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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폭등하는 진짜 이유

by 바로요거 2009. 12. 11.

 

금값이 폭등하는 진짜 이유

 

[정갑영의 풀어쓰는 경제학] 금이 진짜 금값 된 이유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09.12.09 04:03

며칠 전 런던의 한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수십 명의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만찬에 초청했다. 회의 주제는 향후 금융시장 전망이었지만, 중간에 금값 전망에 대한 설문도 있었다. 그런데 "향후 2년 안에 금값이 얼마까지 갈 것 같은가?"라는 질문의 중론은 무려 온스당 4000달러였다고 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전문 사이트에 소개된 비공개 자료이긴 하지만, 1200달러에 못 미치는 최근 금값에 비하면 엄청난 전망치다.

 

물론 펀드매니저들의 예측은 황당할 때가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현재 금값도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금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물론 금값이 폭등하는 것은 미국의 달러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요인이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금값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못한 것 같다. 과연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더 있는 것일까.

첫째로 세계적인 금 생산 감소를 지적한다. 2001년 이후 금 생산은 연평균 9.1% 감소했고, 금값은 거의 4배나 폭등했다.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늘어나는 게 경제법칙인데 왜 생산이 줄고 있단 말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금광 자원이 소진되고 품질도 조악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새로운 금광을 찾기도 어렵고, 설령 발견한다 해도 금을 생산하려면 평균 7~10년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둘째는 투자용 금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들도 금이나 금광기업, 금 관련 파생상품 등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수요는 전년보다 150%나 폭증했다고 한다. 이 같은 수요 급증과 공급 감소만 봐도 금값이 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셋째 요인은 최근 중앙은행들마저 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에 체결된 중앙은행 금 협정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각 한도를 1년에 400톤 미만으로 묶어 놓았다. 이 협정에 따라 세계 최대의 금 보유기관인 중앙은행들은 금을 대량으로 시장에 내다파는 것에 규제를 받고 있다. 팔기는커녕 거꾸로 더 사려는 국가가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금 보유량을 76%나 늘렸고, 베네수엘라는 자국 금 생산량의 70%를 국내 시판만 하도록 규정했으며, 러시아와 멕시코 등 대부분의 국가도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특히 인구 25억명의 아시아 금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문화적으로 금 선호가 큰 이 지역에서는 인도가 세계 최대의 금 수요국이며, 중국도 이에 못지않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개인의 금 소유 규제를 해제했고 금 연계 통장까지 시판하고 있어, 2~3년 안에 수요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금값 변동의 주기설을 거론하는 분석도 있다. 전통적으로 금 가격은 17년의 변동주기를 갖고 있는데, 2001년 이후 상승기로 접어들어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전부터 거래된 재화로, 가격 변동에 일정한 주기가 있으며 매번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거품이 꺼졌다고 한다.

물론 금값이 어떤 주기나 물리적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는 건 무리겠지만, 경제적 요인만 살펴봐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물론 그린스펀의 말처럼 아무도 거품이 언제 터진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web.yonsei.ac.kr/kyjeong]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4호(09.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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