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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by 바로요거 2008. 3. 13.
신용 낮은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주택담보대출 2005년 5080억 달러로 급증… 5년 새 10배 늘어 집값 떨어지고 금리 올라 빚 안갚는 사람 속출 금융기관들 대규모 손실… 도덕적 해이도 문제 美 주택담보부증권 30% 해외투자자들이 보유 헤지펀드도 큰 손해…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


작년 7월부터 미국 투자은행들의 대규모 손실로 마각을 드러낸 서브프라임 사태는 올 들어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침으로써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로 접어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도 충격파에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2008년 1월 첫 3주 동안 세계 증시에서 5조 달러이상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서브프라임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려왔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아 월가와 미국 경제를 구원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면, 곧바로 또 다른 악재가 터져 나오곤 했다.

대체 서브프라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이해 본다.


Q: 서브프라임이란?

A: 서브프라임(subprime·키워드)이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 즉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을 줄인 말로, 미국 금융기관이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게 제공한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미국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차입자의 신용도와 부채 규모, 담보 능력 등에 따라 프라임(우량), 알트에이(Alt-A·보통), 서브프라임(비우량)의 세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서브프라임은 이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2003년까지만 해도 예금은행(상업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대출을 별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주택 장만이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저소득층들의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예금은행들도 서브프라임 대출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0년 560억 달러에 불과하던 서브프라임 대출이 2005년 5080억 달러, 2006년 4830억 달러로 급증했다. 또 전체 주택저당대출 중 서브프라임의 비중이 2006년 말 기준으로 13%에 달한다.

예금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자산담보부증권·키워드 )라는 신종 금융 수단이 개발되어 차입자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은행이 부담하지 않고 대신 시장에 떠넘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구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예금은행들은 저소득층 주택 구입자들에게 서브프라임 대출을 제공하고 받은 저당채권(주택담보대출채권)을 시장에 매각한다. 이를 주택저당전문회사들이 사들여서 모은 뒤 이를 담보로 주택저당증권(RMBS·키워드)을 발행한다.

이번에는 투자은행(IB)이 주택저당증권들을 사들이고 그 속에 편입되어 있는 저당채권들을 합치고 재분류하여 소위 CDO라는 또 다른 파생금융상품을 만든다. 투자은행들은 CDO에 편입된 주택담보대출채권들을 편입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 수입의 배분 우선 순위에 따라 통상 세 종류로 재구성한다. 즉 신용등급이 AAA이상으로 위험도가 낮고 수익률도 가장 낮은 'senior'등급과, 투자 적격 등급(AA∼BB)이긴 하나 위험이 높은 'mezzanine', 신용등급을 부여받지 못하는 높은 위험의 'equity'로 재구성한 뒤 각각 유통시장을 통해 나누어 매각한다. 'senior' 부분은 주로 외국은행 등 기관투자가가 사들이며, 'mezzanine' 부분과 'equity'는 주로 헤지펀드(hedge fund)가 투자한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대출은 75%가 주택저당증권(RMBS)에 편입되며, CDO 편입자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Q: 어떻게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났는가?

A: 문제의 발단은 2006년 이후 미국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한편,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많은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빚 갚기를 포기한 데 있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연체율이 2005년 9월 10.8%이던 것이 2006년 9월 12.6%, 2007년 9월 16.3%로 치솟았다.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서브프라임을 기초로 한 파생금융상품(CDO 등)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에 여기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됐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총체적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들 수 있다. 즉 상업은행들은 차입자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면밀히 살피는 데 소홀했으며, 신용평가회사들은 주택저당증권, CDO 등에 과도하게 높은 신용 등급을 부여했다. 또 모노라인(monoline·키워드)으로 불리는 채권보증기관들은 주택저당증권과 CDO에 대하여 부담 능력 이상의 지급 보증을 남발했다.

최첨단의 선진국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에 농락당한 것은 CDO 등 소위 '구조화 금융상품(structured financial instrument)'이 내포하고 있는 기술적 문제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주택저당증권-CDO-투자자로 연결되는 경로가 모두 장외(場外) 거래시장이어서 가격과 거래의 투명성이 낮기 때문에 CDO의 가치평가방법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로 CDO 등 구조화 금융상품들이 내포하고 있던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나자 투자자들이 금융시장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었으며, 투자를 기피하게 됨으로써 신용경색이 발생했다.

