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큰비가 내린 뒤 중국 광시성(廣西省)의 한 산간에 뜬금없이 8만 평이나 되는 큰 호수가 생겨났다. 물고기와 새우들이 살기 시작했고 주민 생업도 자연스레 농업에서 고기잡이 겸업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 호수는 지난달 저절로 없어져버렸다. 귀신에 홀린 듯 놀라워했을 현지 주민들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미국에서는 봄철인 요즘 꿀벌들이 사라져 난리다. 꽃가루받이가 안 돼 과일 농사가 망가지거나 꿀벌 임차료 부담이 증가하는 탓이다. 멀쩡하던 벌통이 텅텅 비어버리는 현상은 이미 미국 전체 州(주)의 절반으로 확산됐고, 동`서부 해안지역에선 벌의 60∼70%가 사라진 상황에 이르렀다.
과학 만능의 시대라지만 두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說(설)만 분분하다고 했다. 호수 소멸은 지하 동굴로 물길이 터진 탓이겠거니 할 뿐이라고 했다. 벌이 떠난 것을 두고는 기상 이변으로 인한 질병 설에 기생충 설이 덧보태지더니, 어제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벌의 항법시스템을 교란한 결과라는 이론까지 전해졌다.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분석 수준조차 이 정도인데 미래 예측 능력이 더 뛰어날 리는 만무할 터. 중국의 덩샤오핑 사망을 앞두고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유명 시사잡지들이 확신에 차 강조했던 중국의 省(성)별 분리 독립과 그로 인한 세계 정세 불안정화 가능성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전망이었는지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미국의 한 외교 전문지도 지난주 세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조차 얼마나 엉터리일 수 있는지를 극명히 증명해 보였다. 1960년대에는 인구 폭발이 지구 멸망을 불러오리라는 비관론이 지배했으나 완전 엇나갔고, 1970년대에는 지구가 갈수록 차가워져 빙하기가 닥칠 것이라 걱정했으나 실제 인류가 지금 맞은 상황은 정반대의 심각한 온난화라는 것이다.
그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곧 큰 위기를 맞으리라는, 매우 무시무시하고 구체적인 전망을 열흘쯤 전 한 UN 산하 기구가 처음으로 내놨다. 앞선 사례들처럼 또 杞憂(기우)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어쩐지 이번만은 사정이 다른 듯하다. 인류의 존망이 걸렸을 뿐 아니라 그 파괴력이 이미 체감되기 시작한 탓이다. 오는 일요일은 다시 맞는 ‘지구의 날’. 모두가 온난화 저지 행동 동참의 결의를 다질 좋은 기회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