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다" … 미국발 금융위기 집중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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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경제◆
미국 구제금융안에 이어 전 세계 주요국들이 일제히 금리를 내리는 '깜짝쇼'까지 펼치면서 진화에 애쓰고 있지만 들불처럼 번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화하는 데는 역부족임을 드러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미국 금융위기는 저금리 환경에서 금융공학이 발전한 가운데 감독 체계가 미비하면 위기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로 경기가 침체되자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저금리로 모기지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했고 집값이 크게 올랐다. 2006년 들어 FRB가 금융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주택가격이 급락하고 담보가치가 하락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촉발됐다.
◆ 미국 구제금융안 발표까지
=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한마디로 신용도가 낮은 가구에 대한 주택대출을 의미한다. 부적격 대출이어서 과거에는 잘 취급되지 않았으나 2000년 들어 모기지 증권화와 재증권화에 힘입어 급격히 확대됐다.
모기지의 증권화란 모기지를 취급한 금융사가 모기지를 매집기관으로 양도하고 매집기관은 양도받은 모기지풀을 담보로 해 자산유동화증권(MBS)을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신용위험과 조기 상환 위험은 모기지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MBS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게 한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대출 초기에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를 부과하고 일정 기간 후 변동금리로 바꾸거나 초기에는 이자만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신용 리스크가 높은 상품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서브프라임 MBS에 대한 가치 평가가 더 어렵다.
그럼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증권화 비율이 60%까지 증가한 것은 부채담보부증권(CDOㆍ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의 눈부신 발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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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MBS는 모기지 매집기관이 매집한 모기지풀을 담보로 하되 만기나 신용등급에 따라 다양한 증권 계층(트렌시)을 구성한다.
즉 80~90%는 신용등급 AA~AAA인 선순위 계층으로 구성되며 나머지 10~20%는 투자부적격 등급 후순위 계층으로 구성된다.
기초자산과 관련된 신용위험은 후순위 계층과 후순위 지분에 집중되기 때문에 이들 계층 증권은 가격 설정도 힘들고 유동성이 매우 낮아 투자자에게 매각하기 쉽지 않다.
CDO는 서브프라임 MBS 중에서도 후순위 계층을 집중 매입해 기초자산으로 편입함으로써 전체 서브프라임 MBS시장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증권화ㆍ재증권화 과정에서 자금력이 영세한 모기지 대출회사는 모기지를 매각해 리스크를 이전시키면서 동시에 신규 대출자금을 조달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계속된 저금리 기조에서 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어떠한 위험이라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던 투자자에게 고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서브프라임 MBS, CDO 등 파생상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 CDO 기본 구조
= MBS 계층이 다양해지면서 위험 회피적인 투자자는 최고 등급(AAA) 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 등 위험 선호도에 따라 투자가들이 트렌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리스크가 잘 분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MBS는 계층이 다양하더라도 근본적으로 기초자산의 질을 개선시킬 수는 없으며, 오히려 MBS 구조만 복잡하게 만들어 리스크 평가를 어렵게 했다. 또한 증권화와 재증권화 과정에서 리스크가 이전되므로 투자자들은 기초자산 실사나 신용위험을 기피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발생했다.
1990년대 일련의 규제 법안이 폐지된 것도 금융위기 확산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위기 확산 경로를 보면 우선 증권화되지 않은 모기지의 부실이 드러났다. 이후 부실에 따른 손실 부담은 후순위채 등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부담했다. 나아가 선순위 계층에 대한 채권보증기관과 모기지에 대해 신용을 보강해 준 대형 은행 손실로 나타났고, 결국 선순위 투자자로까지 위험이 파급됐다. 이처럼 모기지 부실 위기는 가계신용 전반의 위축과 실물경제 위축으로 파급된다.
◆ 위기의 전염, 침체의 악순환
= 금융위기시에는 상대방이 어느 정도 부실을 갖고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사끼리는 물론 기업에 대한 대출도 자제하게 마련이다. 자금이 원활히 돌지 않게 되고 신용경색으로 옮겨가 실물경제 침체를 초래한다.
금융위기 초기에는 높은 레버리지(차입)를 통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은행이 부실화하면서 예대마진을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상업은행이 바람직한 모델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축으로 실업자가 급증해 신용카드나 자동차 할부금융을 대출받은 채무자들이 원리금 상환을 못하게 되면서 상업은행도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 침체를 견인하고 이는 다시 금융위기를 증폭시키게 되는 악순환이다.
2007년 초반까지 미국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경제전문가가 '탈동조화(decoupling)'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주택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 미국 경기가 크게 둔화되면 세계 경제는 다시 '동조화(recoupling)' 될 수밖에 없다.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미국 소비 수요는 향후 몇 년간 감소할 전망인데 미국의 수입 수요 둔화는 수출 주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아시아 국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지난 2년간 12%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경제는 2008년 들어 대미 수출이 감소한 탓에 성장세가 하락했다. 중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일본과 유럽 경제도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어 중국의 수출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2000년대 세계 경제 호황은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의 결과였고 아시아가 '글로벌리제이션' 최고의 수혜자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버블이 붕괴되면서 아시아 시장도 동반 침체를 겪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전선애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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