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경제 10대 뉴스]귀신보다 무서웠던 '경제의 공포'
아이뉴스24 | 기사입력 2008.12.24 10:54 | 최종수정 2008.12.24 16:10
< 아이뉴스24 >
올 한해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대공황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한해였다.
우리 경제도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급변하는 외생변수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시작된 우리 경제의 주름살은 리만브라더스 파산과 9월 위기설 등이 겹치며 경제 전 분야로 파급됐다.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급격하면서도 서서히 확대되는 위기는 내년 경제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 아이뉴스24가 선정한 경제 분야 10대 뉴스는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우울한 내용으로만 채워졌다. 내년 10대뉴스는 보다 희망적인 내용이 담기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주]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충격
2008년 한해를 평가하며 빼 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금융위기다. 올해 모든 경제현상이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이제는 금융위기를 넘어 실물경제 후퇴까지 불러오고 있다. 최초 진앙지인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로 퍼지며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미 내년 세계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고 있다. 국제금융연합회(IIF)은 세계 경제가 내년 -0.4%의 성장률을 보여 1960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정부는 3% 성장을 밝혔지만 1%대 성장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이처럼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태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해 더욱 대처가 어려웠다. 미국을 세계 최대 금융강국으로 만들어낸 '금융'이라는 괴물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문제는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위기 탈출에 나서고 있지만 연쇄적으로 터지는 각종 문제는 정부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금융위기속에 금융사 외에도 부동산,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의 시장도 줄줄이 추락하며 경기 위축은 심각한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종말'로 표현되는 이번 금융위기는 산업화 시대 이후 인류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은행의 몰락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는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파산보호인 '챕터 11'을 신청했다. 158년 투자은행(IB)의 역사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부실규모가 너무 커 '대마불사'를 내세웠던 미국 정부마저도 구제금융 지원을 포기했다. 산업은행은 물론 바클레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잇달아 인수포기를 선언했다.
투자은행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리먼이 파산하며, 전 세계적으로 '미국식 투자은행' 구조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
투자은행은 주식채권 등을 인수하고 판매해 산업체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으로 리먼브라더스, JP모건 등의 증권사가 이같은 업무를 맡았다. 이들은 채권인수, M & A 중개료 등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며 세계 증권사들의 미래상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수수료 인하 경쟁에 지친 증권사들이 이를 대체할 새 수익모델로 투자은행 모델을 내세웠다. 올들어 증권사들은 대형사,중소형사 할 것 없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겠다며 리먼브라더스, JP모건 등을 모범적 사례로 제시했다. 투자은행 경험을 지닌 외국계 증권사 직원들 몸값이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리먼 파산 이후 투자은행 이야기는 쑥 들어간 상태다. 미국식 투자은행 모델의 몰락으로 인해 증권사들은 다음 수익모델이 돼 줄 새로운 사업영역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내년 2월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한 회의론 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58년의 역사를 지닌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격언을 국내 증권사와 금융 당국이 다시 한번 새겨야 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스터 오럴 해저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 상황이 악화된 올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들이 가장 주목한 키워드였다.
상반기 강 장관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고환율 정책이었다. 유가 급등 속에 환율이 뛰자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빠듯해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 장관 경질에 대한 압력도 거셌다. 민심은 경제팀에 등을 돌렸고,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룹도 여기에 동참했다. 지난 6월에는 중진·소장 경제학자 100여명이 강 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도 강 장관 거취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속에 유임된 강 장관. 하반기도 순탄치 않았다. 여름부터 떠돌던 '9월 위기설'이 소강 되자마자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달러화 기근에 환율이 폭등하자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종합부동산세 위헌심판 판결을 앞두고는 '헌재 접촉' 발언으로 다시 곤욕을 치렀다.
낙엽위에 눈 내리는 소리까지 듣는다는 청설(聽雪)을 아호로 지닌 강 장관. 그러나 세상은 그를 미스터 오럴 해저드(Oral Hazard)로 부른다.
◆치솟은 물가
2008년은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 등 대외요인에 따른 물가 인상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한 해였다. 상반기는 유가가, 하반기는 환율이 물가를 자극했다.
