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플레이션 유령`이 떠돈다
- 생산 급감·실업률 상승..디플레 덫 걸릴까 우려
- 정부·FRB 방어 노력 기대..금리인하 등 각종 수단 구사할 듯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2년째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화두는 디플레이션(deflation; 경기침체 속 장기적인 물가 하락)이 될 것이란 전망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금융시장 동요와 경기 둔화가 수요 둔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해 온 것이 분명하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경제에 더 치명적이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그리고 대공황 이후 1930년대 미국이 겪었던 상황은 디플레의 악순환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게 했다. 디플레는 일단 발생하면 인플레에 비해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
◇ 디플레이션 오나..우려 `증폭`
경기침체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나 기업은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소비, 지출을 미루게 된다. 이는 또 다시 가격 인하를 부르고 생산과 수요를 감축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또한 물가 하락은 부채의 실질가치를 증가시켜 기업과 가계 지출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부채 상환도 어려워져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 그렇잖아도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이 또 다시 줄줄이 무너지며 금융위기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1930년 대공황 당시 미국은 이를 겪었다. 부채 상환이 어려워진 가계와 기업들이 저당물을 포기하면서 주택 가격은 급락했고, 결과적으로 은행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디플레이션은 글로벌화 시대에 미국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은 큰 문제다. 신용위기,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이미 전세계 경제는 한 번 크게 덴 상태다.
◇ 생산 급감·실업률 상승..디플레 징후 짙다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1930년대와 유사한 디플레 징후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1929~1933년 산업생산은 1/3 감소했고, 실업률은 3%에서 25%까지 올랐다. 급락했던 주식 시장이 전 고점을 찾기까지는 25년이 걸려야 했다.
지난 9월 미국의 산업생산은 1974년 이래 최대폭으로 감소했고, 소매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자동차 판매도 급감하고 있고, 가구와 의류 매출도 저조하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높아봤자 0.7%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1982년 이래 최악의 경기후퇴에 직면한 것으로 진단된다고 19일 보도했다.
또 실업률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는 주택 시장 침체를 악화시킬 것이며, 이것이 부채 상환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 역시 위축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디플레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 정부와 FRB 해법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디플레 우려가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FRB가 디플레를 막기 위해 전방위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감세를 골자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7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처리기구(TARP) 설립을 결의, 은행권 구제에도 적극 나섰다.
FRB 통화정책 국장을 지낸 빈센트 라인하트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위원은 "새 대통령과 의회가 경기를 침체에 빠지게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FRB 역할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WSJ은 내다봤다.
벤 S.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2002년 FRB 이사였던 시절 "미국이 디플레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끈 바 있다. 그 이유로 FRB가 디플레가 완만하든 견고하든 이를 막을 정책적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돈을 헬리콥터로 뿌려서라도(Helicopter Drop of Money) 디플레를 막을 것이라며 밀턴 프리드먼의 말을 원용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은 신용위기 발발 이래 신속하고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헬리콥터 벤`이란 닉네임에 충실해 왔고, 앞으로도 위기 진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FRB가 디플레를 방어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은 일단은 여전히 금리. 시장에선 현재 1.5%인 기준금리가 1% 수준으로 곧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SJ은 또 FRB가 1940년대 사용했던 방법, 즉 재무부 장기 국채 수익률을 낮춰 기업과 가계가 저축보다는 소비하게 만드는 방식을 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정상적일 때엔 이런 방법이 효과적이지만, 현재의 신용위기가 이미 장기 국채 수익률을 낮게 만들어 버리긴 했다.
오랫동안 FRB의 디플레 방어와 관련한 연구를 해 온 라인하트 전 국장은 "의회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이 예치한 지불준비금에도 이자를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이를 통해 금융 시스템에 추가 자금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렇게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도 투자와 소비가 꿈쩍도 하지 않아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바로 유동성 함정의 대표적인 예였다.
유동성 함정 이론을 제기한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따라서 금융 및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을 쓸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하에다 재정정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는 관측도 이래서 나온다.
- 정부·FRB 방어 노력 기대..금리인하 등 각종 수단 구사할 듯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2년째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화두는 디플레이션(deflation; 경기침체 속 장기적인 물가 하락)이 될 것이란 전망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금융시장 동요와 경기 둔화가 수요 둔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해 온 것이 분명하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경제에 더 치명적이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그리고 대공황 이후 1930년대 미국이 겪었던 상황은 디플레의 악순환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게 했다. 디플레는 일단 발생하면 인플레에 비해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
◇ 디플레이션 오나..우려 `증폭`
경기침체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나 기업은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소비, 지출을 미루게 된다. 이는 또 다시 가격 인하를 부르고 생산과 수요를 감축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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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대공황 당시 미국은 이를 겪었다. 부채 상환이 어려워진 가계와 기업들이 저당물을 포기하면서 주택 가격은 급락했고, 결과적으로 은행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디플레이션은 글로벌화 시대에 미국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은 큰 문제다. 신용위기,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이미 전세계 경제는 한 번 크게 덴 상태다.
◇ 생산 급감·실업률 상승..디플레 징후 짙다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1930년대와 유사한 디플레 징후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1929~1933년 산업생산은 1/3 감소했고, 실업률은 3%에서 25%까지 올랐다. 급락했던 주식 시장이 전 고점을 찾기까지는 25년이 걸려야 했다.
지난 9월 미국의 산업생산은 1974년 이래 최대폭으로 감소했고, 소매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자동차 판매도 급감하고 있고, 가구와 의류 매출도 저조하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높아봤자 0.7%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1982년 이래 최악의 경기후퇴에 직면한 것으로 진단된다고 19일 보도했다.
또 실업률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는 주택 시장 침체를 악화시킬 것이며, 이것이 부채 상환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 역시 위축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디플레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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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FRB 해법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디플레 우려가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FRB가 디플레를 막기 위해 전방위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감세를 골자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7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처리기구(TARP) 설립을 결의, 은행권 구제에도 적극 나섰다.
FRB 통화정책 국장을 지낸 빈센트 라인하트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위원은 "새 대통령과 의회가 경기를 침체에 빠지게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FRB 역할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WSJ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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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는 돈을 헬리콥터로 뿌려서라도(Helicopter Drop of Money) 디플레를 막을 것이라며 밀턴 프리드먼의 말을 원용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은 신용위기 발발 이래 신속하고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헬리콥터 벤`이란 닉네임에 충실해 왔고, 앞으로도 위기 진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FRB가 디플레를 방어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은 일단은 여전히 금리. 시장에선 현재 1.5%인 기준금리가 1% 수준으로 곧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SJ은 또 FRB가 1940년대 사용했던 방법, 즉 재무부 장기 국채 수익률을 낮춰 기업과 가계가 저축보다는 소비하게 만드는 방식을 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정상적일 때엔 이런 방법이 효과적이지만, 현재의 신용위기가 이미 장기 국채 수익률을 낮게 만들어 버리긴 했다.
오랫동안 FRB의 디플레 방어와 관련한 연구를 해 온 라인하트 전 국장은 "의회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이 예치한 지불준비금에도 이자를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이를 통해 금융 시스템에 추가 자금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렇게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도 투자와 소비가 꿈쩍도 하지 않아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바로 유동성 함정의 대표적인 예였다.
유동성 함정 이론을 제기한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따라서 금융 및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을 쓸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하에다 재정정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는 관측도 이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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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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