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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4 기업, 위기의 실체

by 바로요거 2008. 11. 26.

美 빅4 기업, 왜 몰락의 길 걷고 있나

헤럴드경제 | 기사입력 2008.11.26 06:51


"이번 위기는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경영전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릭 왜거너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지난 18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GM의 경영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금융업계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현 사업모델을 바꿀 생각은 없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씨티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확신했다.

과연 그럴까. 금융위기의 폭풍우만 걷히면 이들 기업은 다시 예전처럼 따사로운 햇살을 받을 수 있을까.

경영진의 이 같은 낙관적인 분석과 전망에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도이치뱅크의 전략가인 마이클 마요는 "씨티의 위기는 (거대 기업 간 합병이 이뤄진) 10년 전에 이미 잉태됐다"고 지적했고, CNN머니 인터넷판은 "GM이 수십년간 (경영 혁신을 위해) 한 게 무엇이냐"고 되묻고 있다.

GM과 씨티그룹 외에도 제너럴일렉트릭(GE)과 AIG 등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듯 생사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 기업이 벗어나기 힘든 미궁에 빠지게 된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지, 아리아드네의 실 끝을 잡고 미궁의 입구로 되돌아가 본다.

▶GE,선단식 경영의 한계
지난 8개월간 주요 언론을 통해 전해진 GE에 관한 뉴스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포브스 선정 글로벌 2000기업 2위(4월 3일), 포천 선정 미국 500대 기업 6위(4월 21일), 포천 선정 미 경영학석사(MBA)들의 최고 선호 직장 11위(5월 28일) vs 올 3/4분기 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22% 급감(10월 13일), GE캐피털 발행 채권 내년 6월까지 정부 지급 보증(11월 12일), GE캐피털 구조조정으로 20억달러 비용 절감 계획 발표(11월 19일).'

올해 전반기까지가 천당이었다면 후반기는 줄곧 지옥이다.
미국 대표 블루칩인 GE의 위기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대형 뉴스였지만 사실 GE의 위기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영국 FT는 위기의 원인으로 GE의 선단식 경영을 지목했다. 경기침체를 버텨내도록 고안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GE의 사업 분야는 전구?제트엔진 생산에서부터 '맘마미아' 제작 등 영상미디어사업, 그리고 금융업 등을 망라한다. GE가 '미 경제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이유다.

GE는 이 같은 폭넓은 사업 분야를 바탕으로 그동안 한쪽이 부진하면 다른 쪽에서 만회하는 식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GE의 신화를 일군 잭 웰치 재임기간에는 보험이 다른 사업부의 손실을 메웠고, 제프리 이멜트 취임 이후에는 그 역할을 상업부동산사업부가 이어받았다. GE는 분기 말에 상업부동산을 급처분해 근근이 이익 목표를 맞췄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금융경색이 심각해지면서 이 같은 땜질 전략은 먹통이 됐다.

또 'AAA' 신용등급에 대한 이멜트 CEO의 집착으로, 경기둔화를 헐값 인수 기회로 활용해 온 GE 특유의 경영전략도 거세됐다.

그럼에도 GE 경영진은 기존의 경영전략을 고집하며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에만 '올인'하고 있어 화를 키우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씨티그룹, 금융계의 종합백화점
존 리드 전 씨티그룹 공동회장은 그룹 탄생 10주년을 앞둔 지난 4월 "씨티그룹의 탄생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지주회사인 씨티코프와 미국 4대 보험ㆍ증권그룹인 트래블러스 간 합병을 성사시킨 씨티그룹의 설계자인 그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도이치뱅크의 분석가인 마이클 마요는 "거대 그룹 간 합병과정에서 인력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씨티는 그룹 대표뿐 아니라 주요 부문에서 양측 인사를 모두 중용하는 공동대표제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문제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업영역의 벽을 허물고 서비스체제를 단일화한다면 이론적으로는 경쟁력이 커지는 게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직원들이 부실 가능성이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을 수백억달러씩 사들였지만 경영진은 부동산 버블에 취해 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 부실 대출문제가 불거지자 씨티그룹은 걷잡을 수 없는 자산손실을 기록하며,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했다.

