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지킬거 지키면 문제 없다.
지킬 거 지키면 무서울 게 없다
시사IN | 정화 인턴 기자 | 입력 2009.09.03 10:05
"그냥 감기인 것 같은데 같이 사는 할머니가 걱정돼 왔습니다. 얼마 전에 필리핀에 다녀왔거든요." 김 아무개씨(30대 남성).
"타미플루는 치료 효과가 있을 뿐 예방 효과는 없다면서요?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복용해야죠." 신 아무개씨(20대 여성).
세 번째 신종플루 사망환자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8월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거점병원을 찾았다. 사망자가 늘어 병원 분위기가 혼잡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환자도 의료진도 차분했다. 8월20일 질병관리본부가 치료 중심으로 신종플루 관리 지침을 바꾸고, 21일 갑자기 치료 거점병원을 발표한 직후의 분위기와도 완연히 달랐다. 병원 관계자는 "8월27일에는 23명을 진료했고, 28일 오전에는 14명을 진료했다. 오후에 환자들이 더 오겠지만 다른 날과 큰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겨우 이틀 전 다른 거점병원에서 "신종플루 진료를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라고 안내데스크에 묻자 "감염내과로 가라"는 대답과 "응급실로 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기자에게 병원 관계자는 "아직 준비가 덜 돼 신종플루 환자 전용 창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전병률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이전부터 거점병원을 지정해놓았지만 갑자기 공개해 해당 의료기관이 당황한 듯하다. 드러난 초기 문제를 파악해 거점병원을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별도로 마련된 신종플루 진료소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의사의 문진을 거치고 나면 신종플루 의심 환자도 일반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 들어가 검사를 하고 처방전을 받는 다. 한 거점병원 관계자는 "폐렴 등 합병증 우려가 있는 환자들은 MRI나 CT 촬영을 해야 하는데, 이런 장비를 갖춘 별도 진료소를 만들려면 적어도 몇 달은 걸린다"라고 말했다. 의료진과 기존 환자들의 2차 감염을 염려해 컨테이너 박스나 지하 주차장을 임시 진료소로 쓰는 거점병원도 있다.
'제대로 된 격리 병상' 마련한 병원 드물어
신종플루 전염을 차단하는 음압 시설이 갖춰진 1인실 격리 병상이 마련된 병원도 극히 일부이다. 초기에 치료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했던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갑자기 격리 병상을 만들라는데, 에이즈 같은 다른 전염병 환자들을 밀어내고 어떻게 병상을 뚝딱 만들어내느냐"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적십자병원의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가 1인실을 쓰면 하루에 몇 십만원인데, 공공 목적이라지만 큰 병원에서 거의 무료로 병실을 내놓겠느냐. 수익 보전을 해주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공공의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반 병원도 신종플루 진료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는 우선 '개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처방전을 이용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개인 병원은 대부분 관련 장비가 없어 확진 검사가 불가능하다. 확진 검사가 가능하더라도 검사비만 10만원이 넘는 데다 결과가 5~6일 뒤 나온다. 신종플루 감염 뒤 7일간이 전염성이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하면, 검사 결과는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 병원에서는 의심 환자가 찾아오면 검사장비가 갖춰진 근처 보건소나 거점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보건 당국의 지침 변경 이후 보건소는 고위험군 환자 외에는 일반 환자 진료를 하지 않는다.
보건 당국과 의료기관이 혼선을 빚는 통에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다. 신 아무개씨(20대 여성)는 "몇몇 병원에 전화해봤지만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대부분의 거점병원 홈페이지에는 신종플루 환자를 위한 별도의 안내 페이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은 99.9% 자연 치유돼
일부 전문가들은 신종플루보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공포증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오명돈 교수(서울대 의대·감염내과)는 한 언론의 기고문에서 "건강한 사람은 신종플루에 걸리더라도 99.9%는 저절로 회복된다. 감염자 1000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지만, 이들 가운데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는 0.3명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모든 발열 환자가 의료기관에 몰려들면 진료 체계를 정상으로 유지할 수 없으며, 정부가 치료제를 100% 확보하더라도 피해를 크게 줄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개인 병원 관계자는 "검사가 꼭 필요치 않은데도 비급여로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많고, 검사 결과가 안 나왔지만 처방을 받겠다고 떼를 쓰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방전이 있어도 확진 진단이 없으면 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나 '리렌자'를 살 수 없다. 거점약국에는 확진 환자를 위한 치료제만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종플루 치사율은 아직 0.1%도 안 된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많은 미국의 치사율도 0.7~1% 정도이다. 질병관리본부가 8월25일에 밝힌 확진 환자 치료 현황에 따르면 3312명의 확진 환자 중 62%인 2048명이 완치되었다. 나머지 환자는 치료 중이고 그중 극히 일부가 사망했다.
전병률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이다"라고 말한다. 발열(37.8℃) 증상이 있고, 콧물·코막힘·인후통·기침 증상이 더해지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임신부, 5세 이하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비교적 면역력이 높은 성인은 기본 예방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종플루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지만 오히려 예방 수칙은 도외시하는 경우가 있다. 확진 검사를 받은 신 아무개씨(30대 남성)는 "회사에서 마스크 쓰고 일하면 사람들이 유난떤다고 하지 않겠어요? (신종플루가) 아닐 수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회사에 신종플루 의심 환자를 격리하는 지침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검사 결과가 이틀 뒤에 나오니까, 혹시 신종플루면 그때부터는 회사에 못 나가겠죠"라고 말했다.
