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일요스페셜
<네오콘, 그들은 누구인가?>
방영: 2004년 3월 28일(일) 20시
<네오콘, 그들은 누구인가?>
방영: 2004년 3월 28일(일) 20시
9.11테러 이후 미국은 달라졌다. 미국인들 대다수는 보수주의로 기울었고,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실천할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일요스페셜 〈네오콘, 그들은 누구인가?〉는 현재 미국을 주도하고 있는 네오콘의 실체와 그들의 행보를 추적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초강대국 미국이 세계질서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려하는지, 특히 네오콘들이 지금의 중동사태와 대만문제 그리고 북핵위기에 대해 어떤 전략을 구사하려는지 가늠해보자. (이하 방송원문 발췌)
미국은 지금 이념전쟁 중
외교안보정책은 올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가장 중요한 논쟁점의 하나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현재의 부시독트린과는 정반대의 외교안보정책을 펼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라크 전을 계기로 촉발된 이념논쟁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에 널리 퍼져있다.
AEI, 즉 미국기업연구소는 국방부와 소위 네오콘벨트로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현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씽크탱크다.
부시행정부가 워싱턴에 들어선 이후,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부시독트린!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과 위상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부시 대통령:
“9.11이후 봉쇄정책만으로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미국의 전략적 시각은 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적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고, 우리는 공격에 노출돼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미국의 새로운 정책을 미국의 일방주의와 선제공격전략으로 규정했다. 부시행정부가 세계를 선과 악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람들은 부시독트린의 이념적 기반으로 네오콘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노먼 포도레츠 / 前 코멘터리 편집장:
“부시독트린은 아주 명백하다. 범중동권 국가들과 그리고 북한에서의 정권교체를 가져오는 것이다.”
네오콘(Neo-Conservative)은 미국의 전통 보수주의와는 다른 소위 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지식인 그룹이다. 흔히 작지만 큰 영향력을 가진 집단으로 불리는 네오콘, 그들은 누구인가?
제2의 진주만 사태를 손꼽아온 네오콘
90년대 클린턴 행정시기를 불만 속에서 보냈던 네오콘! 이들은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희망을 보았다. 공화당의 부시후보가 누구보다 자신들의 원대한 계획에 동의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부시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이들은 워싱턴의 새로운 핵심세력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특히 국가안보의 요직을 맡아 미국의 새로운 정책을 주도해 나갔다. 행정부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도 언론과 싱크탱크를 통해 네오콘 이념을 전파하고 있다.
마이클 오핸런 /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네오콘은 미국의 힘을 이용해 세계의 질서를 바꾸려는 사람들이다. 네오콘은 야심적이고 이상주의적이며 비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월포비츠는 전형적인 네오콘으로 이라크 전쟁을 통해 중동전체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길 원했다. 9.11 이후 부시도 어느 정도 네오콘이 되었다.”
네오콘들은 부시의 대통령 취임만으로 자신들의 목표가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의 커다란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00년에 작성한 한 문서에서 그들은 제2의 진주만 사태가 있어야 자신들의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 언급했다. 그 문서가 작성된 지 1년 뒤 미국에 전대미문의 테러가 가해졌다.
9.11은 미국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미국인들 사이에 공포가 확산되었고 미국사회는 급격하게 보수화 되었다. 미국이 보수주의 혁명을 겪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부시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속히 상승했고 시민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패트리어트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200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었고 백악관과 상하 양원 모두를 장악했다.
9.11은 네오콘들에게도 자신들의 주장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선봉에 나선 월포비츠 국방부 부장관은 테러리스트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후원하는 나라들까지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2년에 작성된 미 국방부의 한 보고서는 그의 외교안보 철학의 원형을 보여준다. 미국의 첫 번째 목표는 새로운 라이벌 국가의 출현을 막는 것이고, 세계의 질서는 미국이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월포비츠는 이 문서에서 국제사회의 협조가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은 독자적으로 행동할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라크와 북한이 그가 작성한 주요 분쟁 시나리오 대상국가들이었다.
북한 침공에 대한 방어는 한국군이 전담한다
네오콘들은 미국의 진정한 리더십 회복은 강한 군사력을 재건하는데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미국의 핵전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전술형 소형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며, 냉전시대에 배치된 전 세계 주둔 미군을 새로운 위협에 대비해 전면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제안은 대부분 현재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부시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2000년 9월에 작성된 이 보고서에서 네오콘들은 주한미군의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북한의 침공에 대한 방어는 한국군이 담당하고 미군은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리처드 펄 / 前 국방정책위원장:
“서울은 불행하게도 DMZ에서 너무 가깝게 위치해 있다. 30Km만 남쪽에 있었어도 문제가 달라졌을 것이다. 미군을 남쪽으로 옮겨 북한의 야포 공격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면 북한의 초기 공격에서 미군을 보존시켜 한국을 방위하도록 할 수 있다.”