지난 해 연평균 2.5% 수준에 머물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분기 평균 3.8%, 2분기 4.8%까지 올랐다. 지난 7월에는 상승률이 5.9%까지 치솟았다. 유가 하락 덕에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5%로 내려섰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보다 상승폭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42%, 생산자물가 0.69% 오른다. 지난해 평균 68달러에 머물던 유가는 지난 7월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할 정도로 폭등하며 물가 상승을 야기, 심각한 소비위축을 초래했다.
정부도 물가 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각종 세율 인하, 수입품 가격 비교 등 정책을 쏟아 냈고 이른바 'MB물가'라는 52개 집중 관리 대상품목 까지 등장했다. 물가가 상승하자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카드까지 써야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원유는 물론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며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급속히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환율이 높아 수입상품의 가격 인상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9월 위기설
지난 여름, 고환율·고유가에 흔들리던 한국 경제는 '9월 위기설' 확산에 다시 한 번 고비를 맞았다. 약 6조7천억 원 규모의 9월 만기 외국인 보유 채권 자금이 일시에 이탈해 시장이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위기설 확산에는 외환보유고 부족에 대한 우려와 외신들의 왜곡 보도도 한 몫을 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 등은 "한국이 외환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해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정부는 경제관련 부처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붙은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를 둔 9월 위기설은 싱겁게 해소됐다. 외국인들은 9월 초 열흘 동안에만 만기도래 채권의 1/3에 해당하는 2조 1천억 원 규모의 채권을 사들였다. 상반기 월평균 채권 순매수액 2조 9천억 원과 비교해도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큰 기회비용을 치러야 했다. 환율은 급등했고, 증시는 폭락했다.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오기도 전에 잔뜩 진을 빼놓은 셈이다.
◆환율급등 그리고 키코
올 한해 가계와 기업은 환율 흐름에 따라 울고 웃었다. 매입가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 929.3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월 1500원선까지 상승했다. 원엔 환율 상승폭은 더욱 컸다. 지난해 연평균 790.01원 수준이던 환율이 올들어 1500원을 웃돌면서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전 차관의 고환율 지향 발언을 틈타 상승을 시작했고 '9월 위기설'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겹치며 거침없이 치솟았다. 환율 방어를 위해 정부가 나섰지만 아까운 외화만 허비했다. 결국 외화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금융 당국은 10월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2월에는 일본, 중국과 각각 스왑 규모를 확대했다.
송금액이 원화 기준으로 두 배 가까이 오르자 당장 유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직격탄을 맞았다. 외화 자금을 빌려 쓴 기업들도 냉가슴을 앓았다. 원화로 환산한 외화 부채는 기업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고 특히 엔저 시절 운전자금을 빌려 쓴 기업과 개업 병원들은 불과 1~2년 사이 두 배의 원금을 갚아야 하는 처지다.
환율 급등으로 환헤지 파생상품인 '키코(KIKO)'가 유명세를 탔다. 환변동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격인 키코가 환율 급등으로 인해 엄청난 평가손실을 안겨준 것. 장부상으로는 흑자임에도 키코 평가손실로 적자전환하는 업체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코스닥 기업 태산LCD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까지 피해를 봤다. 처음엔 '기업들 책임'이라고 버티던 금융당국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은행을 통한 자금 지원에 나섰다. 상장사가 억울하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이 없도록 상장규정도 개정됐다.
