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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에게 둘러쌓인 캉첸중가 등반의문

by 바로요거 2010. 4. 28.

오은선에게 둘러쌓인 캉첸중가 등반의문

오은선 쾌거, 언론이 감춘 ‘중요한 의문’

미디어오늘 | 입력 2010.04.28 10:15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국 언론, '우물 안 개구리' 소리 듣지 않으려면…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
산악인 오은선 대장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올랐다. 공영방송 KBS는 생중계로 이 장면을 전했고, 28일자 주요 아침신문은 1면과 종합면, 사설까지 '오은선 쾌거'로 도배됐다.

한국인이 히말라야 고봉을 그것도 여성 산악인 최초로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다면 이는 평가할 일이다. 한국 언론 지면에는 대한민국 위상을 세계에 알린 쾌거로 기록됐다. 한국이 산악 최강국으로 우뚝 섰다는 기사도 나왔다.

그러나 언론의 기본 역할은 '흥분'이 아니라 사실 전달이고, 의문을 파헤치는 일이다. 한국 언론이 '우물 안 개구리'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세계 어느 언론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객관성과 냉정함이 요구된다.

다음은 28일자 전국단위 주요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 "전교조 교사 명단 홈피에서 내려라" >
국민일보 < 오은선, 철녀의 꿈 이루다 >
동아일보 < 더 오를 산이 없다 >
서울신문 < '북 주요관리 여행금지' 새 안보리결의안 추진 >
세계일보 < 오은선, 여성 첫 히말라야 14좌 완등 >
조선일보 < 오은선, 히말라야를 품다 >
중앙일보 < 마침내 신들의 땅 오르다 >
한겨레 < '표현의 자유 제한' 위헌 논란 >
한국일보 < 오은선 '꿈'을 오르다 >

한국인 중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주말에 북한산을 찾는다면 얼마나 많은, 얼마나 다양한 이들이 산의 품으로 안기는지 알게 된다. 남한 땅에서 가장 높다는 지리산 종주에 나서는 것도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며 인내력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지리산 천왕봉 높이가 1915m임을 고려할 때 8000m급 히말라야 고봉을 오른다는 것은 얼마나 힘겹고 대단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산악인 오은선 대장의 안나푸르나 등정 성공은 따뜻한 격려를 받아 마땅하다.

언론은 오은선 대장의 안나푸르나 등정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직접 히말라야 현지로 기자를 파견한 언론도 있고, 전문 매체 기자의 현지 기사를 전한 언론도 있다. 다른 언론도 현장에서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한 기사를 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안나푸르나 현지로 기자 파견

 

 

▲ 동아일보 4월28일자 1면.
28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은 오은선의 쾌거로 도배됐다. 동아일보는 1면 < 더 오를 산이 없다 > 는 기사에서 "1만분의 1쯤 될까. 아니 100만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여성 산악인 오은선(44·블랙야크)이 그동안 히말라야에 새긴 발자국은 광활한 고지의 극히 미세한 부분. 하지만 '철의 여인'은 지금 히말라야를 온전히 품었다"라는 기사를 '안나푸르나' 현지에 파견된 기자를 통해 전했다.

중앙일보는 KBS 1TV 화면을 활용해 생생한 장면을 1면 사진 기사로 처리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2~3면에 걸쳐 < "고미영 사진 정상에 묻었습니다…하산합니다" > 라는 기사를 전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기록은 깨지기 위한 것이라지만 세계 최초라는 기록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기억하지만 2등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라는 내용으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있던 신영철 월간 < 사람과 산 > 편집위원 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 "여성 등반사의 쾌거"

 

 

▲ 한국일보 4월28일자 1면.
한국일보는 1면 < 오은선 '꿈'을 오르다 > 라는 기사에서 "마침내 그녀가 해냈다.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이 27일 오후 6시15분(한국시간) 안나푸르나(해발 8091m) 정상에 올라 여성 산악인으로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급 14좌 완등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등반은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66)가 세계 최초 14좌 완등에 성공한 이후 24년 만에 이루어진 여성 등반사의 쾌거"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1면 < 오은선, 히말라야를 품다 > 라는 기사에서 "27일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 봉을 오르는 오은산(44·블략야크) 대장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한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금 무거웠다. 기온은 영하 30도에 초속 12m의 강풍까지 몰아쳤다. 해발 8000m부터는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면서 바로 곁에서 취재를 한 것처럼 보도했다.

