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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바이러스의 공격, 신종 인플루엔자A와 A형간염

by 바로요거 2009. 7. 30.

 

두 가지 바이러스의 공격, 신종 인플루엔자A와 A형간염

두 바이러스의 가혹한 공세에 젊은이들 ‘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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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 오윤현 기자 | 입력 2009.07.30 09:59 | 수정 2009.07.30 11:29

 

기괴한 모습의 두 바이러스가 우리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를 유발하는 H1N1 바이러스와 A형간염을 일으키는 HAV(Hepatitis A virus)다.

 

 

↑ 백신 접종은 A형간염과 신종 플루의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예방법이다.

 

 

↑ 신종 플루 환자 중에 젊은이가 많은 이유는 H1N1 바이러스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유학생 등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이다.

 

 

7월21일,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플루의 국가전염병 위기 단계를 2단계 '주의'에서 3단계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H1N1 바이러스의 위세가 더 기세등등해졌다는 뜻이다. HAV의 서슬도 만만치 않다. 환자와 사망자를 계속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두 질환이 한여름에 동시다발로 횡행한다는 점이다. 두 바이러스가 작심이라도 한 것일까. 비슷하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비슷한 이들 두 질환의 정체에 접근해본다.

신종 플루와 A형간염, 어느 것이 더 치명적일까 사망자와 확진 환자 수만 놓고 보면 A형간염이 신종 플루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7월7일 현재, 전 세계 신종 플루 확진 환자는 9만4512명(135개 나라)으로, 한 달에 평균 3만150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사망자는 149명(한 달에 약 50명).

반면, A형간염 환자는 전 세계에서 연간 150만명 정도 발생한다(한 달 평균 12만명 이상. WHO 자료). 사망자 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A형간염 사망률(1000명당 사망자 수)을 적용하면 얼추 가늠해볼 수는 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2004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A형간염 환자 사망률은 15~29세 0.16%(1.6명), 30~49세 0.38%(3.8명), 49세 이상 1.75%(17.5명)이다. 그러니까 사망률을 평균치 0.38%로 잡으면 연간 6000명 정도가 A형간염으로 목숨을 잃는 것이다. 이는 신종 플루보다 10배나 많은 수치이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7월24일 현재, 국내 신종 플루 환자 수는 1067명으로 한 달 평균 330명 정도가 발생했다. 이 중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 A형간염 환자는 지난 1월1일부터 7월19일까지 9613명이나 발생했다. 한 달에 평균 약 1250명이 발병한 셈이다. A형간염에 의한 급성간부전으로 사망한 환자도 무려 11명이나 된다. 대한간학회 이영석 이사장은 "지난해에는 1년 동안 환자가 7895명 발생해 그중 세 명이 사망했다. 올해에는 상황이 훨씬 더 안 좋다"라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H1N1이 더 독종 신종 플루 환자를 유발하는 H1N1 바이러스는 마법사 같은 존재다. 궁지에 몰리면 끊임없이 변종한다. 비말(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침방울 등이 날아가는 것) 등을 통해 사람 사이를 이동하며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돼지나 조류의 체내로 거처를 옮겼다가 다시 인체로 돌아오면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H1N1 바이러스, 이미 변종했나?

신중한 감염학자들은 지난 4월부터 출몰한 이 바이러스가 이미 변종을 시작했다고 의심한다. 이미 지난 6월 말 덴마크에서 타미플루(신종 플루 치료제)에 내성을 보인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어쩌면 그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는 대유행의 징조일지도 모른다. "날씨가 추워지면 분명히 더 드세고 강한 바이러스들이 출몰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김우주 교수(고려대 구로병원·감염내과)는 말했다.

H1N1 바이러스에 비하면, 급성 A형간염을 일으키는 HAV는 요조숙녀나 다름없다. 유형이 6가지밖에 안 되고, 변종도 거의 하지 않는다. 정숙향 교수(분당서울대병원·내과)에 따르면, 6개 유전자형 가운데 인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유형은 Ⅰ형과 Ⅱ형이다. 이들 바이러스는 H1N1 바이러스와 달리, 주로 분변을 통해 전염된다. 간에서 증식한 뒤 담관을 통해 장 밖으로 배출되면서 높은 전염성을 띠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HAV 유형이 단일종이었는데, 2005년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건너온 듯한 다른 종이 활개를 치고 있다"라고 권소영 교수(건국대병원·소화기내과)는 말했다. 이는 그만큼 질환 치료가 복잡해진다는 뜻이다.