팬디트 CEO는 지난 17일 5만2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지만 뒤늦은 조치였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의 몰락을 지켜볼 수 없었던 미 정부가 306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을 보증하고, 현금 200억달러를 투입하는 초강수로 씨티 회생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종합백화점' 씨티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회사인 오펜하이머 앤 코는 24일 "씨티의 부실자산이 1200억달러에 달할지 모른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추가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씨티 같은 기업이 파산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효율적인 경영관리 측면에서 볼 때도 씨티의 덩치는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리드 전 회장은 "사업영역이 지나치게 방대해 경영감독이 안 된다는 것이 씨티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GM, 방만한 공룡
"생각보다 빨리 위기가 닥쳤을 뿐 새삼스러울 건 없다."
100년 자동차 왕국 GM이 브레이크 없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왜거너 회장은 GM의 위기를 금융위기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세계 자동차업계는 GM을 구제불능의 공룡기업으로 낙인 찍은 지 오래다.

GM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 메이커라는 점 외에는 내세울 게 하나도 없는 '낡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GM의 몰락은 지나치게 느슨한 노사관계와 함께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한 무사안일, 방만경영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최근 정부의 GM 지원 검토안에 대해 "빅3에 대한 파산 절차를 밟는 것만이 미국 자동차산업이 필요로 하는 근본적 구조조정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GM은 정리해고된 뒤 복직을 기다리는 근로자에게도 봉급을 주고, 전직 근로자와 가족들에 대한 연금까지 부담해주는 회사다.

이러고도 회사 운영이 잘된다면 별개의 문제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05년부터 누적된 GM의 손실 규모는 무려 790억달러에 달한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강력한 영향력에 밀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주먹구구식 경영을 지속해왔다.

또 일본과 한국 자동차들이 자국 시장을 잠식해 들어올 때도 GM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기술 개발과 혁신에 게을렀다.

그 결과는 판매량 부진으로 이어졌다.
미국 자동차산업뉴스 및 정보조사기관인 워즈커뮤니케이션스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최근 분석한 '2008년 미국 시장 판매실적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GM의 올해 판매량은 19.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침체를 감안하더라도 도요타(-11.5%)나 현대ㆍ기아차(-6%) 등 경쟁차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왜거너 회장은 "정부가 250억달러를 지원한다면 회생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GM의 극적 회생을 위해서는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

▶AIG, 실패한 외도
AIG는 세계 최대 보험회사다. 130여개국에 영업점을 두고 있으며 주요 국가별 보험 가입자 수가 수백만명에 달한다.

보험업계의 절대강자인 AIG가 최근 맥을 못추고 있다. 올 들어 지금까지 정부가 AIG에 지원해준 구제금융만 1225억달러에 달한다. 실로 '돈 먹는 하마'다.

AIG 몰락의 주범은 여타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와는 달리 금융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하지만 이 위기도 따지고 보면 높은 수익률에 현혹된 AIG의 탐욕스런 외도 때문에 일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G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직후 "AIG의 금융사업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관련된 신용디폴트스와프(CDS)에 투자한 것이 문제였다"고 보도했다.

보험회사가 본연의 임무를 제쳐두고 파생상품시장에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이 화근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였던 CDS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AIG의 관련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IG는 지난 1/4분기 78억1000만달러, 2/4분기 53억6000만달러에 이어 3/4분기에도 244억68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올 들어서만 376억3800만달러를 까먹었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지난해부터 따지면 손실 규모는 600억달러를 넘는다.

AIG 모기지론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융자금에 대한 체납과 채무 불이행이 확산되면서 악순환은 지금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에드워드 리디 CEO는 최근 "AIG가 필요한 자금은 1225억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백약이 무효'인 AIG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자산 분리 매각이다.
현재 중국계 생명보험회사인 중궈런서우(中國人壽)에 이어 독일계 재보험사인 뮌헨리도 AIG의 아시아 자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루저 아널드선 뮌헨리 이사는 25일 "AIG의 일부 아시아 자산에 관심이 있다. 특히 아시아 생명보험영업부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보험업계를 호령하던 AIG가 한순간의 외도로 인해 조각조각 찢길 운명에 처했다.
양춘병ㆍ김영화 기자/ya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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