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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꼬마무기, 최첨단 감시장비도 무력화

by 바로요거 2010. 4. 21.

북한의 꼬마무기, 최첨단 감시장비도 무력화

 

테러의 바다…해저 누비는 ‘꼬마 무기’들 항공모함도 뒤집어버려 [조인스]

2010.04.21 14:18 입력 / 2010.04.21 14:40 수정

 

기획특집 1. 천안함 사태로 본 ‘닌자형 기습무기’
국제적 공포 확산… 로켓 캡슐 숨겨뒀다 배 바닥 공격도 

중국이 개발한 사출형 기뢰 EM-52.

 

월간중앙 한국 서해상 백령도 근해에서 일어난 천안함 침몰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보안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국제적 위협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작고 은밀한 ‘닌자형 기습무기’에 의한 타격이 그것이다. 천안함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타격을 받아 침몰했다.

이 때문에 천안함 격침의 최종 원인이 무엇으로 밝혀지든 이런 위험이 바다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해군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미국은 물론 영국과 호주, 스웨덴 등지에서 전문가의 한국 파견을 자청하는 등 천안함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닌자형 기습무기의 위협은 이제 가시화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해상 전술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그러한 기습공격이 언제라도 가능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천안함 타격무기의 하나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사출형 기뢰(CAPTOR)를 비롯한 다양한 닌자식 해상 공격무기의 확산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소형 잠수함과 잠수정, 반잠수정을 이용해 소나 등 탐지장비를 따돌리고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이런 유형의 무기체계는 그리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은밀하게 설치해 상대방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무기는 전 세계로 확산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래서 골리앗 같은 강대국의 해양 전력에 맞서는 소국·소형 함선들의 ‘다윗형 한 방’ 전략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은밀한 공격방식을 미국의 적성국가나 알 카에다를 비롯한 국제 테러집단이 악용한다면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함대의 안전은 물론 지구촌의 혈관 역할을 하는 해상 수송로도 안심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런 불순집단이 유조선이나 화학물질을 가득 실은 특수 탱커라도 공격한다면 세계적인 환경재앙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말리아 해적에 이은 새로운 국제 보안 위협이 하나 불거진 것이다. 그 위협의 수준은 몸값이나 노리는 해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런 작은 무기가 얼마든지 국제사회를 뒤흔들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닌자식 기습무기’의 위협을 살펴본다.

작을수록 위력적인 잠수함

잠시 한국 해군의 명예를 반추해본다. 1997년 환태평양훈련(RIMPAC) 당시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 해군의 209급(1200t) 디젤 잠수함이 미 해군의 두터운 다중방어망을 13번이나 뚫고 최종 목표물인 미 항공모함에 모의 어뢰를 발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훈련 상황이기에 이 정도로 끝났지, 실전 상황이었다면 미 해군은 거대 항공모함을 잃을 뻔했다는 말이다.

항모 1척의 손실은 단순히 대형 군함 1척을 잃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수십 대의 항공기와 수천 명의 정예 인력이 함께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전술적으로 1개 함대의 항공전력 거의 전부를 상실하게 된다는 말이다. 웬만한 국가의 전체 항공전력과 맞먹는 정도의 화력이다.

심리적·정치적 효과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1999년 3월 25일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이날 한국 해군의 209급 디젤 잠수함인 이천함의 함장 이동진 중령이 조용히 함 내 수화기를 들었다. 미 해군 7함대 사령관에게 건 것이었다. 이 함장은 “우리가 이겼습니다, 제독”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과의 연합훈련에서 미 해군 7함대 함선들의 다중호위를 받던 항공모함 표적을 실제 어뢰로 격침한 것이다. 훈련에서 항모 표적으로 사용한 미 퇴역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의 선체는 이천함이 발사한 어뢰에 맞아 태평양으로 가라앉았다. 그 해 3월 22일부터 나흘간 한국·미국·호주·캐나다·싱가포르 등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진 다국적 해군의 서태평양 합동훈련에서의 일이다.

당시 미 해군 구축함들은 선체 아래쪽에 튀어나온 소나(음향탐지기)로 작은 소리라도 놓칠세라 바닷속을 열심히 감시했다. 하늘에는 대잠 초계기 P-3C와 링스 헬기가 자기장을 이용해 바닷속에 금속 물체가 있는지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잠수함처럼 금속으로 이뤄져 큰 중력을 가진 대형 금속 물체가 물속에 있으면 대잠초계기의 감시장비에 금세 발각된다.