언론은 오은선 대장이 어려움을 이기고 히말라야 고봉 14좌에 오르기까지의 사연을 감동 어린 사연으로 풀어갔다. 또 한국이 산악강국으로 우뚝 섰다는 점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울신문은 < 장하다! 오은선 > 이라는 사설에서 "지난 2007년 세계 최초의 히말라야 16좌 완등 신화를 쓴 엄홍길에 이어 한국인 남녀 산악인이 세계 등반사의 정상에 나란히 등극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산악 강국의 면모를 만방에 떨치게 됐다. 참으로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대한민국, 고산 등반 세계 최강"

 

 

▲ 중앙일보 4월28일자 28면.
중앙일보는 28면 < 14좌 완등 20명 중 대한민국이 4명, 고산 등반 세계 최강 > 이라는 기사에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사람은 오 대장을 포함해 20명 밖에 없다. 국적으로 따지면 11개 국가다. 대부분이 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 등 유럽의 전통 강호고, 아시아에선 대한민국과 카자흐스탄만이 14좌 완등국에 올라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완등자를 4명이나 보유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언론의 주장처럼 세계 산악계는 한국을 고산 등반의 최강국으로 인정하고 있을까. 어쩌면 이런 주장은 우물 안 주장은 아닐까. 언론의 기본은 의문이다. 우리 스스로 최강국이라고 외친다고 최강국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언론은 오은선 쾌거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쏟아냈고,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됐지만, 훗날 '언론의 흥분'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오은선의 14좌 완등 성공을 둘러싼 '중요한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파사반은 2인자"

 

 

▲ 국민일보 4월28일자 9면.
국민일보는 9면 < 초속 18m 강풍·혹한…13시간 사투 끝 "여기는 정상" > 이라는 기사에서 "파사반도 13좌 등정에 성공한 상태였으나 오은선이 14좌 완등을 먼저 이루면서 파사반은 2인자로 남게 됐다"고 주장했다.
에두르네 파사반이라는 스페인 여성 산악인은 히말라야 13좌 등정에 성공한 인물로 14좌 완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파사반과 오은선은 여성 최초 14좌 완등을 놓고 경쟁을 벌였는데 국민일보는 파사반이 2인자로 남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도 3면 < "세계 등반사에 영원히 기록될 기적" > 이라는 기사에서 "AP, AFP 등 주요 외신도 이날 긴급 기사를 통해 오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완등 성공을 일제히 보도했다. AP는 '오씨가 히말라야 14좌 정상에 모두 올라 스페인의 라이벌 에두르네 파사반을 눌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 "오은선, 곧바로 국제 인정 받기는 어려워"

 

 

▲ 한겨레 4월28일자 3면.
그러나 언론이 중요한 의문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로 보기 어렵다. 여성 최초 14좌 완등 경쟁이 끝난 것처럼 보도한 일부 언론 태도는 적절한 모습이 아니다.

한겨레는 3면 < 외신들, 14좌 완등 아직은… > 이라는 기사에서 "오은선씨의 안나푸르나 등정이 곧바로 '14좌 완등'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씨의 지난해 칸체중가 등정 여부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 < "여기는 안나푸르나" > 라는 기사에서 "파사반과 일부 외국 언론은 지난해 5월 오 대장의 캍첸중가 등정 의혹을 제기해 오 대장이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로 공인받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과 2면, 3면, 28면에 관련 기사를 내보내는 등 오은선 안나푸르나 등정 소식을 가장 비중 있게 전한 언론 중 하나이다. 동아일보 역시 '중요한 의문'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오은선 카첸중가 등정, 미등정으로 바뀌면 문제 커져"


 

▲ 동아일보 4월28일자 28면.
동아일보는 28면 < 14좌 완등 공인, 홀리 재인증 남아 > 라는 기사에서 "오은선이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완등에 성공했지만 '완벽한 인정'을 받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동아일보는 "산악인들 사이에서 '히말라야 고산 등정 인증 담당자'로 통하는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는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인증'에서 '논쟁 중(disputed)으로 바꾼 상태다. 오은선은 조만간 카트만두로 가 홀리 여사를 만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전한 아래 내용은 중요한 대목이다.
"오은선의 경우는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이 걸렸기 때문에 리스트에 포함되더라도 명확한 인증이 필요하다. 홀리 여사가 인터뷰 뒤 칸첸중가 등정을 최종 인정하면 논란은 일단락되지만 미등정으로 바꾸거나 논쟁중인 상태로 놔두면 문제는 커진다."

조선일보가 전한 '합리적 의문'

 

 

▲ 조선일보 4월28일자 13면.
그러나 국민일보는 28일자 사설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는 쉽지만 반박하기는 어려운 게 고봉 등정의 진실이다. 악천후 속에서 이뤄진 칸첸중가 등반에서 정상 부근의 시계가 확보되지 않는 상태로 인증사진을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오씨와 세르파는 주장한다. 오씨의 기록 공인을 방해할 수 있는 이 의혹이 국내에서 제기돼 국제적 논란거리가 된 것은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오은선 대장의 쾌거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대한민국만 인정하는 주장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중요한 의문'을 전할 의무가 있다. 또 대한민국이 정말로 고산 등반의 세계 최강인지 아닌지 합리적 의문도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고산 등반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는 '자본의 논리'가 중요한 변수인 것은 아닐까. 조선일보가 13면에 전한 < 앞장선 셰르파, 왜 등반가 대접 못 받나 > 라는 기사는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 의문'이 담겨 있는 기사이다.

"셰르파들이 고산지대 출신이어서 고지 적응에 별문제가 없고, 등반로를 워낙 잘 알기 때문에 프로 등반가로 성공할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스폰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8000m급 산을 오르는 팀을 꾸리려면 1개월에 2억원 가량의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팔의 기업 중에서는 이런 돈을 선뜻 내고 셰르파를 전문 등반가로 육성할 곳이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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