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착시현상…“터널 끝 보이지 않는다” |
기업 유동성 문제·실업 증가·수출 적신호 등 불안 요소 상존 2009년 04월 21일 (화) 11:01:42 이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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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분기에 경기하강 그래프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면서, 실물경제가 살아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외 전문가들이 2분기 바닥론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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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 전망치를 연말까지 우리경제나 세계경제 모두 침체국면에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 환율 안정…수출기업 '비명'
최근 기업들이 외화채권 차입에 연이어 성공하는 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 폭등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었다. 급기야 한국은행은 10억 달러의 외화채권 만기재연장을 하지 않는 등 외환보유 ·조달 사정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어 환율에 대해서는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2분기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으로 경제 전반에 훈기가 도는 데에는 다소 ‘속도차’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어 여전히 '적색경보'가 해제되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1600원 선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을 거듭하면서 급기야 4월에는 12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등 확연히 폭등 우려에 대한 사정은 지난 해에 비해 확실히 개선됐다. 하지만 너무 빠른 환율 하강 문제는 오히려 수출업체들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환율이 치솟을 때는 외채 문제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하락세로 접어들자 그동안 고환율 혜택을 보던 수출기업들의 안색이 변하고 있는 것.
그동안 국내 수출기업들은 세계적인 수요 침체에도 상대적인 원화 약세 덕분에 매출실적을 유지해왔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이 유수의 일본계 기업들에 맞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환율이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만든 외변으로 작용했다.하지만,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원화 강세로 풍향이 바뀌면서, 수출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우리 나라 경제구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경제 전반에 있어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이른 바 ‘빅 3’업종의 하반기 고전이 사실상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내수 진작으로 경제 위기를 풀거나 한국 경제를 견인하기에는 기본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장기전략으로 경제침체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경우 내수기업 지원 등을 해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위기 해법 공식을 대입하자면 기본적으로 느린 내수 대신 빠른 수출에 아무래도 정책 우선을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처럼 경기가 바닥을 찍을 시점을 가늠하고 있고, 수출 촉진으로 그 속도를 높여야 할 상황에서 수출에 제동이 걸릴 원/달러 환율 문제는 달가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등을 주문하기도 부담이 크다. 이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시대에 '고환율-수출위주 정책'을 섣불려 폈다가 외환낭비 논란이 붙었던 터라, 윤증현 장관은 극히 조심스럽게 환율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환율로 가면 물가를 잡기 어렵다고 한국은행 등이 난색을 표하는 것도 문제다.
결국 외환시장의 자율적인 조정을 지켜보면서 수출기업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하는 우회적인 상황이 전망된다.
◆ 키코 이은 엔화 대출 폭탄 터지나?
지난 해 우리 기업들을 키코가 괴롭혔다면, 올해에는 엔화 대출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엔화대출의 해결책을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2008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엔화대출액은 1조 4000억 엔을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1년 전(2007년)보다 40% 이상 급증한 규모다.
문제는 일단 끌어다 쓸 때엔 편했던 엔화 대출이 2008년 하반기에 경제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는 데 있다.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대출을 받았지만 원/엔 환율이 올라가면서 원금과 이자가 고삐가 풀린 것.
지난 IMF 위기 당시, 세브란스 등 일부 종합병원·의료원 등에서 엔화 대출을 받아 고가의 의료장비 구매에 나섰다가 코너에 몰렸던 전례가 반복될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돈다. 엔화 대출의 거의 대부분을 중소기업이 썼다는 점에서, 약한 방어력을 갖춘 이들이 순식간에 무너질 우려도 있다.
안그래도 소상공인 및 서민 경제 진작을 위해 현재 국회에서 추경안 통과에 여야가 논의 중에 있지만 사실상 엔화 대출이 서민들의 경제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트릴 수 있는 잠재된 메가톤급 폭탄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여기에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직후 생보사를 중심으로 소위 '엔화대출 꺽기'로 무차별적으로 판매한 상품으로 인한 피해 역시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어 향후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 윤증현 장관 "현 상황 낙관하긴 일러"
이런 상황에서 한때 들어갔던 강력한 구조조정 카드를 당국이 다시 만지작거리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이미 조선업체나 건설업체 등에 대해 당국은 구조조정 칼을 휘두른 바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이 공중분해 수순을 밟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당국이 경제침체가 바닥을 치더라도, 본격적으로 반등을 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다이어트'를 더 해야 한다는 판단을 당국이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아울러 이런 분석에는 ‘슈퍼 추경’을 해도 밑천에는 한계가 있다는 변수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자동차 업계에 대한 ‘세지원을 통한 활성화’ 방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업계 다잡기에 나섰다. 세지원을 논의하면서, 경차나 하이브리드차를 새롭게 구매하는 데 대한 추가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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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 ||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현재 윤용로 행장 의지로 중소기업 대출 지원 비율을 오히려 늘리기로 했다. 윤 행장이 현재 염두에 두고 있는 올해 중기 대출 확대 규모는 약 12조원 증액이다.윤 행장은 “건전성을 높이면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나가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면서도 “국책은행으로서 보람을 느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렇게 당국이 중기 유동성 지원을 구체적으로 흘리고 있고 기업의 구조조정 강화를 유도하는 등 여러 상황은, 수출확대 등 불경기 탈출 동력 공급에 한계가 있을 것을 이미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당국이 장기전을 감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2분기나 늦어도 3분기에 경제침체는 바닥을 치더라도, 바로 'U자형' 회복보다 'L자형' 국면을 당분간 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역시 현재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수출 급감, 내수 부진 장기화, 실업 급증 등 실물경제 침체를 꼽았으며, 이 밖에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 외화유동성 부족, 가계대출 부실화, 경직적 노사관계 등을 지적하면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현 상황에 대해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부정적 기류의 추세를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경제 전반을 감돌고 있는 '경기 훈풍'은 일시적 '착시 현상'일 뿐 실질 경제 회복은 추경안 통과 이후 내수 상황과 환율, 국제 유가, FTA 진행 여부, 미국 경기 부활 등 외변적 요인이 유리하게 돌아갈 때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과거 처럼 또 다시 '샴페인을 먼저 터트렸다'는 오명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심리현상에 안주하지 말고 관계 당국과 기업들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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