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어설프게 대처하다가 큰 코 다친다.

신종플루 어설프게 대처하다가 큰 코 다친다.

 

[사설]신종플루 뒷북대응, 이래도 되나

2009년 08월 25일 (화) 지면보기 |  21면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신종플루의 기세가 매섭다. 지난 5월 2일 국내에서 첫 감염환자가 발생한 이래 3개월여 동안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감염환자 수는 현재 3000명을 넘어섰다. 감염자의 70% 이상이 10·20대이어서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이번 주부터 더욱 맹위를 떨칠 개연성이 농후하다. 신종플루 대유행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조짐인데도 정부는 여전히 뒷북치기 일쑤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긴급 예산을 배정해서라도 신종플루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신종플루 관련 예산 25억 원가량을 삭감했던 정부의 근시안적인 대응책이 미덥지 못하다.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확산 통제에 필수적인 역학조사마저 주 단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치료제가 부족해지면 특허정지 조치를 내린 뒤 국내에서 복제약을 대량 생산토록 하는 특허권 강제 실시도 검토하겠다는 게 보건복지가족부의 방침이다. 늑장 대응하다가 이제 와서 국제법상 보호를 받는 특허권을 무시하겠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선구매 협상과 선투자로 치료제와 백신을 비축하고 있는 선진국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신종플루 백신 확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장을 벨기에로 급파했지만 백신 확보가 녹록찮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외 백신 생산업체들이 최근에서야 임상실험을 시작했고, 생산수율이 계절 인플루엔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국내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신종플루 백신을 애써 외면하더니 이제야 허둥댄다는 비아냥이 절로 나온다. 백신과 치료제 부족으로 인한 인명 손실은 인재(人災)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치료거점병원을 지정했다지만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조처가 아직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말 현재 분리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12건이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인 것으로 밝혀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의 남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금처럼 어설프게 대처하다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라도 출현하는 날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다. 최선책은 선제적 대응이다. 더 이상 늑장을 부릴 여유가 없다. 예방수칙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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