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각] 아마겟돈을 피하려면..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은 리먼 브라더스의 도산, 사상 초유의 7000달러 구제금융, 은행의 일부 국유화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최근의 상황은 세상의 종말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아침이 두렵다는 요즘 금융인들은 자고나면 새롭게 기록을 쏟아내는 뉴욕 증시의 혼돈과 이에 따라 야기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한파가 그저 무서울 따름이다. 이들에게는 현재의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아마겟돈과 다를리 없다.
우리 금융시장은 이미 외환위기 당시의 혼란을 넘어서는 카오스를 겪고 있다. 외국인 주식매도로 촉발된 국내 증시의 수급구조 파괴는 단순히 증시 폭락에 그치지 않고, 직ㆍ간접적으로 금융시스템 불안정을 부추긴다.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달러로 결제해 본국으로 송금하면서 하루하루 외환시장 수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여건이 나쁘다보니 은행권은 해외 기채 발행에 실패하는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급기야 미국 신용평가사인 S&P가 국내 은행에 대한 투자전망을 낮추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우리 은행들은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재무 건전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자금시장의 미스매칭은 '흑자도산' 시나리오로 포장돼 증권가에 근거없는 루머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고, 지난 주말 은행주 폭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실 은행의 위기는 단순히 은행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정부가 시장주의와는 거리가 먼 은행의 일부 국유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작금의 상황에서 은행의 붕괴는 1929년 공황을 넘어서는 대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본질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은행에 대한 레퓨테이션은 중소기업에 이어 일반 가계, 대기업까지 돈줄을 틀어막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있다. 건설사 자금지원이 늦어지면서 '건설사 도산 시나리오'가 증권가를 덮치고 있으며, 가계대출 금리 급등은 곧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올 것이라는 불길한 징후로 해석된다. 일부 대기업 도산 시나리오도 몇달째 금융가를 떠도는 악령이다.
때맞춰 정부는 지난 주말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시중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에 이어 원화 유동성공급, 주식형펀드 세제혜택, 기업은행 자본확충 등 굵직한 사안들이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불안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해외에서 그렇게 했던 것처럼 시중은행 보유 예금에 대한 예금보호 확대와 추가적인 금리 인하, 지준율 인하 등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또 금융위기에서 실물위기로 전이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 실질적으로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경기진작책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법인세 인하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지금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자칫 잘못된 저울질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아야 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훈 금융부장 dubbcho@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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