없지만, 자녀를 기르다가 환경이 안 받쳐주면 꺾이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부와 기업체에서도 손을 못대고 있는 육아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상무는 또 “수적으로 여성이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성들이 진정 여성과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여성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란희 주간조선 기자(rhpark@chosun.com)

◉ 학・계・・언・론・계 - ‘마지막 성역’ 서울대 법대도 여교수 임명 여성 데스크・종군기자 이미 옛말

학계와 언론계에서도 조용한 혁명이 진행 중이다. 서울대 법대는 지난해 7월 양현아(44) 박사를 ‘법여성학’ 교수로 임용했다. 1957년 역사상 여성교수 임용은 처음이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처음으로 우지숙 교수가 임용됐다. 양현아 교수는 “이제 모든 조직에서 여성이 필요하다는 공감을 표피적으로는 느끼고 있다”며 “여성이 조직 내에서 갖고 있는 관성을 바꾸고 가치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성원으로 자리잡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에는 전통적으로 남성교수가 많은 고려대에 신임 여교수가 9명이나 채용돼 화제를 낳았다. 특히 경영학과 조승아(37) 교수와 조성욱(40) 교수, 국어국문학과 신지영(37) 교수, 정치외교학과 이신화(39) 교수 등 4명은 모두 해당학과의 첫 여교수였다.

지난해 6월에는 50여년 역사의 ‘국어국문학회’에 이혜순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가 2년 임기의 첫 여성회장으로 선출됐다. 남성교수가 대다수였던 공과대학에도 여성교수가 속속 진출, 부산대 공대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환경공학과 조교수로 우혜진(39) 박사를 임용했다.

여성총장들의 활약도 뛰어나다.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이길녀 경원대 총장 등 10여명의 여성총장이 재직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1992년 11.7% (3555명)이던 여교수 비율은 2002년 14.0% (6565명)로 늘어났으나 여전히 30% 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는 2003년 현재 전임교수 1574명 중 여성은 125명(7.9%)에 불과해 전국 평균치의 절반 수준이다. 고려대 또한 2004년 전체 1051명 중 여교수 비율은 8.5%(89명)에 불과하다.

언론계에도 최근 여성CEO를 비롯한 논설위원과 부장급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을 비롯해 김운라 KBS 창원방송총국장, 임영숙 서울신문 주필, 홍은주 MBC 해설위원, 윤혜원 연합뉴스 논설위원, 홍은희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 박성희 한국경제 논설위원, 김선주 한겨레 논설위원, 박선이 조선일보 문화부장, 류숙렬 문화일보 여성전문위원(부장) 등이 있다.

여성특파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과 강경희 조선일보 파리특파원을 비롯, 이미숙 문화일보 워싱턴특파원, 김혜례 KBS 도쿄특파원, 현경숙 연합뉴스 파리특파원, 함혜리 서울신문 파리특파원 등이 있다.

김경자 매일경제 교열부장이 지난해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년 10월 중앙일간지와 방송ㆍ통신사 전체 기자 4990명 가운데 여기자는 12.5%(625명)이다. 이 중 차장급 이상은 총 119명으로 전체 간부 1804명의 6.6%에 불과했다. 부장은 6.2%, 부국장은 5.8%, 국장은 3.8%, 임원 4%, 위원 9.1%를 차지했다. 여성신문사는 “언론은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진 분야이기 때문에 10년 후가 기대되는 곳”이라고 밝혔다.

박란희 주간조선 기자(rhpark@chosun.com)

◉ 의・료・・전・문・직・・영・화 - “따뜻함, 꼼꼼함, 치밀함을 살려라” 의사・회계사・영화계서도 ‘두각’

사는 남자, 여자는 간호사?’ 이는 이제 옛말이다. 한국여자의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등록된(의사 면허) 회원 6만206명 중 여의사는 1만945명으로 18.2%에 달한다. 과목별로는 소아과・산부인과・내과・가정의학과에 종사하는 여성전문의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형외과・비뇨기과에 진출하는 여의사가 늘고 있다.

대학ㆍ학회에서 여의사들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7일 박인숙(55) 교수가 울산대 의대 학장 선거에 출마, 61.4%의 높은 득표율로 사상 첫 여성 직선 의대학장에 선출됐다. 서울대학병원 박귀원 교수(외과), 이현순 교수(병리과), 박명희 교수(진단검사의학과) 등 여교수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덕희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은 “병원이 레지던트를 뽑을 때 여성할당률을 낮게 정하는 등 여성에게 불리한 게 현실이지만 박애정신으로 따뜻한 의술을 펼치는 여의사들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도 여성의 ‘접수’가 시작됐다. 1998년 전체 합격자 중 13.5%(511명 중 69명)였던 여성 공인회계사 합격자 비율은 매년 1% 안팎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에는 21.6%(1003명 중 217명)를 기록했다. 지난해 공인회계사 시험 전체 수석(이상은ㆍ24)ㆍ최연소 합격(이민현ㆍ21) 모두 여성이 차지했다. 현재 전체 회계사 6601명 중 8.1%(535명)가 여성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삼정회계법인 서지희 상무가 여성으로는 국내 최초로 대형회계법인 파트너 자리에 올랐다.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이기화(광장 회계법인) 회장은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치밀함은 회계 업무에 있어 큰 장점”이라며 “회계사는 응시 기회도 공평하고 시험 성적으로 뽑기 때문에 여성이 불리할 게 없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무대였던 변리사 분야에도 여성의 영역 확장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변리사 시험 여성 합격자 비율은 34.8%(전체 204명 중 71명)로, 2001년 24.5%, 2002년 31.2%에 이어 상승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7월 말 현재 특허청에 등록한 변리사 2433명 중 여성은 255명(10.5%)으로 10%대에 진입했다.

1979년 변리사 시험에서 수석 합격한 김영(김&장 법률사무소), 1985년 시험에 합격하고 한국여성변리사회 회장을 맡았던 이인실(청운국제특허법인), 이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이경란, 권남연・정은진(김&장) 변리사 등이 대표주자들.

정은진 변리사는 “직접 변리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선배도 여럿 있고 임원도 늘었다”며 “변리사의 특성이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에 맞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여성영화제작자 ‘빅3’인 심재명 ‘명필름’ 대표, 김미희 ‘좋은영화’ 대표, 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가 없었더라면 한국 영화의 중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재명 대표는 1995년 남편 이은 감독과 명필름을 세웠다. 명필름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공동경비구역 JSA’ ‘접속’ ‘해피엔드’ 등을 만들었다. 1998년 ‘좋은영화’를 설립한 김미희 대표는 ‘신라의 달밤’ ‘주유소 습격사건’ 등을 제작했다. 오정완 대표는 1999년 영화사 봄을 설립, ‘반칙왕’ ‘4인용 식탁’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밖에 심재명 대표 동생 심보경 디엔딩닷컴 대표, ‘달마야 놀자’ ‘황산벌’ 등을 제작한 ‘시네월드’의 정승혜 제작이사 등이 차세대 주자로 손꼽힌다. 양대 영화 홍보대행사인 올댓 시네마(‘쉬리’ ‘러브 액츄얼리’ 등) 채윤희 대표, 영화인(‘태극기 휘날리며’ ‘사마리아’ 등) 신유경 대표 모두 여성이다. 김미희 대표는 “영화계는 성(性)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자질과 성향에 따라 장단점이 구별돼 남성ㆍ여성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승범 주간조선 기자(sb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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