◆추락한 증시, 펀드의 굴욕
120달러까지 치솟은 유가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5월중 장중 190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5개월 후인 10월 27일 코스피 지수는 고점대비 절반인 900선을 기록했고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9월 위기설부터 리먼브라더스 파산, 금융경색 확산 및 경기침체, 다우 9천선 붕괴 등 사상 초유의 악재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2007년 10월 30일 1천29조2천억원을 기록했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지난 23일 현재 590조원에 불과하다. 하루만에 시가총액 수십조가 날아가는 일도 허다했다. 미국 다우지수 9천선이 무너진 다음날인 10월 16일 코스피지수는 하루만에 126포인트 폭락했고, 이날 하루 유가·코스닥 두 시장에서 7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하루만에 장중 100포인트를 넘나드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됐다. 변동성이 심화되며 연중 스무번이 넘게 울린 사이드카로 인해 '여의도 증권맨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는 사이드카'라는 유머가 유행하기도 했다. 개인이나 기관이나 단타매매에만 집중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자 입을 다물었고, 이를 틈타 '미네르바' 등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끄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몰린 펀드에서도 큰 손실이 났다. 수조원의 자금이 몰린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는 국회에서까지 도마에 올랐다. 러시아 펀드는 최대 80%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눈물을 쏙 뺐다. 해외 펀드에서 손실을 기록한 투자자들은 '개인 키코'라 불리는 선물환계약으로 이중 피해를 입었다. 투자자는 판매사를 금감원에 고발하고,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미수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투자자를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부실 늪에 빠진 은행, 다가온 기업 구조조정
2008년은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은행들의 BIS자기자본 비율이 문제가 된 해다. BIS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자산의 비율이다. 경기가 좋을 때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던 은행들은 급격한 경기 침체가 시작되자 대규모의 부실여신을 떠안으며 다시 부실과의 전쟁에 나섰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리던 은행들은 3분기 기준 BIS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며 위기에 몰렸다. 금융위기속에 외화차입의 길은 막혔고 결국 은행들은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야하는 처지로 몰렸다. 그 반대급부로 은행들은 자체적인 구조조정과 임금삭감등의 조치를 받아들여야 했다.
증권사의 CMA로 자금이 몰리며 자금 부족에 빠진 은행들이 자금 확보에 나서며 시중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은행들이 고금리 은행채 발행에 나서며 CD금리가 급등했고 주택담보대출자들의 한숨은 늘어만 갔다. 결국 정부가 CD금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까지 파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은행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당국이 BIS비율을 12%까지, 기본자본 기준 비율을 9%까지 늘리라는 요구하며 은행들은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걸었다. 연말 은행들의 증자가 집중된 이유다. 하지만 앞으로 시작될 기업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부실여신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은행의 자본 확충은 다가올 구조조정에 대비한 측면이 있다. 이미 정부는 대주단, 패스트트랙 등 지원에도 불구하고 건설과 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더이상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와 출총제폐지
새정부가 들어서며 대기업 규제 해소 차원에서 추진된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폐지는 재계는 물론, 정계와 금융가에서도 끊임 없는 논란이 됐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과 함께 이들 문제에 대한 법률 개정을 추진했고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수권자의 뜻에 충실히 따르며 개정안을 마련했다. 시민단체등 일부의 반대가 계속됐지만 당초 예정대로 추진됐다.
마침 금융위기로 촉발된 은행 부실화 우려는 금산분리 완화를 은행 자본 확충의 대안으로 부상하게 했다. 출자총액제 폐지와 함께 공정위는 대기업 구조조정 참여 지원을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까지 나섰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잠자고 있다. 연내 통과도 불투명한 상태다. 규제를 풀어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발목 잡힌 셈이다.
◆먹거리 공포, 중국발 멜라민에 생쥐머리·칼날까지
생쥐머리 새우깡, 칼날 참치캔 등 연초부터 속출한 이물사고는 국민들에게 먹거리에 불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지난 9월 중국 '멜라민' 검출 분유 제품으로 영유아 신장결석 집단 발생사건을 시작으로 중국발 멜라민 파동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먹거리'에 대한 공포로 휩싸이게 했다.
국내에서도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 밀크러스크, 롯데 슈디, 리츠샌드위치 크래커 치즈 등 어린이들이 먹는 과자와 분유, 커피 등에서 중국산 멜라민이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업체들의 늦장 대응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멜라민 파동은 수입식품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 부실을 드러낸 사례로 지적된다. 실제, 멜라민 발견 식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완제품 또는 반제품 형식으로 들어오는 OEM제품으로, 수입업체 측은 OEM제품의 품질관리 개입이 어렵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며 자사 제품을 보호하기 바빴다.
