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비상사태가 발생한 이유
키르기스 비상사태..수백명 사상(종합2보)
연합뉴스 | 입력 2010.04.08 00:34 | 수정 2010.04.08 07:49
정국 총체적 혼란..국영 TV 시위대에 접수
(알마티=연합뉴스) 이희열 특파원 =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6일과 7일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 사임을 주장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해 최대 100명이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부의 강경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더욱 격화하면서 키르기스 정국은 총체적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도서 수천명 시위..시위대 방송센터 장악
7일 수도인 비슈케크에서 수천 명의 야당 지지자들이 대통령궁을 향해 거리 행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보건부는 이날 시위 과정에서 17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또 보건부의 한 관계자는 AFP 통신에 지방의 시위까지 합칠 경우 지금까지 19명이 목숨을 잃었고 197명이 다쳤다고 말했으며 이타르타스 통신은 사망자가 21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야당인 아타 메켈당의 오무르벡 테케바예프 당수는 국영 TV에 출연해 사망자수가 약 100명이라고 주장했다.
키르기스 국영 TV는 시위대와 야당이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부패와 살인적인 물가에 불만을 품은 3천~5천명의 시위대는 전날 야당 지도자들의 검거에 분노해 정부 건물과 검찰청, 방송국 등에 난입해 방화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으나 시위가 격화되자 실탄을 사용하면서 사상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이와 앞서 다니야르 유세노프 총리는 키르기스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현장에 있던 전상중(59. 키르기스 한인경제인협회장) 씨는 시위대가 검찰청을 불을 지르고 있으며 간헐적으로 총소리가 들린다며 오늘 밤이 고비가 될 것 같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외에도 동부 나린 시에서도 수백 명의 야당 시위대가 시 청사로 난입했으며 수도 외곽에 있는 토마크 시에서도 2천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 탈라스 시 청사 난입
전날에는 키르기스 북서부에 위치한 탈라스시에서 수백 명의 반정부 시위자들이 시청사에 난입하면서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시위대는 탈라스 시 청사를 장악해 베이셴 볼로트베코프 시장을 볼모로 농성을 벌였고 이에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 총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시장을 구출했다.
하지만 시위대 1천여 명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다시 시청사에 진입해 "바키예프 타도" "부패 청산" 등을 외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이날 대통령 후보였던 알마즈벡 아탐바예프를 비슈케크 수도 자택에서 검거하는 한편 다른 야당 지도자들을 체포했다.
몰도무사 콘간티예프 내무부장관은 시위대로부터 구타당해 숨졌다고 야당 측에서 전하고 있으나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아킬벡 자파로프 부총리는 시위대에 인질로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미국 "우려"
이번 사태와 관련, 러시아는 7일 키르기스 정부에 시위대들에게 폭력을 사용치 말 것을 요구했고 미국도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키르기스에 군사 기지를 두고 있다.
중앙아 순방 중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키르기스 소요에 우려를 나타내며 "집회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본질적 요소이지만 법치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모두가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앙아 최빈국인 키르기스에서는 올 1월부터 난방비 등 공공요금이 5배까지 급격히 인상되면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됐었다.
jo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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