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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악화되는 이유는 뭘까?

by 바로요거 2010. 4. 22.

남북관계 악화되는 이유는 뭘까?

 

[포커스]악화일로 남북관계 ‘엎친 데 덮친 격’

위클리경향 | 입력 2010.04.22 10:53

ㆍ금강산 내 자산 동결로 경색 심화… 천안함 침몰 '후폭풍'도 뇌관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정부 및 기업의 자산을 '동결'시키고 개성공단사업의 전면 재검토 가능성도 밝혔다. 여기에 천안함 침몰 사태에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걸려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은 예고됐다.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새 정부의 과욕이 대북정책의 연속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 인양된 천안함 함미가 4월 15일 바지선에 올려진 이후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문석 기자

 

↑ 현인택 통일부 장관(왼쪽)이 4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금강산 부동산 동결 조치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우철훈 기자

 
북한은 이달 8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의 정부 및 기업 소유 자산을 동결한다고 선포했다. 이어 13일 금강산면회소, 소방대,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 5개 건물에 '동결' 스티커를 붙였다. 올해 들어 북한은 남북관계 악화를 계획해 온 것으로 보인다.

2월 들어 이명박 대통령 취임 2주년에 즈음해 다시 이 대통령 비난에 나섰다. 3월 4일 아태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금강산·개성 관광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 동결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8일에는 다시 아태평화위원회가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통지문을 보내 부동산 조사 실시와 자산몰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25일부터 실제로 조사가 있었고, 이후 일련의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더욱 강경해진 북한

금강산 관광 중단의 계기가 된 것은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이었다. 그 후 우리 정부는 진상 규명, 재발방지 대책, 신변안전보장 조치 마련을 관광 재개의 선결 과제로 제시해 왔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해 8월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의 특별조치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보장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관광 재개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현-김 면담 이후 북한은 당시 합의한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제한 조치 철회와 이산가족 상봉에 나섰다. 8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 특사 조문단이 내려왔고, 이들은 이 대통령을 예방했다. 연말에는 해외공단 남북 공동 시찰도 있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재개되지 않았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남한이 금강산 재개에 적극 나서지 않다고 판단한 북한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은커녕 기존의 남북협력사업마저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급변사태 대비와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위한 한·미 합동군사훈련 및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비난을 볼 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급기야 2월 8일에는 인민보안성·국가보위부 명의로 "전면적인 강력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나섰다. 이로써 지난해 8월 이후 나타난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는 끝나고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의도적인 남북 갈등 상황 연출에 이명박 정부가 일부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남한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이와 별도로 관광 재개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는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2월 8일 개성에서 열린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실무회담이 결렬되자 북한 측은 후속 접촉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남한 측은 거부했다. 4월 8일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의 부동산 동결을 발표하자 이튿날 남한 정부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면서 "회담을 제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4월 13일 북한이 '동결' 조치를 취했을 때도 통일부 관계자들은 기왕에 사용하지 않는 시설들이라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개성 관광 비용(현금)이 김정일 정권의 통치자금이나 핵 개발에 쓰일 우려가 있다고 보고 북한과의 관광사업 자체에 회의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개성공단사업을 경제 원리에 따라 대하고, 북핵과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 공조와 보편주의에 입각해 접근하고, '비핵 개방 3000' 구상에서 보듯이 북한을 계도하거나 굴복시키려는 자세를 취할 때 남북관계의 후퇴는 기정사실로 예상됐다.

천안함 사태 섣부른 판단 말아야

물론 북한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의 남북관계 발전 가능성에 대한 깊은 회의가 일련의 상황 악화 조치를 가져온 일차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현대아산 소유 부동산을 동결하는 등 민간 기업의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조치를 취하고, 그에 대해 남한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경우 남북관계는 전면 중단의 길로 접어든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한은 개성공단지구 폐쇄 및 지구 내 남한 인원 억류, 휴전선 일대에서의 총격전, 미사일 발사 훈련 등을 감행하며 이명박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의 불똥이 남북관계에 튈지도 모른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남북관계의 전면 중단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물증이 없거나 북한이 부인하는 가운데 심증으로만 북한의 소행으로 몰고 간다면 남북관계는 남과 북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물론 북한이 개입한 물증이 있다면 정부는 단호한 대처 의지를 밝히고 남한 단독, 국제사회와의 공조 아래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나서야 하겠지만 전쟁은 아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의 진상 규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단은 이 사건과 남북관계를 분리해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의도적인 남북관계 악화 조치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첫 번째로 물리적 충돌까지 몰고 갈 수 있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단호한 대처 의지를 밝혀 상황 악화의 한계선을 제시하고, 두 번째로 개성공단사업을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하고 유지 발전시켜 나갈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또 정부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남북관계와 무관하지 않음을 직시하고 상황 악화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지 국민의 안녕과 기업의 이익, 나아가 민족의 생존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대처해 주길 바랄 뿐이다. 급변사태는 북한이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들과 세계는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주시하고 있다.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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