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역사 교훈 망각한 그리스
<세샹읽기>역사 교훈 망각한 그리스
헤럴드경제 | 입력 2010.05.14 11:08
포퓰리즘 정치로 몰락
지금 그리스도 양상 비슷
복지 경쟁 선거전이 걱정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시민회의 권한이 크게 강화되면서 절정의 민주주의를 구가했다. 민회는 세출ㆍ외교 등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시민 법정이 구성돼 다수결로 판결을 내리는 제도가 정착됐다. 시민 탄핵제인 도편제를 도입, 언제든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장치도 마련했다. 시민들은 환호했고, 최상의 제도는 영원불멸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재앙의 씨앗이 움트고 있었다. 시민들의 요구사항은 끊임없이 늘어났고, 지도자들은 그들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다. 아테네는 빠르게 복지국가로 치달았다. 수천 명에 이르는 배심원과 공무원 등 나랏돈으로 호화생활을 하는 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흥청망청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지도자는 철저히 배척됐다.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판을 쳤던 것이다. 그 결과는 뻔했다.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 무참히 패배했고,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리스는 역사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2500년이 지난 2010년. 그리스는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하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취약한 경제에 비해 과도한 복지와 방만한 재정 운용이 원인이다.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탓이 크다. 재정은 생각지도 않고 복지를 늘려 유권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준 것이다.
1974년 민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리스는 진보성향의 사회당과 보수적인 신민주당이 교대로 집권했다. 특히 1993년부터 10년간 사회당 집권기에 공공부문 지출을 대거 늘렸다. 2004년 들어선 우파 정부도 다를 바 없었다. 지난해 정권을 내주기 전까지 5년간 무려 7만명이 넘는 공무원을 증원했다. 표를 위해 일자리를 마구 늘린 것이다. 게다가 공무원 임금 상승률은 유로지역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 공무원 4명 중 1명은 잉여인력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누구도 줄이자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나라가 멍들어도 인심 잃을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침내 사회보장 관련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임금의 95%를 보전해주는 후한 연금제도가 그 압권이다.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구제금융을 얻어 쓰는 처지가 됐다.
연금 혜택 축소와 공무원 감축 등 그리스 정부는 대대적 긴축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길들여진 국민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이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유혈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다. 포퓰리즘 정치의 단맛은 이렇게 가혹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2010년 5월 대한민국. 지방선거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복지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이 무상급식을 들고 나오자 한나라당은 무상보육 카드를 꺼냈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짜 심리를 자극, 표를 얻겠다는 발상이 유치하다. 선거가 임박해지자 각 후보 진영은 재원 대책도 없이 천문학적 재정이 필요한 공약들을 펑펑 쏟아낸다. 10만개 일자리 창출 정도는 예사다. 복지를 늘리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다면 곤란하다. 헝가리가 복지 과잉으로 도탄에 빠졌고, 그리스가 그랬다. 일본 민주당 정부도 정권을 창출했지만 선심성 복지 공약 뒷감당에 휘청거리고 있다.
포퓰리즘은 국가와 사회의 골수를 갉아먹는 악성 바이러스다. 분배를 왜곡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양산한다. 정치인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당장 효과를 내는 데는 이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유권자들이 단단히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인기영합 정책으로 표를 얻겠다는 후보를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 어설픈 아마추어 지도자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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