인터넷 토론방 '다음 아고라'에서 누리꾼 EGO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왜 감염자라고 보십니까?'라는 제목 아래 "신종플루를 무서워하지만 말고 예방 수칙을 실천하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보건 당국과 병원이 구해줄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 길을 찾자는 말이다. 첫 단추는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이다.
정화 인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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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는 치료 효과가 있을 뿐 예방 효과는 없다면서요?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복용해야죠." 신 아무개씨(20대 여성).
↑ 회사 차원에서도 신종플루 대책이 필요하다. 따로 마련된 장소에서 사원들이 손 세정제로 손을 씻고 있다.
↑ 컨테이너 박스에 마련된 임시 신종플루 전용 진료소에서 한 환자가 검진을 받고 있다.
겨우 이틀 전 다른 거점병원에서 "신종플루 진료를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라고 안내데스크에 묻자 "감염내과로 가라"는 대답과 "응급실로 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기자에게 병원 관계자는 "아직 준비가 덜 돼 신종플루 환자 전용 창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전병률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이전부터 거점병원을 지정해놓았지만 갑자기 공개해 해당 의료기관이 당황한 듯하다. 드러난 초기 문제를 파악해 거점병원을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별도로 마련된 신종플루 진료소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의사의 문진을 거치고 나면 신종플루 의심 환자도 일반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 들어가 검사를 하고 처방전을 받는 다. 한 거점병원 관계자는 "폐렴 등 합병증 우려가 있는 환자들은 MRI나 CT 촬영을 해야 하는데, 이런 장비를 갖춘 별도 진료소를 만들려면 적어도 몇 달은 걸린다"라고 말했다. 의료진과 기존 환자들의 2차 감염을 염려해 컨테이너 박스나 지하 주차장을 임시 진료소로 쓰는 거점병원도 있다.
'제대로 된 격리 병상' 마련한 병원 드물어
신종플루 전염을 차단하는 음압 시설이 갖춰진 1인실 격리 병상이 마련된 병원도 극히 일부이다. 초기에 치료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했던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갑자기 격리 병상을 만들라는데, 에이즈 같은 다른 전염병 환자들을 밀어내고 어떻게 병상을 뚝딱 만들어내느냐"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적십자병원의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가 1인실을 쓰면 하루에 몇 십만원인데, 공공 목적이라지만 큰 병원에서 거의 무료로 병실을 내놓겠느냐. 수익 보전을 해주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공공의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반 병원도 신종플루 진료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는 우선 '개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처방전을 이용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개인 병원은 대부분 관련 장비가 없어 확진 검사가 불가능하다. 확진 검사가 가능하더라도 검사비만 10만원이 넘는 데다 결과가 5~6일 뒤 나온다. 신종플루 감염 뒤 7일간이 전염성이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하면, 검사 결과는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 병원에서는 의심 환자가 찾아오면 검사장비가 갖춰진 근처 보건소나 거점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보건 당국의 지침 변경 이후 보건소는 고위험군 환자 외에는 일반 환자 진료를 하지 않는다.
보건 당국과 의료기관이 혼선을 빚는 통에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다. 신 아무개씨(20대 여성)는 "몇몇 병원에 전화해봤지만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대부분의 거점병원 홈페이지에는 신종플루 환자를 위한 별도의 안내 페이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은 99.9% 자연 치유돼
일부 전문가들은 신종플루보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공포증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오명돈 교수(서울대 의대·감염내과)는 한 언론의 기고문에서 "건강한 사람은 신종플루에 걸리더라도 99.9%는 저절로 회복된다. 감염자 1000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지만, 이들 가운데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는 0.3명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모든 발열 환자가 의료기관에 몰려들면 진료 체계를 정상으로 유지할 수 없으며, 정부가 치료제를 100% 확보하더라도 피해를 크게 줄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개인 병원 관계자는 "검사가 꼭 필요치 않은데도 비급여로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많고, 검사 결과가 안 나왔지만 처방을 받겠다고 떼를 쓰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방전이 있어도 확진 진단이 없으면 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나 '리렌자'를 살 수 없다. 거점약국에는 확진 환자를 위한 치료제만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종플루 치사율은 아직 0.1%도 안 된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많은 미국의 치사율도 0.7~1% 정도이다. 질병관리본부가 8월25일에 밝힌 확진 환자 치료 현황에 따르면 3312명의 확진 환자 중 62%인 2048명이 완치되었다. 나머지 환자는 치료 중이고 그중 극히 일부가 사망했다.
전병률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이다"라고 말한다. 발열(37.8℃) 증상이 있고, 콧물·코막힘·인후통·기침 증상이 더해지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임신부, 5세 이하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비교적 면역력이 높은 성인은 기본 예방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종플루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지만 오히려 예방 수칙은 도외시하는 경우가 있다. 확진 검사를 받은 신 아무개씨(30대 남성)는 "회사에서 마스크 쓰고 일하면 사람들이 유난떤다고 하지 않겠어요? (신종플루가) 아닐 수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회사에 신종플루 의심 환자를 격리하는 지침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검사 결과가 이틀 뒤에 나오니까, 혹시 신종플루면 그때부터는 회사에 못 나가겠죠"라고 말했다.
인터넷 토론방 '다음 아고라'에서 누리꾼 EGO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왜 감염자라고 보십니까?'라는 제목 아래 "신종플루를 무서워하지만 말고 예방 수칙을 실천하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보건 당국과 병원이 구해줄 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 길을 찾자는 말이다. 첫 단추는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이다.
정화 인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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