당시 이천함은 표적에서 8km 떨어진 수중으로 접근했지만 미 해군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전시였다면 형언할 수 없는 대재앙으로 이어질 상황이었다. 사실 209급은 성능이나 규모로 보면 결코 내세울 무기체계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 해군은 이를 가공할 무기체계로 만들었다. 이 같은 성과를 거두는 데는 우리 해군의 훈련과 전술 개발 노력이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크기가 비교적 작아 상대에게 발각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크기가 작아서 더 은밀한 무기체계가 고도의 훈련으로 전술을 개발한다면 미 해군 함대도 얼마든지 위협을 받을 수 있음을 한국 해군이 보여준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우방이 아닌 국가나 집단도 이런 은밀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작고 값싼 무기체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무기체계가 국제적으로 확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첨단 장비도 소용 없는 북한의 잠수정

북한은 더 작은 잠수함이나 잠수정, 반잠수정을 운영하고 있다. 초소형 유고급 잠수정이 가장 큰 문제다. 북한이 유일하게 독자적으로 개발한 잠수선박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고슬라비아에서 설계를 지원받았다는 설이 있다. 배수량 90t짜리 초소형 잠수함으로 길이가 20m, 선폭이 3.1m에 불과하다.

수상에서 10노트(시속 19km), 수중에선 4노트(시속 7.4km)의 최고 속도로 140km를 운항할 수 있다. 승조원 6명에 12명의 특수부대원을 실을 수 있다. 실제로 무장공비나 공작원을 실어 나르는 은밀한 용도로 사용돼왔다. 그동안 들키지 않고 한국 영해를 수없이 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8년 동해의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 그물에 걸려서 잡힌 유고급 잠수정의 항해일지에는 이미 한국 영해를 여러 차례 오간 것으로 돼 있었다.

문제는 이 선박이 406㎜급이나 533㎜급 어뢰를 발사하는 어뢰관 2문을 장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군함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물살이 빠르고 잡음이 많은 서해 같은 곳이라면 유고급 잠수함의 기동이나 어뢰의 움직임이 소나에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자연의 이점을 이용해 최첨단 감시장비를 무력화하는 작고 은밀한 위협이다. 이를 적절한 훈련을 받은 군대나 테러집단이 페르시아만이나 홍해 같은 중동에서 사용한다면 미 해군 함대에 상당한 위협을 줄 수 있다. 또는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의 경계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를 사용한다면 전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이곳이 막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른 사출형 기뢰

천안함 사태를 분석하면서 그 위험성이 새삼 주목받게 된 가공할 무기체계의 하나가 사출형 기뢰(CAPTOR Mine)다. 여기서 CAPTOR는 캡슐(capsule)과 어뢰(torpedo)의 합성어다. 원통형 캡슐 안에 어뢰나 로켓 추진 폭발물을 넣어 바닷속에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 발사해 함선을 파괴하는 퓨전 기뢰다.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바다에 뿌려 해저에 은밀하게 숨겨둔다. 그러다 상대편 함선이 지나가면 음향을 통해 이를 파악한 뒤 캡슐 안에 든 어뢰나 폭발물을 발사한다. 발사된 어뢰 등은 수중에서 최고 초속 80m 전후의 고속으로 수면에 떠올라 함정의 밑바닥에서 터지면서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된다.

이 정도의 속도로 바다 밑바닥에서 올라온다면 소나로 파악하기도 전에 터지게 된다. 어뢰나 폭발물이 함선 밑바닥에서 터지면 강력한 물기둥을 형성해 배를 위로 들어올리게 되는데 선박이 위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강력한 힘을 받아 두 동강이 나게 된다. 이를 버블젯이라고 한다. 버블젯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배 밑바닥에 상당한 타격을 주어 구멍이라도 뚫리게 된다.

사출형 기뢰는 냉전시대인 1960년대에 소련 군함의 기동을 막기 위해 미국이 개발해 1979년까지 생산됐다. 소련의 북해 함대기지가 있는 백해의 무르만스크에서 좁은 만은 해역을 거쳐야 북극해 가장자리의 바렌츠해로 나가고 이어 북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봉쇄하는 데 사출형 기뢰가 요긴할 수 있었다.

바렌츠해는 바다 깊이도 200~300m로 비교적 얕아 사출형 기뢰의 사정거리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소련도 사출형 기뢰 PMK-1을 개발했다. 중국은 1960년대 개발된 어뢰 Yu(魚)-2를 사출형 기뢰로 개조했으며 PMK-1을 바탕으로 개량사출형 기뢰를 개발했다. 심해용과 연해용이 각각 있다.

