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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미국경제

by 바로요거 2009. 4. 1.

[객원칼럼]길 잃은 미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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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입력 2009.03.2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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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인 'AIG보너스'분노 / "오바마 개혁의지 과욕"

경기부양안 부실 목소리 / 우선순위 재정비 시급

미국은 지금 AIG의 보너스 스캔들로 들끓고 있다. 보험회사 본분을 망각하고 시류에 편승하여 파생상품 투자에 열중함으로써 재앙을 초래한 거대한 공룡을 죽게 내버려두자니 생태계 전체가 파괴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살리자니 엄청난 세금을 퍼부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 경우에도 과연 회생에 대한 확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벤 버냉키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나 백악관 관료들이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도 구제하지 않을 수 없는 대마불사의 논리가 미국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이 와중에 AIG가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의회가 보너스를 받은 직원들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AIG 회장은 공공연한 살해 위협으로 인해 제공할 수 없다면서 맞서고 있다. 여론이 보너스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지자 자진 반납하는 직원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19일 유명한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에 출연했다. 최근 불거진 AIG 보너스 문제를 정부가 암묵적으로 방관했다는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토크쇼에 등장한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지금 저축을 해야 하는지 소비를 해야 하는지, 집을 살 때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 한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희망을 잃지 말고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총론만 되풀이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대통령이 상징적 존재이고 각료들과 의회의 끊임없는 조율을 통해 운용되는 시스템이므로 대통령이 디테일한 정책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지 않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왜냐하면 왜곡된 상황 판단으로 인해 정책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이것은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월드뱅크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전대미문의 경기부양안은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액수에 비해 내용은 부실하고 실효성이 결여되었다는 평가로 인해 경제팀의 역량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TARP(Troubled Asset Relief Program)가 실패하면서 삐걱대기 시작한 경제정책은 방향을 잃어버린 듯하다. 연방은행 총재를 역임했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이는 주식시장의 폭락 사태로 이어졌다. 가시적으로 강력하고 구체적인 정책의 신속한 실시를 원했지만, 조건이 복잡하기만 하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시장의 실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위기의 본질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이다. 총체적 난국이므로 이 참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과연 작금의 미국경제가 동시다발적 변화를 견뎌낼 체력이 있는지 정말 의문스럽다. 건강보험, 교육, 에너지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고 대대적 수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 못하면 아마 앞으로 개혁은 상당 부분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숨이 넘어가는 환자에게 평소 과체중을 거론하며 당장 식이요법과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고 우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젠다의 양을 늘릴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다른 무엇보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이는 은행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국민들에게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향후 회복된 금융기관으로부터 창출된 이익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설명함으로써 금융위기가 고스란히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만약 다 바꾸겠다는 과욕을 조절하지 못할 경우 미국경제 회복은 시계 제로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지난한 세계 경제공황이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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