네오콘들은 주한미군이 아시아 대륙에 주둔한 유일한 美지상군임을 중시한다. 그들은 한반도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이 중국 군사력 견제와 북한 지역의 안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오콘들은 아시아지역에 신속기동군 창설이 필요하며, 美2사단의 장거리 작전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충고하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를 꿈꾸는 네오콘
네오콘들은 미국의 행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는 일체의 국제조약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네오콘은 유엔에 대해 노골적인 경멸을 표시한다. 그들은 또한 동맹관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장한다.
2002년 9월에 발표된 ‘미합중국 국가안보 전략’은 네오콘 안보전략의 결정판이다. ‘미국은 우방들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잠재적인 경쟁국가의 출현을 저지하기 위해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확립해야 한다. 또 세계의 리더인 미국은 자국의 이익과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책무를 위해 필요할 때는 독자행동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인사들은 이런 네오콘의 주장이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고 비판한다.
폴 크루그만 / 프린스턴대 교수:
“이라크는 처음부터 매우 쉬운 상대였다. 그러나 다른 악의 축 국가인 이란은 훨씬 힘든 상대고, 북한은 더욱 힘든 상대다. 그런데도 지금 미군의 절반은 이라크에 묶여 있다. 부시 독트린은 아주 멍청할 정도로 이상주의적인 외교정책이다.”
윌리엄 크리스톨 / 위클리 스텐다드 발행인:
“미국은 세계에 대해 도덕적 임무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미국인들은 미국이 약해지고 뒤로 빠지면 세계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네오콘에 대해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다 하더라도 미국인들은 본능적으로 네오콘이다.”
백악관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파워 ‘복음주의파 교단’
1980년대만 해도 미국 기독교 교파중 규모에서 세 번째였던 복음주의파 교단은 그 후 신도수가 급성장, 현재는 미국 서민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최고의 교파로 성장했다. 지난 2000년 선거에서도 부시가 얻은 투표의 40%는 바로 이들 복음주의 신도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이들은 낙태와 동성결혼금지 정책에서부터 테러와의 전쟁수행에 이르기까지 부시 행정부 정책의 대부분을 지지한다. 이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종교적 색채가 짙은 현재의 백악관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 결렬에도 대비하고 있다
작년 12월 사담 후세인 체포는 네오콘들을 흥분시켰다. 더욱이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이 후세인처럼 되지 않기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승리감은 절정에 달했다. 다음 목표는 북한과 이란이 되었다.
부시 대통령:
“태평양쪽에서는 북한이 세계에 맞서고 있다. 북한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시험하고 핵무기 보유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더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6자회담을 바라보는 네오콘들의 시각은 매우 회의적이다. 그들에게 북한은 기본적으로 믿을 수 없는 나라이며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해결되리라 믿지도 않는다.
존 페퍼 / FPIF 선임연구원:
“취임할 때 부시는 북한이 붕괴하리라 기대했다. 그는 북한을 생존하게 하는 것은 북-미 제네바협정이라고 생각했다. 즉 인도적 지원, 중유 공급, 두 개의 경수로, 그리고 점진적인 수교와 같은 미국의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네오콘들은 이 중 어느 것도 지지하지 않았다. 부시가 취임하자마자 그들은 북-미 협정을 도마 위에 올려놨다. 그것이 고농축우라늄 문제가 제기된 이유다.”
볼튼 차관은 미국이 6자회담 결렬에도 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존 볼튼 / 국무부 차관: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 북한, 시리아 같은 불량국가들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모든 외교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법무기 운송을 중간에 차단하고 포획하는 강력한 수단도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아직 우리는 모든 제재수단을 고려하고 있다.”
네오콘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원한다
네오콘들도 이라크와는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분석도 있다.
마이클 오핸런 /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에 대해서는 네오콘적 사고도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군사개입은 가능한 선택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방 한국이 그것을 바라지 않고 전쟁의 피해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정권붕괴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그 일환으로) 대외교역을 봉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방인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그것을 원치 않는다. 북한이 핵을 포함, 무기들을 암시장에 팔아서 돈을 만들려 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아직도 모두 다 대북한 전략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미국은 작년 5월 새로운 전략개념, 즉 PSI(확산방지구상)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14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벌써 10여 차례 해상 및 공중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핵협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언제라도 확산방지구상 시스템을 실행해 옮길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현재로선 6자회담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무한정 회담이 진행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정권 교체다.
부시의 목표는 중동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리차드 펄과 데이빗 프럼은 그들의 저서 『악의 종식』에서 미국이 현재의 외교안보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이란과 시리아정권을 전복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프랑스를 우방이 아닌 잠재적 적성국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이 북한을 봉쇄하도록 강한 압력을 가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먼 포도레츠 / 前 코멘터리 편집장:
“부시의 정책이 지금은 외교적으로 유연해진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사소한 변화일 뿐, 그의 전략목표는 매우 굳건하고 명확하다. 그의 전략목표는 중동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올해의 미국대통령 선거는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이 현저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대외정책이 급격하게 선회하지는 못하리라는 의견도 있다. 이미 미국사회 전체가 지나치게 보수화 되었고, 네오콘의 영향이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40년 전 소수의 성난 지식인들이 시작한 신보수주의 네오콘. 그들은 이제 워싱턴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 힘의 논리를 강요하고 있다. 그 질주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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