금융 버블과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을 간과한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책임 논란도 높아지고 있다.



Q: 외국 금융회사까지 휘청거리는 이유는?

A: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신용경색을 가져왔다. 그 여파로 영국의 노던록 은행이 지급불능 상황을 맞았으며, 우리나라 은행들도 해외 차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의 주택저당채권시장이 전체 채권시장의 22%를 차지해 미국 국채(treasury bonds)보다 규모가 크고 비중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이 시장의 위축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더구나 미국에서 발행된 CDO의 약 30%를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CDO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지만, 그동안 서브프라임의 연체율이 2005년까지는 크게 높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기관투자가들에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되어 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또 다른 경로는 미국의 헤지펀드들이다. 헤지펀드는 CDO 발행고의 46%를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시장에서 CDO 가격이 급락하면서 헤지펀드가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경우 헤지펀드는 흔히 신흥시장에 투자해 둔, 미실현 수익이 있는 증권을 매각하여 자금을 충당하게 된다. 그 결과 미국 시장의 쇼크가 신흥시장에도 바로 확산되게 된다. 금년 들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도했던 것도 이러한 헤지펀드들의 운용 행태와 관련이 있다.



Q: 모노라인이 문제라는데 이게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됐나?

A: 모노라인(monoline)이란 채권보증업체를 말하는데, 최근 수년간 금융회사의 각종 파생금융상품 보증업무에까지 손을 댔다.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모노라인으로부터 신용파산스와프(CDS·Credit Default Swap·키워드)라는 파생금융상품을 사는 형식으로 보험을 든 셈이었다. 은행의 경우 이렇게 보험을 든 규모가 125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로 모노라인이 물어줘야 할 돈이 늘어나 자금난에 빠지고, 신용평가회사들이 모노라인에 대한 신용등급을 강등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 회사들이 보증한 채권들의 신용등급도 함께 하향조정되면서 자산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이들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들도 추가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CDS를 기초자산으로 다른 파생금융상품들이 다시 연쇄적으로 만들어져 팔렸기 때문에 손실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Q: 금융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A: 1980년대 말의 저축대부조합 부실 사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1999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LTCM) 사태 그리고 작금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 금융 위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반복되는 원인으로는 역설적이게도 금융혁신이 지적된다. 즉 유동성이 풍부해져서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 금융기관들은 수익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게 되며, 바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혁신이 일어난다. 그런데 금융혁신이란 곧 위험을 새로운 방법으로 처리하는 금융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혁신이 일어나면 금융산업에는 새로운 수익의 기회가 창출되고, 시간이 갈수록 시장은 잠재적으로 과열돼 간다. 그런데도 위험은 상당 기간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감독 당국이나 금융기관은 낙관론에 젖게 된다.

그러나 금융시장에도 '질량 불변의 법칙'은 엄연히 적용된다. 아무리 혁신적인 금융 수단이 출현해도 위험의 총량은 변하지 않으며, 거품이 한계에 이르면 풍선은 터지기 마련이다.

특히 고도의 금융공학 기법으로 복잡한 구조화 금융증권들이 개발되면서 개별 은행들의 위험은 낮아졌지만 금융산업 전체의 위험은 오히려 더 커졌다. 더구나 금융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불안정성은 더욱 넓고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가 됐다.



Q: 금융산업에 주는 교훈은?

A: 첫째, 금융회사의 내부 위험 관리 시스템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등 세계적 투자은행의 경우도 위험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이사회의 위험관리위원회도 제 기능을 못했다.

둘째, 금융상품이 복잡해지고, 금융혁신으로 규제에서 벗어난 영역이 확대되는데 대응하여 금융감독 체계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 제도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구조화 금융상품 및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셋째, 금융감독의 글로벌 차원의 협력 강화가 시급하다.

끝으로 서브프라임 사태가 은행들이 차입자에 대한 여신 심사 등 금융업의 기본을 소홀히 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태의 교훈은 '기본에 충실하자(Back to Basic)'로 집약된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국내 금융산업의 직접적 피해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고질적으로 낙후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우리 금융산업으로선 서브프라임 사태가 결코 남의 집 불구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동원 前 국민은행 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