이와 함께 정부의 허술한 검역 및 단속 체계도 국민들의 식탁 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중국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검증 안된 식품들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검역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한 국민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아이뉴스24 경제팀
● [2008 정치 10대 뉴스]'사상 최악의 정쟁'으로 얼룩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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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대공황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한해였다.
우리 경제도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급변하는 외생변수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시작된 우리 경제의 주름살은 리만브라더스 파산과 9월 위기설 등이 겹치며 경제 전 분야로 파급됐다.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급격하면서도 서서히 확대되는 위기는 내년 경제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충격
2008년 한해를 평가하며 빼 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금융위기다. 올해 모든 경제현상이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이제는 금융위기를 넘어 실물경제 후퇴까지 불러오고 있다. 최초 진앙지인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로 퍼지며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미 내년 세계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고 있다. 국제금융연합회(IIF)은 세계 경제가 내년 -0.4%의 성장률을 보여 1960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정부는 3% 성장을 밝혔지만 1%대 성장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이처럼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태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해 더욱 대처가 어려웠다. 미국을 세계 최대 금융강국으로 만들어낸 '금융'이라는 괴물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문제는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위기 탈출에 나서고 있지만 연쇄적으로 터지는 각종 문제는 정부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금융위기속에 금융사 외에도 부동산,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의 시장도 줄줄이 추락하며 경기 위축은 심각한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종말'로 표현되는 이번 금융위기는 산업화 시대 이후 인류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은행의 몰락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는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파산보호인 '챕터 11'을 신청했다. 158년 투자은행(IB)의 역사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부실규모가 너무 커 '대마불사'를 내세웠던 미국 정부마저도 구제금융 지원을 포기했다. 산업은행은 물론 바클레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잇달아 인수포기를 선언했다.
투자은행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리먼이 파산하며, 전 세계적으로 '미국식 투자은행' 구조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
투자은행은 주식채권 등을 인수하고 판매해 산업체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으로 리먼브라더스, JP모건 등의 증권사가 이같은 업무를 맡았다. 이들은 채권인수, M & A 중개료 등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며 세계 증권사들의 미래상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수수료 인하 경쟁에 지친 증권사들이 이를 대체할 새 수익모델로 투자은행 모델을 내세웠다. 올들어 증권사들은 대형사,중소형사 할 것 없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겠다며 리먼브라더스, JP모건 등을 모범적 사례로 제시했다. 투자은행 경험을 지닌 외국계 증권사 직원들 몸값이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리먼 파산 이후 투자은행 이야기는 쑥 들어간 상태다. 미국식 투자은행 모델의 몰락으로 인해 증권사들은 다음 수익모델이 돼 줄 새로운 사업영역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내년 2월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한 회의론 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58년의 역사를 지닌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격언을 국내 증권사와 금융 당국이 다시 한번 새겨야 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스터 오럴 해저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 상황이 악화된 올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들이 가장 주목한 키워드였다.
상반기 강 장관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고환율 정책이었다. 유가 급등 속에 환율이 뛰자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빠듯해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 장관 경질에 대한 압력도 거셌다. 민심은 경제팀에 등을 돌렸고,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룹도 여기에 동참했다. 지난 6월에는 중진·소장 경제학자 100여명이 강 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도 강 장관 거취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속에 유임된 강 장관. 하반기도 순탄치 않았다. 여름부터 떠돌던 '9월 위기설'이 소강 되자마자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달러화 기근에 환율이 폭등하자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종합부동산세 위헌심판 판결을 앞두고는 '헌재 접촉' 발언으로 다시 곤욕을 치렀다.
낙엽위에 눈 내리는 소리까지 듣는다는 청설(聽雪)을 아호로 지닌 강 장관. 그러나 세상은 그를 미스터 오럴 해저드(Oral Hazard)로 부른다.
◆치솟은 물가
2008년은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 등 대외요인에 따른 물가 인상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한 해였다. 상반기는 유가가, 하반기는 환율이 물가를 자극했다.
