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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오은선 대장

by 바로요거 2010. 4. 28.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오은선 대장

 

‘철녀’ 오은선, 남성들만의 영역에 오르다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잇따른 악재 극복… 무산소·속공등반 결실
지난해 숨진 고미영 대장 사진 정상에 묻어

경향신문 | 최병준 기자 | 입력 2010.04.28 01:22

정상까지 단 10m, 안나푸르나는 쉽게 문을 열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던 오은선 대장이 작심한 듯 정상을 향해 기어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태극기를 펼쳐들었다. 그곳에 오른 최초의 여성,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이었다.

'철녀' 오은선 대장은 무산소 등정을 고집해온 산악인이다. 14좌 중 에베레스트와 K2 등 2개 봉우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산소로 올랐다.

 


국내 최초로 14좌를 완등한 엄홍길씨는 "오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세계 등반사에 영원히 기록될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오 대장의 아버지 수만씨(69)와 어머니 최순내씨(64)는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자택에서 TV를 통해 딸의 등정 상황을 지켜보다 정상에 오르자 서로 껴안고 기쁨을 나눴다.

히말라야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성의 영역이었다. 한국 여성 산악인들이 주축이 된 등반대가 히말라야를 처음 찾은 건 93년. 여성으로만 구성된 원정대가 에베레스트로 향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었지만 지현옥, 최오순, 김순주씨 등 3명이 등정에 성공했다.

이후 14좌 등정 도전의 고비마다 사고를 당하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지현옥씨는 99년 4월 안나푸르나 정상을 등정하고 하산 중 실종됐다. 평소 지현옥씨를 존경해왔던 오 대장은 이번 산행에 앞서서도 안나푸르나에 있는 지씨의 추모비를 찾았다.

오 대장은 또 작년 7월 낭가파르바트에서 숨진 고미영 대장(당시 42세)의 사진을 품에 안고 가서 안나푸르나 정상에 묻었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 대장의 위업이 가능했다.

오 대장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란 핸디캡도 극복했다. 금수강산이지만 2000m 넘는 산이 없는 나라에서 여성으로서 14좌 최초 등정이라는 쾌거를 이룬 셈이다.

오 대장은 이번에도 불굴의 의지를 어김없이 보여줬다. 예전 에베레스트에서는 탈진해 죽음의 고비를 넘겼고, 시샤팡마에서는 굴러온 얼음 덩어리에 맞아 갈비뼈가 부러진 적도 있다. 안나푸르나에서도 악천후로 일정이 연기되는 등 악전고투했다.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오 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산악계에서는 '무산소 등정'과 함께 오 대장의 '속공 등반'도 높이 사고 있다. 속공 등반이란 최소한의 짐으로 캠프를 구축한 뒤 현지에서 캠프 1, 2, 3을 오가면서 적응훈련을 하다 이른 시간 내에 정상에 오르는 등반법이다. 등반대 수를 줄일 수 있어 경비부담이 적고, 빨리 오를 수 있다. 대원과 셰르파가 장비를 차근차근 캠프로 옮기며 캠프 4에서 정상에 도전하는 극지법에 비해 위험부담이 크다.

현재 세계 산악계의 흐름은 알피니즘. 알피니즘이란 탐험의 의미를 되살려 무산소로, 남이 닦아놓은 길을 가지 않고 신루트로 가는 등반법을 뜻하는데, 오 대장은 '알피니즘 속공 등반'을 고집해왔고, 이번 등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이번 완등으로 지난해 칸첸중가 등정 성공 여부 논란이 재점화됐다. 영국 BBC는 23일 히말라야 고봉 등정 공인과 관련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미국인 엘리자베스 하울리가 칸체중가 등정을 '논란인 상태(disputed)'로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하울리는 오 대장과 최초의 여성 14좌 완등 기록을 다투는 에두르네 파사반(36·스페인)으로부터 견해를 들은 뒤 이같이 기록했다.

하지만 안나푸르나 등정은 TV생중계가 돼 애초에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 최병준 기자 b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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