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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총체적 사회점검이 필요한 때

by 바로요거 2009. 4. 1.

지금은 총체적 사회점검이 필요한 때

[하용출칼럼]총체적 사회 점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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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하용출 워싱턴대 한국학 석좌교수 | 입력 2009.03.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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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을 거쳐 서울에 잠시 들를 일이 있었다. 우선 놀란 것은 인천공항에 부지기수의 여행객들이 몰려 혼잡을 이루는 장면이었다. 택시 기사는 이를 두고 한국 사회의 10% 남짓한 500만 사람들의 잔치라 했다. 꽉 막힌 강남대로의 교통혼잡과 사람들의 행렬을 두고 또 다른 택시 기사에게 한국 경제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한국 사람들은 모두가 망하더라도 자기만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걱정하지 않고 쓴다는 것"이었다. 전자의 대답은 세계화의 사회 경제적 결과를 논하면서 흔히 듣던 것이었지만 후자는 그럴싸하지만 충격적이었다.

단기 처방으론 위기 극복 안돼





충격적인 이유는 아마도 그 대답에 배어있는 집단적 숙명론에 있는 것 같다. 이 대답이 한국 사회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1960년대와 70년대 풍미했던 집단적 낙관주의와 대비할 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분명하다.

외환위기는 우리가 겪었던 최초의 대규모 대외 충격이었다. 이 충격은 국가 존망의 위기 의식을 불러 왔고 이런 위기 의식이 금모으기 등 국민들의 애국 정신을 자극했다. 그러나 더 정확히 보자면 외환 위기의 성격은 국가부도를 가져오는 급박성을 띠었던 점과 계층별 영향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총체적인 것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이번의 경제 위기는 미국발 금융 위기라는 점에서 우리의 책임이 없다는 점, 지난 10여년간 시장에 시달리면서 경제행위가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제고 등으로 집단적 위기 의식의 표출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이번 위기의 사회적 파장이 이전보다 작다고 볼 수 없다. 위기의 영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0% 인구의 경제행위가 가져오는 표면적 평정의 이면에 수많은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출에서 오는 구조적 영향 등은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 사회를 강타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한국 사회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외부 충격을 내부에서 소화하는 실험의 초등단계에 와있을 뿐이다.

외환위기와 세계화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냉전 시대에 겪었던 안보 불안에서 이제 언제 올지 모를 외부 경제의 영향이 가져오는 불안 속에 살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앞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모든 사람이 망하게 되니 걱정하지 않는다는 숙명론에서 벗어날 대책은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가 외부에 노출되면서 우리는 정확한 한국 사회의 이해와 이에 기초한 장기적 제도 발전을 위한 논의와 합의에 큰 진전이 없었다.

에너지 재결집할 방법 찾아야

전쟁 사회학자에 따르면 전쟁은 의도하지 않게 한 사회를 내부적으로 속속들이 점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미국 사회가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흑인들의 참전을 통해 사회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위기를 맞아 단기적 경제처방을 떠나 그동안 미루었던 총체적 사회 점검을 해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 서구제도가 무비판적으로 도입됨으로써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한국 정치 엘리트들의 보수-진보 논쟁, 새 노사 모델 없이 표류하는 기업경영, 반짝 한류에 자만하는 문화, 정체성 없는 외교 전략,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주요 분야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오랫동안 연기돼 왔다. 주요 분야는 물론 대외 경제 충격의 완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한국 사회의 총체적 에너지를 재결집할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 하용출 워싱턴대 한국학 석좌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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