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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커진 세계경제

by 바로요거 2009. 12. 11.

불확실성 커진 세계경제

롤러코스터 탄 세계경제…불확실성 커졌다

한겨레 | 입력 2009.11.30 14:50

[한겨레] 제2대공황 우려하더니 어느새 빠른 회복 낙관
거시경제 변동성 커져…성장률 등 예측 어려워
금융위기의 진짜 충격 진단과 전망

 

 

얼마 전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0년 경제성장률을 5.5%로 전망했다.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후 초대형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대 이상의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한 실로 고무적인 평가다. 올해 초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운운하던 정황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사실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로 간주될 정도로 대외 환경의 변화에 극히 예민하다. 우리가 이 정도라면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순풍에 날개를 폈다고 볼 수 있다. 위기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아 아무런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민간 자생력 회복과 더불어 세계 수요의 선순환이 복구되면서 회복 기조 자체는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 혹은 전망의 급격한 변동이야말로 이번 위기의 진정한 충격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본래 경제적 의사결정은 미래지향적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사업도 하고 투자도 하고, 심지어 소비나 저축도 이러한 예측에 의존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래에 대한 예측 자체가 급변하거나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은 경제적 의사결정을 교란시키게 된다. 그 결과 전반적인 경제적 성과, 혹은 외형적인 성과로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사회 후생이나 복리 등의 무형적이면서도 어쩌면 더욱 필수적인 것들이 크게 위축될 소지가 크다. 제2의 세계 대공황에 대한 우려에서 'V자'형의 가파른 회복에 대한 기대로 돌아선 지금의 기류가 마냥 기분 좋다고 보기 힘든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이번 위기의 배후에 글로벌 차원에서의 독특한 경제적 환경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The Great Moderation"이 그것이다. 우리말로 '대완화' 정도로 번역되는데, 핵심적인 의미는 거시경제적 변동성의 완화 혹은 경제안정의 제고다. 세계 경제(주로 선진국의 경우)가 1970년대 오일쇼크, 혹은 물가는 높고 경기는 정체된 스태그플레이션의 충격을 딛고 1980년대 이후 추세적으로 성장률이나 물가 등의 변동성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을 지칭한다. 그만큼 세계 경제의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쉽게 말하자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경제 환경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세계 경제학계에서는 이 현상의 원인이나 함의를 두고 논쟁이 치열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세계 경제에 뭔가 구조변화가 일어났다고 봤고, 다른 일각에서는 오일쇼크와 같은 외생적인 충격이 없었기 때문, 즉 그저 운이 좋았을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이 논쟁을 정리하면서 거시경제학계의 거장인 벤 버냉키(현 미국 연준 의장)는 둘 다 설명력이 떨어지고, 중요하게는 통화정책의 기량이 향상된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1979년 폴 볼커의 대폭적인 금리인상과 같은 능동적인 통화정책 체제가 확립되면서 1970년대의 '대인플레이션(The Great Inflation) 시대'가 저물고, "마에스트로" 그린스펀 시대를 거치며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경제안정 기조가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화정책의 성공에 힘입은 대완화는 결국 경제 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예측 가능성의 제고가 장기화하면서 결국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예상치 못한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위험을 추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번 위기의 근저에 작동했던, 위험에 대한 맹목적인 태도는 이 때문이다. 또 이러한 능동적인 위험 추구는 금융시장의 거품 붕괴 속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사실 글로벌 차원에서 각종 금융위기가 기승을 부린 것도 이 시기였다. 하지만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를 계기로 이러한 맹목적인 위험 추구가 무너지고 있다.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세계 경제 환경의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최근 이른바 '꼬리 리스크'(tail risk·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큰 영향을 끼치는 위험)에 대한 관심은 이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지금의 모습을 'The Great Immoderation'이라고 부른다. 대완화 기조가 붕괴되고 거시경제적 변동성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경제성장률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더 문제는 물가(정확히는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점일지 모른다. 지난해만 해도 유가 급등과 맞물려 인플레이션이 쟁점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에는 이러한 우려가 디플레이션으로 선회했다. 또 지금은 과잉 유동성과 맞물려,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신뢰성에 기반한 물가안정 기조, 즉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 막을 내리고, 이제 (양방향의) 물가불안의 심화, 즉 '리인플레이션'(reinflation)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물가안정하의 빠른 경기회복 기대가 아직 취약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내년 경제 전망과 관련해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낙관적인 경제전망은 고맙지만, 위기의 충격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장보형/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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