지난 해 연평균 2.5% 수준에 머물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분기 평균 3.8%, 2분기 4.8%까지 올랐다. 지난 7월에는 상승률이 5.9%까지 치솟았다. 유가 하락 덕에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5%로 내려섰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보다 상승폭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42%, 생산자물가 0.69% 오른다. 지난해 평균 68달러에 머물던 유가는 지난 7월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할 정도로 폭등하며 물가 상승을 야기, 심각한 소비위축을 초래했다.
정부도 물가 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각종 세율 인하, 수입품 가격 비교 등 정책을 쏟아 냈고 이른바 'MB물가'라는 52개 집중 관리 대상품목 까지 등장했다. 물가가 상승하자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카드까지 써야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원유는 물론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며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급속히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환율이 높아 수입상품의 가격 인상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9월 위기설
지난 여름, 고환율·고유가에 흔들리던 한국 경제는 '9월 위기설' 확산에 다시 한 번 고비를 맞았다. 약 6조7천억 원 규모의 9월 만기 외국인 보유 채권 자금이 일시에 이탈해 시장이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위기설 확산에는 외환보유고 부족에 대한 우려와 외신들의 왜곡 보도도 한 몫을 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 등은 "한국이 외환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해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정부는 경제관련 부처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붙은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를 둔 9월 위기설은 싱겁게 해소됐다. 외국인들은 9월 초 열흘 동안에만 만기도래 채권의 1/3에 해당하는 2조 1천억 원 규모의 채권을 사들였다. 상반기 월평균 채권 순매수액 2조 9천억 원과 비교해도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큰 기회비용을 치러야 했다. 환율은 급등했고, 증시는 폭락했다.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오기도 전에 잔뜩 진을 빼놓은 셈이다.
◆환율급등 그리고 키코
올 한해 가계와 기업은 환율 흐름에 따라 울고 웃었다. 매입가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 929.3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월 1500원선까지 상승했다. 원엔 환율 상승폭은 더욱 컸다. 지난해 연평균 790.01원 수준이던 환율이 올들어 1500원을 웃돌면서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전 차관의 고환율 지향 발언을 틈타 상승을 시작했고 '9월 위기설'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겹치며 거침없이 치솟았다. 환율 방어를 위해 정부가 나섰지만 아까운 외화만 허비했다. 결국 외화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금융 당국은 10월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2월에는 일본, 중국과 각각 스왑 규모를 확대했다.
송금액이 원화 기준으로 두 배 가까이 오르자 당장 유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직격탄을 맞았다. 외화 자금을 빌려 쓴 기업들도 냉가슴을 앓았다. 원화로 환산한 외화 부채는 기업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고 특히 엔저 시절 운전자금을 빌려 쓴 기업과 개업 병원들은 불과 1~2년 사이 두 배의 원금을 갚아야 하는 처지다.
환율 급등으로 환헤지 파생상품인 '키코(KIKO)'가 유명세를 탔다. 환변동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격인 키코가 환율 급등으로 인해 엄청난 평가손실을 안겨준 것. 장부상으로는 흑자임에도 키코 평가손실로 적자전환하는 업체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코스닥 기업 태산LCD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까지 피해를 봤다. 처음엔 '기업들 책임'이라고 버티던 금융당국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은행을 통한 자금 지원에 나섰다. 상장사가 억울하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이 없도록 상장규정도 개정됐다.