바다 깊이에 관계 없이 설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보유한 유고급 잠수정과 반잠수정은 사출형 기뢰를 설치하는 데 동원될 수 있다. 은밀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잠수정은 1발의 어뢰를 장착할 수 있다. 공기주입구만 물 위에 내밀고 깊이 5∼10m의 바닷속에서 5∼6노트(시속 9.2∼11.1㎞)로 항해할 수 있다.

이렇게 항해하면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 수상에서 반잠수정은 42노트(시속 77.8㎞)의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바다 위에서나 속에서나 반잠수정은 위협적이긴 마찬가지다. 잠수정과 사출형 기뢰가 결합할 경우 가공할 파괴력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사출형 기뢰는 어선으로 위장한 일반 선박으로도 바다에 뿌릴 수 있다. 냉전시대 개발됐던 이 무기가 21세기 바다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해상 위협의 국제적 확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잠수정이나 사출형 기뢰 같은 치명적인 무기의 국제적인 확산이다. 북한은 1999년 베트남에 유고형 잠수정 2척을 수출했다. 2007년 7월 이란에 4척을 수출했다. 이란에서는 가디르급이라고 불린다. 533㎜급 어뢰관 2문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이란은 2003년에는 북한에 대동2급 반잠수정 3척도 수출했다.

북한과 이란의 핵과 미사일에 시선을 집중하던 미국은 당시 이 같은 거래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큰 군함을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이러한 작은 무기체계는 새롭게 미국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런 무기의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세계에서 활동하는 미 해군 선박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출형 기뢰가 북한에 수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북한이 우방인 이란에 이를 넘겼을 가능성도 있다. 그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이 바다에서 테러를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효과는 육지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이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군함의 피격이 주는 상징성, 그리고 해상 수송로를 막는 경제적 효과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주목받는 비대칭전술의 위력

이러한 해상 은밀무기의 확산은 미국의 전략과 대테러전의 양상도 바꿔놓을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냉전 때만 해도 핵 전력과 함께 거대한 재래식 전력을 갖춘 소련군을 견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현재의 다양한 무기체계는 대부분 여기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것이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기 위해 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미사일 격추 미사일’ 같은 첨단 무기는 사실 소련과 그 동맹국 군대의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나왔다.

지금 활동 중인 미 해군의 이지스함이 그것이다. 이지스는 미사일을 포함한 적의 모든 위협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 전투체계에 연결해 대응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해군 전투체계다. 현재 미군의 모든 구축함과 순양함은 이지스 체계를 갖춘 이지스함이다. 이지스함은 엄청난 고가다.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표준화를 이뤄 미 해군의 구축함은 얼레이버크급, 순양함은 타이콘테로가급 단 한 종류씩만 운용하고 있다. 미국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거대한 자금을 들여 이를 구매해 실전에 배치할 때 이를 그대로 따라 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대칭전략’이다.

과거 소련이 이러한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비용 전략은 경제력이 떨어지는 소련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격이다. 냉전이 끝난 뒤 미군이나 서방 군대를 첨단 무기로 공격할 국가나 집단은 거의 없다. 미국에 대응하는 나라도 미군의 엄청난 기술과 자금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소련도 무너지는 판국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미국에 대응하는 나라는 대신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들면서 타격은 엄청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로 맞선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른바 비대칭전략이다. 비대칭전략은 북한·이란 등이 채택했다. 이들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이 같은 전략 때문이다.

비윤리적인 화학무기와 생화학무기를 개발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라크는 과거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을 공격하기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다. 북한도 비대칭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1980년대 이후 경제 격차로 도저히 한국군의 전력 증강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게 되자 은밀하고 값싼 무기체계 개발을 통해 그 격차를 메우려고 시도해왔다.

국군이 비싼 전투기와 전차를 증강하면 이에 맞춰 증강하는 대칭전략을 포기하고, 대신 다른 무기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대표적이다. 전투기와 군함, 전차를 증강할 힘과 돈을 핵과 미사일 개발로 상당수 돌린 것이다.

그래야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해군은 거대 전함 비스마르크함이 영국 해군에 격침되자 거함·거포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거함·거포의 개발과 배치를 중지하고 대신 잠수함전에 올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비대칭전술과 관련해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WMD 사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왔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초기 명분은 WMD 확산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닌자형 기습무기’에 의한 함대의 타격과 해상 교통로 마비라는 새로운 위협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해군의 전술, 교전 규칙 그리고 대테러전의 전술까지도 새롭게 정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가뜩이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눈엣가시 같았던 북한과 미국에 해상무기 확산 문제도 걸고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이란과 북한을 옥죌 새로운 계기를 찾은 것이다.