바이러스는 젊은 몸을 좋아한다? 신종 플루와 A형간염에 걸린 환자를 연령대별로 나누어보면 이상하리만치 젊은 사람이 많다. 신종 플루는 전체 환자 중 10~29세 환자가 68%나 된다. 0~9세 환자도 적지 않아서 16%다. A형간염 환자도 비교적 젊다. 특히 20~40대가 많다. 지난 1~5월 말 누적 통계를 보면, 환자 5788명 중 20~29세가 36.7%나 된다. 반면 10~19세는 신종 플루보다 낮은 6.3% 정도였다. 가장 많은 세대는 30대로 무려 43.6%를 차지했다. 40~49세도 적지 않아서 600명이 넘었다(10.9%). 반면, 신종 플루 환자 수에서 3위에 올랐던 0~9세들은 0.5%밖에 안 되었다.

왜, 두 질환 모두 젊은 환자가 많을까. 신종 플루는 이유가 간단하다. 질환이 해외에서 감염되어 국내로 유입되는데, 그 매개체가 젊은 여행객이나 유학생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돌아와 국내에서 접촉하는 사람도 대부분 친구들이어서 젊은 환자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름방학 뒤 봉사·선교 활동 나가는 학생이 늘면서, 젊은 환자 수가 더 늘고 있다"라고 질병관리본부 전병률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설명했다.

A형간염의 원인은 비교적 복잡하다. 우선, 청년층이 HAV 항체를 갖고 있지 않아서이다. 열악한 환경 에서 자라난 40대 이후 세대는 대부분 어릴 때 알게 모르게 A형간염을 앓으며 항체를 지니게 되었다(HAV는 특이하게 어린 환자 몸에서는 크게 활동하지 않고 사라진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달랐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HAV와 접촉할 기회가 없어 항체 형성을 못한 것이다. 연종은 교수(고려대 구로병원·소화기내과)는 "A형간염을 유발하는 인자의 70%는 아직도 그 정체를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 때문에 고위험군(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부류)으로 분류되는 유행 지역 여행자, 동성애자, 실험동물 다루는 사람 등은 하루빨리 A형간염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연 교수는 덧붙였다.

부족한 백신, 늘어나는 환자 신종 플루는 다행히 예방 백신 외에 치료 약물이 따로 있다. 오셀타미비르(상품명 타미플루)와 자나미비르(상품명 릴렌자)다. 일단 발병하더라도 이 약들을 처방받으면 상태가 호전된다. 그러나 역시 철저한 예방에는 백신이 최상이다. 그 때문에 각 나라 정부가 신종 플루 백신을 확보하려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인다. 우리 정부도 다르지 않다. 가을철 대유행에 대비해 11월부터 1336만명에게 신종 플루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접종은 우선순위에 따라 의료인, 보건·방역 요원, 영유아, 임신부, 노인, 군인·경찰 순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예상 구입비는 1인당 1만4000원으로 전체 약 1748억원이 소요된다. 전병률 전염병대응센터장에 따르면, 백신 확보는 국내외에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11월 접종이 너무 늦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 센터장은 "백신 확보에 시간이 걸리고, 10월에 계절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접종해야 해서 어쩔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A형간염 백신 접종비가 비싼 이유

백신 공급과 접종이 불안하기는 A형간염도 마찬가지다. 환자 수와 백신을 찾는 사람은 느는데, 백신 접종비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 번 접종에 10만원 정도를 내고, 보통 두 번 접종한다(A형간염 백신은 한 번 접종하면 95% 정도 항체가 생기고, 두 번 접종하면 항체가 20년 정도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다).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이유가 있다. 우선 A형간염 백신은 아직 국내 생산이 불가능해 GSK·MSD 같은 외국계 제약사에서 전량 수입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것이다. GSK 관계자는 "1992년부터 생산하는 신약인 데다 생산량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두려운 두 전염병의 미래 두 질환의 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지금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대재앙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일지 모른다. 전병률 센터장은 가을철 대유행(pandemic)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미 북반구의 필리핀과 남반구의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을에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라고 그는 전망했다. 안타까운 점은 신종 플루의 대유행을 막을 방도가 지금은 없다는 사실이다. 백신을 다량 확보해 더 많은 사람이 맞히는 수밖에…. 다행히 국가에서 그 대책과 지원을 서두르고 있어서 신종 플루는 비교적 만만해 보인다.

하지만 A형간염 대비책은 거의 없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과장(전염병관리과)에 따르면, 아직 정부 차원의 예방 지원책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대한간학회 이영석 이사장은 "정부는 하루빨리 A형간염을 1군 전염병으로 지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정 전염병이 1군 전염병으로 지정되면 예방 접종이나 치료와 관련한 의료비 지원이 가능해지고, 환자 관리도 더욱 정밀해진다. 정부의 고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도 하루에 40여 명의 A형간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손부터 씻어라! 두 전염병의 예방법은 비슷하다. 신종 플루는 (마스크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않는다. 만약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는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린다. 그 다음 휴지를 버리고 손을 깨끗이 씻는다. A형간염의 가장 손쉬운 예방법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반드시 손을 씻고, 개인용 세면도구를 사용한다. 또 음식은 가능하면 85℃ 이상 열로 익힌 것을 섭취한다.

오윤현 기자 /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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