◆추락한 증시, 펀드의 굴욕
120달러까지 치솟은 유가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5월중 장중 190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5개월 후인 10월 27일 코스피 지수는 고점대비 절반인 900선을 기록했고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9월 위기설부터 리먼브라더스 파산, 금융경색 확산 및 경기침체, 다우 9천선 붕괴 등 사상 초유의 악재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2007년 10월 30일 1천29조2천억원을 기록했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지난 23일 현재 590조원에 불과하다. 하루만에 시가총액 수십조가 날아가는 일도 허다했다. 미국 다우지수 9천선이 무너진 다음날인 10월 16일 코스피지수는 하루만에 126포인트 폭락했고, 이날 하루 유가·코스닥 두 시장에서 7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하루만에 장중 100포인트를 넘나드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됐다. 변동성이 심화되며 연중 스무번이 넘게 울린 사이드카로 인해 '여의도 증권맨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는 사이드카'라는 유머가 유행하기도 했다. 개인이나 기관이나 단타매매에만 집중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자 입을 다물었고, 이를 틈타 '미네르바' 등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끄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몰린 펀드에서도 큰 손실이 났다. 수조원의 자금이 몰린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는 국회에서까지 도마에 올랐다. 러시아 펀드는 최대 80%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눈물을 쏙 뺐다. 해외 펀드에서 손실을 기록한 투자자들은 '개인 키코'라 불리는 선물환계약으로 이중 피해를 입었다. 투자자는 판매사를 금감원에 고발하고,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미수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투자자를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부실 늪에 빠진 은행, 다가온 기업 구조조정
2008년은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은행들의 BIS자기자본 비율이 문제가 된 해다. BIS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자산의 비율이다. 경기가 좋을 때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던 은행들은 급격한 경기 침체가 시작되자 대규모의 부실여신을 떠안으며 다시 부실과의 전쟁에 나섰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리던 은행들은 3분기 기준 BIS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며 위기에 몰렸다. 금융위기속에 외화차입의 길은 막혔고 결국 은행들은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야하는 처지로 몰렸다. 그 반대급부로 은행들은 자체적인 구조조정과 임금삭감등의 조치를 받아들여야 했다.
증권사의 CMA로 자금이 몰리며 자금 부족에 빠진 은행들이 자금 확보에 나서며 시중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은행들이 고금리 은행채 발행에 나서며 CD금리가 급등했고 주택담보대출자들의 한숨은 늘어만 갔다. 결국 정부가 CD금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까지 파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은행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당국이 BIS비율을 12%까지, 기본자본 기준 비율을 9%까지 늘리라는 요구하며 은행들은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걸었다. 연말 은행들의 증자가 집중된 이유다. 하지만 앞으로 시작될 기업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부실여신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은행의 자본 확충은 다가올 구조조정에 대비한 측면이 있다. 이미 정부는 대주단, 패스트트랙 등 지원에도 불구하고 건설과 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더이상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와 출총제폐지
새정부가 들어서며 대기업 규제 해소 차원에서 추진된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폐지는 재계는 물론, 정계와 금융가에서도 끊임 없는 논란이 됐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과 함께 이들 문제에 대한 법률 개정을 추진했고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수권자의 뜻에 충실히 따르며 개정안을 마련했다. 시민단체등 일부의 반대가 계속됐지만 당초 예정대로 추진됐다.
마침 금융위기로 촉발된 은행 부실화 우려는 금산분리 완화를 은행 자본 확충의 대안으로 부상하게 했다. 출자총액제 폐지와 함께 공정위는 대기업 구조조정 참여 지원을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까지 나섰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잠자고 있다. 연내 통과도 불투명한 상태다. 규제를 풀어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발목 잡힌 셈이다.
◆먹거리 공포, 중국발 멜라민에 생쥐머리·칼날까지
생쥐머리 새우깡, 칼날 참치캔 등 연초부터 속출한 이물사고는 국민들에게 먹거리에 불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지난 9월 중국 '멜라민' 검출 분유 제품으로 영유아 신장결석 집단 발생사건을 시작으로 중국발 멜라민 파동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먹거리'에 대한 공포로 휩싸이게 했다.
국내에서도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 밀크러스크, 롯데 슈디, 리츠샌드위치 크래커 치즈 등 어린이들이 먹는 과자와 분유, 커피 등에서 중국산 멜라민이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업체들의 늦장 대응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멜라민 파동은 수입식품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 부실을 드러낸 사례로 지적된다. 실제, 멜라민 발견 식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완제품 또는 반제품 형식으로 들어오는 OEM제품으로, 수입업체 측은 OEM제품의 품질관리 개입이 어렵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며 자사 제품을 보호하기 바빴다.
이와 함께 정부의 허술한 검역 및 단속 체계도 국민들의 식탁 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중국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검증 안된 식품들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검역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한 국민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아이뉴스24 경제팀
● [2008 정치 10대 뉴스]'사상 최악의 정쟁'으로 얼룩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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