위협받는 함대와 해상 수송로

대한민국 해군의 천안함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 게다가 이런 엄청난 타격이 도대체 정확히 어떤 무기에 의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도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위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은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천안함 사태를 간단히 살펴보자. 3월 26일 오후 9시22분(추정)쯤 천안함은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

함미가 가라앉는 데는 채 1분이 걸리지도 않았으며, 함수가 완전히 90도로 기울어 침몰하는 데 5분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체불명의 타격에 의해 1200t에 이르는 군함이 46명의 장병과 함께 바다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 정도 타격이라면 구축함은 물론 순양함 심지어 항공모함까지도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규모로 추정된다.

게다가 천안함은 함선에 장착된 것과 사령부에 마련된 것을 포함해 다양한 전자장치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날아오는 미사일과 어뢰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장비에도 불구하고 타격을 당한 것이다. 미군을 비롯한 각 국의 함대가 언제라도 닌자형 공격을 당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국제사회에 은밀한 해상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일깨워주고 있다. 적대세력이 암약하는 걸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 해군 함대가 작고 은밀한 공격에 의해 일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란을 비롯한 미국의 적성국가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인 해역에서 미군에 실제로 가할 수 있는 위협을 지금까지보다 더욱 크게 평가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알 카에다와 같은 국제 테러세력이 이 같은 닌자형 무기를 입수해 해상에서 미군에 가공할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2000년 콜함 피격 사건의 교훈

실제로 미 해군은 2000년 11월 아라비아 반도 동쪽 예멘의 아덴 항에 정박 중이던 이지스 구축함 콜함이 공격을 받아 반파되고 17명의 수병이 목숨을 잃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 공격은 모터보트에 의한 자살폭탄 공격이었다. 알 카에다 요원 둘이 모터보트에 폭탄을 싣고 콜함에 부딪혔다.

이지스함은 적의 대형 군함을 함대함 미사일이나 어뢰로 격침하고 수많은 대공 미사일을 갖춰 적의 항공기는 물론 미사일까지 격추할 수 있는 가공할 성능을 갖췄다. 바닷속으로 접근하는 잠수함이나 어뢰도 잡아내 미리 처치할 수 있다. 가격은 수억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미군의 거대한 정밀무기체계가 일개 모터보트라는 값싼 재래식 원시 무기에 의해 운항을 못할 정도의 피해를 본 것이다.

당시 미군은 근접거리에서 다가오는 적을 처치하게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우선 12.7mm 기관총을 선상에 급히 설치했으며, 수병들에게 M203A1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소총을 지급, 함선 주위로 접근하는 고속정을 경계하도록 했다. 아울러 교전수칙도 바꿔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 사격할 수 있도록 했다.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무기만으로는 자신을 방어하기에도 버겁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사실 이 공격은 예견된 것이었다. 앞서 그 해 1월 초 또 다른 미군 이지스 구축함이 모터보트에 의한 자폭 공격을 받을 뻔했지만 이 보트는 미 해군 군함을 향해 돌진하던 중 폭탄의 무게를 못 이겨 가라앉았다. 미리 전조가 있었음에도 별것 아니라며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아 다친 것이다. 알 카에다의 이러한 공격은 2001년 9·11테러의 서곡으로 통한다.

현재 서해에서 나오는 다양한 정보와 논의들은 장기적으로 테러집단이 참조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북한이나 이란이 보여온 비대칭전략과 전술을 테러 공격에 준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해의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다양하고도 새로운 공격 가능성을 국제사회가 새롭게 인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육상에서도 은밀한 공격이 장비까지 바꿔놔…

미군의 1종 지뢰방어장갑차량(MRAP).
값싼 무기를 활용한 적의 은밀한 공격은 미 육군에서도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미군은 이라크를 점령하는 데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몇 해가 지나도 이 나라를 평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도로에 매설된 급조폭발물(IED)과 RPG-7 같은 값싼 무기, 자살폭탄공격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 육군의 장비까지 바꾸고 있다. 미군은 냉전시기였던 1984년부터 사용해온 군용 차량인 험비의 구매를 4월로 끝내기로 했다.

대신 앞으로는 신형 지뢰방어장갑차량(MRAP)으로만 대체한다. 차체가 낮고 폭이 넓은 험비는 군용 차량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이라크에서 IED와 RPG-7 공격에 취약하다는 결점 때문에 퇴장하게 된 것이다.

이 차량은 지표면과의 간격이 좁고 차체가 알루미늄으로 이뤄져 있어 IED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문에 미 국방부는 MRAP를 새롭게 채택, 지금까지 1만2000여 대를 전장에 투입했다.
 
글 채인택 중앙일보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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